2013. 5. 23. 09:32ㆍ전략 & 컨설팅/전략
구조적으로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너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과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 측면이 크다.
Supply Chain간의 대결, Connection, Integration이 더욱 중요해지는 향후 산업 환경에서,
주요 산업에서의 Global Champion급 대기업 육성과 더불어, Hidden Champion에 해당하는 중견, 중소 기업을 양산해 내는 것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How?
과거의 성공에 안주 하지 말고, 쉬운 길을 포기해야 한다.
과연 한국의 문화에서 가능할까?
아래 기사에 전체적으로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22/2013052203447.html?c_inside_top
"한국은 이제 삼성전자 하나만 남은 ‘1강(强) 체제’가 됐네요. 앞으로 3~5년 후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한 일본 언론사 특파원으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 올 2월에 제가 쓴 '삼성없는 한국 경제'(☞기사 바로 가기 클릭) 칼럼이 떠올랐습니다.
15개 삼성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한국 증시의 30%에 육박하고, 삼성그룹의 총매출액이 우리나라 GDP의 30%를 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삼성이 훨씬 약해진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살 길을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사실 삼성전자는 2~3년 전부터 순이익이 일본 6개 전자(電子)회사 순이익 합계 보다 더 많을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한국이 일본 경제를 곧 추월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돌았는데, 문제는 요즘 상황입니다.
① ‘나 홀로 질주’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올 1분기 10대 그룹 28개 상장사 합계보다 더 많아
삼성전자 한 회사의 영업이익은 또 28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보다 더 많습니다. 올 1분기 28개사의 총매출은 작년 1분기 대비 1.45% 늘었을 뿐 영업이익(-19.4%)과 순이익(-34.8%) 모두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상위 7대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좁혀도 사정은 같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텔레콤, 현대중공업, LG전자, 대한항공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12조 3800억원)의 70%는 삼성전자 한 회사가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6개사를 모두 합해도(3조 6000억원) 삼성전자의 절반도 안됩니다.
만약 삼성전자도 다른 대기업들처럼 ‘평범한 성장’을 했다면, 한국 산업계는 아마 ‘사상 최악의 쇼크’, ‘한국 제조업의 대몰락’이니 하며 줄초상 났을 것입니다.
더 아쉬운 것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한국 산업계의 양대 주축이던 현대차의 퇴조(退潮)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연초 대비 주가가 이달 초까지 12% 넘게 빠졌는데 올해 성장률은 최근 10년 내 가장 낮게 잡고 있습니다. 이는 올들어 같은 기간 주가가 45% 넘게 급등하며 최근 5년 내 사상 최대 매출·수익을 호언하고 있는 도요타(豊田)자동차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 최근 5개월간 현대차 주가 변동
② 일본과 중국은 民官합동으로 ‘삼성전자 타도’ 공세, 한국에는 제 2,3의 삼성전자 안 보여
사정이 이러니 국내 499개 전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 합계에서 삼성전자 1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9.5%에서 2011년 30.7%, 지난해는 37%로 매년 치솟고 있습니다.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1개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20%(5월 16일 현재)에 이릅니다.
‘삼성전자의 무한 독주(獨走)’,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얘기가 농담 아닌 진실인 셈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일관공정부터 조립가공·조립완성품 분야에 걸쳐 생존을 건 진검(眞劍)승부를 벌이고 있는 중국·일본이 하나같이 ‘삼성전자 타도’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 아베총리/ 조선일보DB
- 조선일보DB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챔피언급 대기업들이 7개 있고, 연간 매출 1조원 넘는 기업이 한국(300여개)의 7배 정도인 2000개가 넘는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에는 또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 한국(10여개)의 15배인 1500여개 있지요. 세계 최고의 부품소재 산업 기술력까지 갖춘 일본 경제의 부활은 한국 기업들을 목조여 오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기업들의 ‘야성적 기업가정신’은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주총(株總)에서 ‘신사업’이란 단어가 거의 소멸된 게 한 증거입니다. 10대 그룹의 83개사 가운데 올해 신사업을 추가한 곳은 에스원(신재생에너지사업) 등 7개 뿐입니다(☞기사 바로 가기 클릭).
기존 성장동력은 한계에 이르고, 새 성장동력은 마련못한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까지 시작된다면, 한국 경제는 ‘20년 장기불황’을 버텨낸 일본과 달리 암흑 같은 장기 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③‘삼성전자 착시’에 빠져 정책 실기(失機)하고 安住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이런 위기 상황을 벗어날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새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 육성 ?취약한 부품·소재 산업 강화 등을 꼽습니다.
- 안현호 전 산업자원부 차관/ 조선일보DB
“중견·중소기업에서 새 동력(動力)을 찾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기업 직원이 독립해 벤처를 만들고, 사내벤처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으나 지금은 힘들다. 모두 다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부품을 그룹 내에서 만들어 조달하는 바람에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의 공존 생태계가 망가졌다. 인재와 자금이 유망한 중견·중소기업에 몰릴 수 있도록 '충격적'인 정책을 짜야 한다. 경제 민주화는 대기업을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지지(支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는 “일본처럼 여러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둘러싸고 공존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그룹이 정말 한국을 사랑한다면 2020년까지 30개의 수직계열사를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 베이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모두 옳은 말씀입니다만, 50여년간 대기업 및 관(官)주도 경제성장 공식에 익숙한 우리 관료나 기업인, 정치인 모두에게 낯설고 힘든 과제입니다. 더욱이 이런데도 한국 경제의 대분발과 빠른 정책 전환을 촉구하거나 실행하며 책임지려는 관료나 기업인,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들의 안일함과 몇템포 늦은 정책적 대응은 혹시 삼성전자 한 회사의 눈부신 성장을 자기 일인양 착각하고 도취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중국·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삼성전자란 한국의 강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혈안(血眼)이 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삼성 착시(錯視) 증후군’을 떨쳐내고 안개걷힌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국 경제의 새 패러다임 구축과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삼성전자의 호조세에만 의지한 채 주저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 깜깜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