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글은 한국을 외면했나?

2011. 10. 1. 09:30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정부의 부적절한 의욕과 시대착오적인 발언들로, 중국과 동격으로 취급받은 대한민국.

안타까운 마음...




http://news.nate.com/view/20110930n23685?mid=n0600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버를 운용하는 구글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방대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효율성이다. 이를 위해 구글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을 자체 설계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도 강변에 지어 물을 이용한 자연 냉각 효과를 사용하는 등 유난히 전력 소모 절감에 신경을 써왔다. 따라서 구글이 기후조건 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한국을 외면하고 아시아 데이터센터로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선정한 배경을 두고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시아에선 유독 무더운 싱가포르, 홍콩, 대만 선택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식경제부는 부산광역시 등과 함께 부산김해 경제자유구역안에 대규모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단지를 지어, 한국을 동북아 데이터센터의 허브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지난 6월28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지경부는 한국이 저렴한 전기요금, 우수한 정보기술 인프라, 안정적 지반 구조, 겨울철 냉방비 절감, 중국 일본과 인접한 위치 등으로 아시아 어떤 나라보다 데이터센터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가 제시한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의 인터넷 데이터센터 선정 기준을 보면, 7개 항목 중에서 한국정부의 정책 지원이 홍콩보다 부족한 것을 빼고는 모든 항목에서 한국이 비교 대상국들을 압도했다. 이에 지경부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하는 글로벌 기업에 전력이나 통신망 등 공동 인프라 시설을 깔아주는 등의 정책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싱가포르는 전기료가 비싸고 데이터센터가 포화 상태에 있으며, 홍콩 역시 아열대성 기후여서 한국이 여러 면에서 단연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대훈 엘지CNS 대표는 당시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맺는 자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13만3000㎡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어 글로벌기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엘지CNS는 1차로 내년까지 2만3000㎡의 데이터센터를 지어 서버 7만2000대를 수용할 계획이다.

 

입지조건 월등한 한국 탈락한 이유는 보안 유지 안 되기 때문? 

 하지만 정부의 희망대로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자리잡는 것은 구글의 선택에서 보듯 만만하지 않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결정 과정에서 전기요금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데이터의 보안성이다.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겠다는 글로벌 기업이 없는 이유도 이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아마존 웹서비스의 버너 보겔스 부사장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고객의 보안 요구를 가장 우선시한다”며 “다양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이유가 특정 지역에 고객 정보를 두고자 하는 고객 요구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한국이 아닌 도쿄, 홍콩, 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국내 업계 “글로벌 흐름 못 읽는 정부 방해나 말았으면…”

 데이터센터의 기밀성과 보안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정보기술(IT) 정책과 수사 관행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월초 구글코리아를 현장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뉴스는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구글이 한국에서 세 번째 ‘습격받았다’고 보도된 바 있다. 앞서 한국 경찰은 지난 5월 구글의 모바일 광고인 애드몹 관련해 구글코리아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애드몹을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이라며 압수수색을 당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경부는 지난 6월 한국을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육성할 경우, 그 장점으로 ‘국가 데이터 안보 확보’를 내세웠다. 지경부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중요 정보가 국경을 초월해 위치하므로 (국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있으면) 데이터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 논란시 국내에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 마땅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이터 안보’는 듣기에 따라 묘한 말이다. 구글 등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보안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해당 기업들의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IT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클라우드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한 국내 대기업 임원은 “글로벌 환경에 맞지 않는 정부 정책으로 외국 기업 유치에 오히려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최근 발표한 올해 정보기술산업 경쟁력에서 미국 1위, 핀란드 2위, 싱가포르 3위, 대만 1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7년 3위이던 게 4년 연속 하락해 올해 19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