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2011. 9. 16. 08:40ㆍ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폭염 예고에도 정비한다며 발전소 23개 꺼....
이건 멍첨함, 생각없음, 그리고 직무유기의 결함.
늦더위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바닥을 드러낸 15일 한전이 예고 없는 ‘순환정전’을 실시해 전국적으로 정전이 발생했다. 오후 7시 8분 대전시 서구 관저동 아파트 단지가 정전으로 불이 꺼져 어둡다. 불 켜진 앞 건물은 구봉고등학교.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방심이 결국 큰 화를 불렀다. ‘전기 선진국’을 자신하던 한국이 후진적인 정전 대란에 휩싸였다. 싸고 끊김 없고 품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랑도 빛이 바랬다. 청와대는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직후 중동 산유국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산전국(産電國)의 꿈’을 이루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15일 정전 대란은 정부의 이런 ‘자랑’을 공염불로 만들었다.
이날 오후 3시. 전력 수요가 6728만㎾를 가리키며 정점을 쳤다. 당초 이날 최대 전력수요로 예상했던 6400만㎾를 320만㎾ 이상 초과한 것이다. 공급능력(7071만㎾) 대비 예비 전력은 343만㎾로 안정유지 수준인 400만㎾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한국전력은 비상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전국적인 동시 정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강제로 전력 공급을 끊는 조치다.
이날 전력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오후 들면서다. 늦더위에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력 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한전은 ‘자율절전’으로 95만㎾를 줄였다. 이어 ‘직접부하제어’도 실시됐다. 한전이 계약을 한 소비자의 전력공급을 직접 통제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89만㎾를 또 줄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예비전력이 400만㎾를 회복하지 못해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간 것이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오후 들어 이상 고온이 시작돼 점심 이후 급격히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순환정전은 30분 단위로 피해가 가장 작은 순서부터 진행하도록 매뉴얼이 작성돼 있고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실시됐다”고 밝혔다.
순환정전은 주로 주택가부터 시작한다. 대규모 병원시설이나 산업시설의 경우 정전 시 피해가 막대해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지역부터 실시되도록 매뉴얼을 짜놨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고층아파트도 가급적이면 피한다. 또 어느 한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을 세부적으로 나눠 시행된다. 순환정전까지 실시되며 오후 4시35분쯤에는 예비 전력이 가까스로 411만㎾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날 최대 전력수요 6728만㎾는 지난달 31일 기록한 올여름 피크(7219만㎾)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발전능력으로 수요를 감당 못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급이었다. 여름철 풀가동됐던 발전소들이 겨울을 대비해 순차적으로 정비에 들어가며 공급능력이 확 줄었다. 발전기는 1년에 20~30일간은 정비를 받는다. 주로 전력수요가 적은 봄가을에 집중적으로 한다. 이날 현재 전국 23개의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는 발전용량으로는 총 834만㎾ 규모로 전국 전체 용량의 11%에 해당한다.ㅑ
지식경제부 도경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이렇게 갑자기 추세를 크게 이탈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경부는 여름철 비상수급기간(6월 27일~9월 9일)을 지난해보다 일주일 늘려 운영했지만 늦더위는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추석연휴 이후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란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전력 수급 계획을 짜는 데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방심했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8일에는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발전소 고장을 줄여 올여름을 큰 전력난 없이 넘겼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16일에는 정비 중인 일부 발전소를 급하게 가동하기로 했다. 염명천 이사장은 “이상 고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비 중인 발전기 중 일부를 순차적으로 돌리고, 430만㎾의 양수발전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건 멍첨함, 생각없음, 그리고 직무유기의 결함.
늦더위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바닥을 드러낸 15일 한전이 예고 없는 ‘순환정전’을 실시해 전국적으로 정전이 발생했다. 오후 7시 8분 대전시 서구 관저동 아파트 단지가 정전으로 불이 꺼져 어둡다. 불 켜진 앞 건물은 구봉고등학교.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방심이 결국 큰 화를 불렀다. ‘전기 선진국’을 자신하던 한국이 후진적인 정전 대란에 휩싸였다. 싸고 끊김 없고 품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랑도 빛이 바랬다. 청와대는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직후 중동 산유국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산전국(産電國)의 꿈’을 이루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15일 정전 대란은 정부의 이런 ‘자랑’을 공염불로 만들었다.
이날 오후 3시. 전력 수요가 6728만㎾를 가리키며 정점을 쳤다. 당초 이날 최대 전력수요로 예상했던 6400만㎾를 320만㎾ 이상 초과한 것이다. 공급능력(7071만㎾) 대비 예비 전력은 343만㎾로 안정유지 수준인 400만㎾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한국전력은 비상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전국적인 동시 정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강제로 전력 공급을 끊는 조치다.
이날 전력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오후 들면서다. 늦더위에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력 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한전은 ‘자율절전’으로 95만㎾를 줄였다. 이어 ‘직접부하제어’도 실시됐다. 한전이 계약을 한 소비자의 전력공급을 직접 통제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89만㎾를 또 줄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예비전력이 400만㎾를 회복하지 못해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간 것이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오후 들어 이상 고온이 시작돼 점심 이후 급격히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순환정전은 30분 단위로 피해가 가장 작은 순서부터 진행하도록 매뉴얼이 작성돼 있고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실시됐다”고 밝혔다.
순환정전은 주로 주택가부터 시작한다. 대규모 병원시설이나 산업시설의 경우 정전 시 피해가 막대해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지역부터 실시되도록 매뉴얼을 짜놨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고층아파트도 가급적이면 피한다. 또 어느 한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을 세부적으로 나눠 시행된다. 순환정전까지 실시되며 오후 4시35분쯤에는 예비 전력이 가까스로 411만㎾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날 최대 전력수요 6728만㎾는 지난달 31일 기록한 올여름 피크(7219만㎾)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발전능력으로 수요를 감당 못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급이었다. 여름철 풀가동됐던 발전소들이 겨울을 대비해 순차적으로 정비에 들어가며 공급능력이 확 줄었다. 발전기는 1년에 20~30일간은 정비를 받는다. 주로 전력수요가 적은 봄가을에 집중적으로 한다. 이날 현재 전국 23개의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는 발전용량으로는 총 834만㎾ 규모로 전국 전체 용량의 11%에 해당한다.ㅑ
지식경제부 도경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이렇게 갑자기 추세를 크게 이탈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경부는 여름철 비상수급기간(6월 27일~9월 9일)을 지난해보다 일주일 늘려 운영했지만 늦더위는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추석연휴 이후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란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전력 수급 계획을 짜는 데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방심했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8일에는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발전소 고장을 줄여 올여름을 큰 전력난 없이 넘겼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16일에는 정비 중인 일부 발전소를 급하게 가동하기로 했다. 염명천 이사장은 “이상 고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비 중인 발전기 중 일부를 순차적으로 돌리고, 430만㎾의 양수발전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