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녹색혁명으로 국가개조

2011. 4. 3. 17:31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KBS News 퍼옴.
http://news.kbs.co.kr/world/2011/04/03/2268841.html


<앵커 멘트>

요즘 영국에 국가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녹색혁명인데요. 기후변화도 막고 일자리도 만든다고 합니다.

주택과 교통, 에너지 분야에서 녹색화 물결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지금도 우리보다 적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녹색혁명 현장을 용태영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버킹엄궁의 근위병 교대식,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묻어납니다. 근위병들의 행진은 여전히 당당하지만 영국은 이제 다른 강국들에 밀려 늙은 사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국은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제3의 산업혁명, 바로 녹색혁명을 통해섭니다.

런던의 한 마을, 지붕에 독특한 시설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조성된 탄소배출 제로 주택단지, 베드제드입니다. 지붕 위의 알록달록한 시설은 풍력을 이용한 환기장치입니다. 태양광 전지가 지붕에 기본으로 깔렸고 유리창에도 태양광 판이 설치됐습니다.

<인터뷰> 제니 오간(베드제드 홍보담당) : "검은 네모 판이 태양광 판입니다. 여기서 태양광은 전체 전력의 20%를 제공하죠. 또 태양광 판은 온실에 그늘을 만들어서 너무 덥지 않도록 하기도 합니다."

햇빛을 많이 받도록 거실 남쪽엔 큰 창을 만들었습니다. 유리창이 곳곳에 있어서 낮에는 조명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인터뷰> "매우 따뜻하죠. 아무런 난방도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그건 일단 단열이 잘 돼있기 때문이죠. 또 남향으로 온실이 있고 여기서 공짜로 열과 햇빛이 들어옵니다."

벽엔 30센티미터 이상 단열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때문에 바깥 날씨가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냉난방비가 절약됩니다. 주방 눈높이에 설치된 수도와 전기 계량기에도 섬세한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인터뷰>"일반적으로 계량기는 아래쪽에 거미와 함께 두곤 하죠. 하지만 우리는 높은 데 눈높이로 두어서 사용량을 잘 볼 수 있도록 했죠."

지난 2002년부터 백 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습니다. 요즘 이곳 마을의 전기 소비량은 이웃 마을의 절반 수준입니다. 난방이나 온수 사용량도 30%에 불과합니다. 자동차 클럽에 가입해 자동차가 없어도 빌려서 탈 수 있습니다. 거주민의 자동차 이용 거리는 전국 평균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에너지 소비가 줄었지만 설문조사 결과 주민들의 행복 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달라진 주택에 살면서 생활방식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바뀐 겁니다.

<인터뷰> 제니 오간(베드제드 홍보담당) : "환경 친화적인 이유가 아니라 편리함이나 그밖에 이유로 여기에 온 주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웃이 재활용을 하고 카클럽에 참여하는 걸 보고 ‘그게 정상적이구나. 하면서 그걸 따라 한 거죠. 직접 보면 믿게 되는 겁니다."

영국 정부는 베드제드의 성공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런던 근교에 마련된 친환경주택 전시장입니다.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주택들이 전시됐습니다. 주택마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1에서 6단계까지 등급이 매겨져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모든 신규 주택에 대해 탄소배출 제로인 6등급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시몬 가이(영국건축연구소 홍보부장) : "건축업자가 처음엔 낮은 등급을 목표로 하겠지만 점차로 등급을 높여가죠. 정부도 목표를 높일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등급 기준이 필요합니다. 낮은 등급에서 시작해서 점차 등급을 높여가는 거죠."

전통적으로 영국 국민은 오래된 집을 선호합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지은 지 백 년이 넘는 집이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런 집들을 허무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으로 역시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옛 벽돌집에도 단열재와 3중 유리창 그리고 태양광 발전 등을 설치합니다. 주택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체 배출양의 25%, 영국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80%를 줄일 계획입니다.

런던의 상주인구는 7백만 명, 여기에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당연히 교통 체증도 심각합니다. 런던이 선택한 해결책은, 새로운 도로건설이 아니라 교통의 녹색혁명입니다. 먼저 차량 이용 자체를 제한합니다.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 세를 부과한 겁니다. 때문에 직장인과 관광객이 몰리는 도심은 오히려 소통이 원활합니다. 당연히 탄소배출도 줄었습니다.

또 다른 녹색혁명은 자전겁니다. 버스 앞에 자전거가 갑니다. 자전거가 천천히 가고 심지어 버스 통행을 막더라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런던의 도로에서는 자전거가 차량보다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와 차량이 부딪히면 차량 운전자가 책임을 집니다. 런던 시는 지난해 6천대의 공용 자전거를 도입해 자전거 이용률을 더욱 높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보리스 존스(런던 시장) : "더 안전할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자전거 이용이 엄청나게 107% 늘었지만 자전거 사고는 25% 줄었습니다. 런던의 자동차, 버스나 택시 운전사는 지금보다 더욱 더 자전거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런던은 점점 더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가 되고 있고 우리는 그 추세를 더욱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영국의 상징인 2층 버스도 개혁 대상입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하이브리드 2층 버스를 개발해 올해부터 투입합니다.

<인터뷰> 크루어 레인저(런던 시장 교통자문관) : "멋진 디자인과 첨단의 그린에너지 기술을 결합해서 환경 친화적인 명물 버스를 만듭니다. 지구촌 운송 수단에서 또 하나의 빼어난 명물이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쇠락하던 영국의 공장 산업도 녹색혁명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전기 화물차 회사입니다. 3.5톤에서 12톤까지 다양한 전기 화물차를 만듭니다. 전국에 5천 대 가량의 전기화물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7.5톤 화물차입니다. 한번 충전에 120킬로미터를 달리고 최고 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차량 가격이 비싸지만 연료비가 적게 들고 각종 혼잡세나 주차료가 면제되는데다가 무료충전 혜택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우 맥앤드류(스미스 전기차 기술국장) : "혼잡세 구간을 이용할 경우 사실상 전기차 사용자들이 환급금을 받습니다. 혼잡세 구간에서 운행한 시간과 거리에 따라서 말입니다. 3년 반에서 5년 정도 환급금을 받으면 경제적인 균형이 이뤄지죠."

영국은 2015년까지 런던 시내 모든 회사의 공용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바닷가입니다. 일 년 내내 바람이 강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휴양지보다는 풍력발전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안개 속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단지가 지난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배를 타고 10킬로미터 가량 가면 거대한 풍력 단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백 미터가 넘는 백 대의 발전기가 30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인터뷰> 크리스 훈(영국 에너지 기후변화 장관) :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보다시피 우리는 햇빛은 별로 없죠. 하지만 바람은 많습니다."

영국은 지난 10년간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시작해 2007년 전체 전기의 5%를 재생에너지로 얻었습니다. 오는 2020년에는 30%를 재생에너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 중심에 해상풍력이 있습니다.

북해를 중심으로48기가와트의 해상풍력 건설 계획이 이미 마련됐습니다. 원전 48개 발전량에 맞먹습니다. 투자액이 140조 원을 넘고 일자리도 7만 개가 새로 생깁니다.

<인터뷰> 크리스 휴(영국 에너지 기후변화 장관) : "영국 안에서 더욱 많은 우리만의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합니다. 과거 우리가 석유나 가스 시장에서 보아왔듯이 에너지 부족사태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이건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 그리고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겁니다."

주택과 교통, 그리고 에너지의 녹색 혁명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80% 감축할 계획입니다. 영국의 일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현재 10.6톤, 우리나라 11.4톤보다 0.8톤이 적습니다. 녹색혁명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띄우려는 바람이 불더니 언제부턴지 잠잠합니다. 거리에서 자전거 타기 어려운 건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한다는 영국의 교통 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데요... 자동차를 도로의 주인으로 취급하는 정책이 유지되는 한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는 어렵겠죠.

친환경. 말이 아니라 실천과 성과가 필요합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