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과시병

2011. 4. 4. 09:35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박정희 식 홍보를 답습하고 있는 ...
정책과 정도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잔머리나 굴리고 있는 참모들도 문제다.


미디어 오늘 퍼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666

이명박 대통령의 ‘과시병’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30일 국산 고등 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지난해 12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바쁜 와중에도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예의 대통령의 ‘활약’을 크게 부각시켰다.

돌아보면 한두 건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자가발전’할 때도 있지만 대통령 본인 또는 청와대 등이 나서 적극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은 대개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했고, 대통령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3월 13일 이 대통령은 UAE 유전개발 참여를 발표하는 자리에 직접 나와 설명을 했고 이 장면은 국내 TV에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성과 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참모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중동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대통령의 막후 역할이 결정적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음은 물론이다. 언론들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과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과의 친분과 신뢰 관계를 십분 활용하는 개인기를 통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언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여간 철저한 보안 속에 UAE 측과의 유전협상을 진두지휘했고, 어려운 고비가 올 때마다 모하메드 왕세자를 상대로 직·간접적 설득작업을 통해 국면을 전환했다”.

물론 사실 그대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듯이, 정도가 지나쳐 보는 이에 따라선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피랍된 삼호주얼리호에 대한 ‘아데만의 여명’ 구출 작전 때도 똑같았다. 1월 25일자 경향신문 만평 내용처럼 “대통령 직접 발표→군사작전 특집보도→대통령 ‘막후 진두지휘’ 강조→아덴만 영웅=대통령” 공식대로 착착 진행됐다. 처음엔 “작전은 현지 부대가 판단해 진행하며, 청와대는 결과만 보고받을 뿐”이라고 하더니, 작전이 성공하자 대통령이 직접 나와 “저는 어제(20일) 국방부장관에게 인질 구출 작전을 명령했다”고 하는 등 앞뒤 안맞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 대통령은 3월 5일 회복한 석해균 선장을 방문해 “내가 작전을 지시해놓고 난 다음에 석 선장이 그렇게 돼 얼마나 마음에 부담이 됐는지 모른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과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직후인 지난 2008년 3월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산 초등학생 유괴 미수사건과 관련, 수사본부를 전격 방문해 일선 경찰들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활약상 덕분’(?)인지 범인은 실제 그로부터 몇 시간이 채 안돼 붙잡혔다.

“박정희식·북한식 현장지도”, “대통령이 직접 챙길 사안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시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청와대라는 구중궁궐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줄만 알았던 대통령이 ‘우리 편’이 되어 나타나 국민의 고충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민들 생각이 그때와 같을까?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이와 관련 “국민들은 대통령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권력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힘있는 집단의 이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른바 현장 지도나 해결사로 면모 과시는 국민들의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여의도 정치’와의 거리를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정치라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국민의 편에 선 권력임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한 1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의 이런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교과서 문제가 나왔지만 일본 돕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가수 김장훈씨의 인터뷰를 보고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이나 언론보다도 더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는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집권 초 ‘일산경찰서 방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게 이택광 교수의 견해다.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정권, 갈등 해결에 무능력한 정권임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도 당시와 상당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은 ‘국민을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지금 국민들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공공성’, ‘공정성’, ‘정의’, ‘원칙’, ‘신뢰’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런 변화를 잘 모르는 듯하다. 이렇게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을 못하니 같은 ‘과시’를 해도 지금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철 서강대 연구교수(사회과학연구소)는 “업적이라고 할 만한 뚜렷한 성과는 없는데 임기는 끝나가니 조급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특히 한국 정치가 미디어 중심으로 돌아가니 기획된 퍼포먼스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일종의 ‘연예사업’이 되고, 정치인이 예능인·인기인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택광 교수도 “최근 이 대통령의 행보는 ‘미션 해결’이라는 예능 프로그램과 많이 닮아 있다”면서 “사회 갈등, 야당과 갈등 해소 등 정치인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니 다시 ‘카리스마’를 회복하는 길은 ‘인기인’이 되는 길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 정치인이라기보다 인기인에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레임덕 현상, 국민들의 요구, 사회 갈등의 지속, 인기 관리, 정치의 예능화, 정치권의 견제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과시병’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치유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대통령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UAE 해외유전 개발의 경우처럼 ‘과장 논란’이 일거나, 훗날 심지어 사실과 다르다는 게 확인될 때는 그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혼자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