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몰락의 4가지 시나리오
2010. 12. 27. 00:28ㆍ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내가 볼때는, 경고성 메시지인 것 같다.
즉, 너무 비관적인 부분만 강조한 메시지로 보인다. 많은 부분이 설득력 있고 fact에 기반하긴 했지만... 미국이 몰락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나열된 자료일 뿐이다.
반대 증거도 많다. Google, Microsoft, Apple, IBM, Hp, GoldmanSachs, Mckinsey.. 이런 회사들은 어느 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Harvard, Stanford, Princeton, Yale, 이런 교육기관들은 어느 나라에 있는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어디인가? 정치제도가 가장 안정적인 나라는 어디인가? 수많은 이민들을 받아들여 국가의 인적자산을 불리고 있는, 그리고 넓은 땅덩어리로 인해 앞으로도 그럴 여력이 큰 나라는 어디인가? ....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지만, 그 나라의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과 덜떨어진 시민의식, 도농간 격차 등등 산적한 문제들을 본다면 미래가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 차라리 인도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이지만, 인도 역시 중국보다는 좀 낫지만 상당히 후진적인 정치 및 국민 의식 수준으로 인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이 몰락한다기 보다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만... 중국이나 인도같이 위험한 국가가 (사실 인도는 영국식 정치제도의 영향하에 그나마 완전 무대뽀 무개념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중국이 문제다.) 군사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국가도 그렇고 세계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빈곤과 독재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는 전쟁도 불가피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세계대전도 그래서 발발했다. 전세계가 미쳐 있었던 그 나날들...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텐데.
국제 깡패인 철부지 중국을 어떻게 철들게 만들 것인가가 오히려 관건인듯.
(아니면 스스로 몰락하게 만들던지... 중국이 민주국가가 되지 않은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게 된다면, 전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퍼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제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군사력 뿐이다. 미국은 언제쯤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될까? 미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30년이 지난 204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교수는 최근 미국 몰락의 시기가 이보다 훨씬 빠른 2025년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15년 후 미국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진보적 언론인 톰 엥겔하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칼럼 <미 제국의 쇠퇴와 몰락>을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맥코이 교수는 미 제국 몰락의 원인으로 경제적 쇠퇴, 군사적인 모험, 오일 쇼크, 제3차 세계 대전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현재까지처럼 아프간ㆍ이라크 침공 등 군사적 모험을 강행하면서 경제적 쇠퇴를 방치한다면 앞으로 15년 후에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고 제국으로서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쇠퇴하는 제국들의 역사적 사례를 들며 미국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만'에 눈이 가려진다면 탈레반 세력이나 중국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최소한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연착륙'이라도 성공시키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미국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 소비의 심각한 대외 의존성을 지적하며 오일 쇼크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칼럼에 대한 엥겔하트의 소개글과, 칼럼 본문의 전문(全文) 번역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알프레드 맥코이가 본 미국의 몰락 (톰 엥겔하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정보공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5만 건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 시도하며 워싱턴 정가를 떠도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각국 정부가 미국과 거래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우리를 좋아해서나 신뢰해서, 또는 우리가 비밀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몇몇 나라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또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존경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와 거래한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중요한 나라이며, 필수 불가결한 국가(indispensable nation)다."
그런 이야기는 일리 있어 보인다. 이는 명백히 지정학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워싱턴에서 완고하게 통용되는 국제정치적 시각 말이다. 게이츠 장관 외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미국을 "필수 불가결한 국가"라고 칭해 왔다. 게이츠 장관과 다른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의 필수불가결함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 역시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매주 발표되는 새로운 뉴스는 이런 현실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게이츠 등의 시각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만든 작은 단체인 위키리크스의 능력은 '지구의 유일한 초강대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정부가 드리운 비밀의 그늘에 빛을 밝히고 있다. 군사적, 정치적 지도자들은 이 그늘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를 좋아했다. 우리의 필수불가결성이 워싱턴에서조차 의심받기 시작한다면, 지구의 다른 곳에서 이는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한때 빛났던 '세계 보안관'의 배지는 이제 빛을 잃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 주의 도시인 다지 시에서는 미국이 스스로 믿어 왔던 '(국제적)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위키리크스 사태에 대한 가장 정확한 논평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사이먼 젠킨스의 칼럼이라고 생각한다. 젠킨스는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다양한 자료를 (단, 쌓여 가는 '전지구적 가십거리'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기로 하자) 이렇게 한 마디로 요약했다.
"미국의 돈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구호 물자에 지급되는 돈은 추적되지도, 감사를 받지도, 집계되지도 않는다. 인상깊은 것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무력하게 세계를 떠돌고 있으며 아무도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러시아,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예멘과 유엔(UN)은 모두 미국이 뭐라고 말하든 관심이 없다. 미국은 상처입은 야수와 같이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적이지만 힘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때때로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경우에는 이전의 '필수 불가결한' 제국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는 것이다. 또한 때때로는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도움이 된다. 알프레드 맥코이 교수는 최근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네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일별했다. 그는 최근 저서 <미국의 제국에서의 경찰 노릇하기 : 미국, 필리핀과 감시 국가의 부상 >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뤘다. 네 가지 시나리오는 우리의 '필수 불가결성'이 몇 년 내로 얼마나 빨리 사라지기 시작할지에 대해 기념비적이고 '필수 불가결한' 관점을 제공한다.
미 제국의 쇠퇴와 몰락 :
2025년 '미국의 세기'의 종말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알프레드 맥코이)
앞으로 40년, 미국이 원만하게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것이라고 보는가? 꿈도 꾸지 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는 어느 누구의 상상보다도 빨리 다가올 것이다. 미국 지도자들은 2040~50년에 미국의 세기가 끝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국내외의 분석은 '이미 승부는 났다'며 2025년에 그런 일이 닥칠 것이라고 본다. 2025년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15년 후다.
모든 제국들은 비할 데 없이 강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외로 취약한 조직 체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제국은 보통 급속도로 헝클어진다. 권력의 생태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민감한 것이다. 포르투갈은 1년 만에, 소련은 2년 만에, 프랑스는 8년 만에, 오스만 투르크는 11년 만에, 대영제국은 17년 만에 힘을 잃었고, 미국도 마찬가지로 22년 만에 이런 과정을 맞을 것이다. 미국에 결정적인 해는 2003년이었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분별없는 이라크 침공으로부터 미국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몰락에서는 과거의 많은 제국들과는 달리 도시가 불타고 민간인들이 살해되는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제국의 붕괴는 경제 붕괴와 사이버전 등의 양상을 보이며 비교적 조용히 올 것이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는 없다. 미국의 세계 지배가 마침내 끝나면 미국인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every walk of life) 이러한 권력의 상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매일 괴롭게 되새기게 될 것이다. 몇몇 유럽 국가들의 예에서 이미 제국의 쇠퇴는 사회에 비도덕적인 영향을 미치며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의 경제적 결핍을 수반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경제가 냉각되면 정치적 열기는 더해질 것이며 종종 국내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경제, 교육,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국력에 대한 자료를 종합하면 2020년까지 부정적인 경향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미국은 2030년 이전에 치명적인 순간을 맞을 것이다. 2차대전의 시작과 함께 그토록 의기양양하게 선언됐던 미국의 세기(American Century)는 그 후 80년째인 2025년에 빛이 바랠 것이고 2030년엔 지난 역사가 될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08년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가 처음으로 미국의 국력이 쇠퇴 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미래 예측 보고서인 <2025년 글로벌 트렌드>에서 이들은 "거칠게 말해 지금 세계에서는 서에서 동으로 부와 경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것이 "심지어 군사 분야까지를 포함하는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을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전례 없이" 감퇴시키는 기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처럼 이 위원회의 분석가들 역시 아주 길고 아주 점진적인 영향력의 약화를 예상했고 그 과정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몇십 년간 미국은 여전히 "전지구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진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런 행운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미국은 경제 면에서 2026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고 2050년에는 인도에도 뒤쳐질 것이다. 중국의 혁신 능력은 과학기술이나 군사기술 면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2020~30년경에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때쯤이면 미국의 능력있는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은퇴할 것이고 인력 대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세대의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의 계획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0년까지 죽어가는 제국을 살리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뛰어난 성능의 우주 로봇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로봇은 쇠퇴하는 경제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적 영향력을 유지해 보려는 미국의 마지막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퍼컴퓨터의 지원을 받는 중국의 통신용 인공위성 간의 네트워크가 완전히 가동될 것이고, 이는 중국에 우주의 무기화를 가능케 하는, 또 지구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영역에 대한 미사일 또는 사이버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통신 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을 갖추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영국이나 프랑스 정부가 그랬듯, 미국은 여전히 '제국의 오만'에 둘러싸여 있다. 백악관은 아직도 미국의 쇠퇴가 점진적이고, 부드럽게, 부분적으로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월의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2등으로 전락하는 것은 용납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며칠 후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역사상 강대국들은 경제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해외에서의 과도한 개입주의 때문에 몰락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역사가 폴 케네디의 예언에서 미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었다. 이와 유사하게 <포린어페어스> 11월호에서 신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사상적 대부인 조지프 나이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국가의 쇠퇴를) 신체적 기능의 쇠퇴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라고 말하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쇠퇴한다는 주장 일체를 부정했다.
자신들의 일자리가 해외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보통의 미국인들은 정치인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2010년 8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65%가 미국이 "쇠퇴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미 미국의 전통적 군사적 맹방인 호주와 터키는 자신들의 미제 무기를 중국과의 합동훈련에 쓰고 있다. 또한 이미 미국의 가장 긴밀한 경제적 협력국가들조차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번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뉴욕타임스> 헤드라인은 우울하게도 그 순간을 "오바마식 경제 관점, 세계무대에서 거절당하다…중국, 영국, 독일은 미국의 위치에 도전하고 있고 한미 FTA도 실패"라고 요약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문제는 미국이 한 번도 도전받은 적 없는 지구적 영향력을 잃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그 몰락이 얼마나 험하고 뒤틀린 길로 가느냐다. 현재 미국 지도층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대신 국가정보위원회가 채택한 미래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보면 미국의 미래에 대한 4가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시나리오들은 경착륙 또는 연착륙의 상황을 담고 있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2020년대에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미래를 예단하기에 앞서 지금 현재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4가지 시나리오는 경제적 쇠퇴, 오일 쇼크. 군사적 모험, 그리고 제3차 세계 대전이다. 비록 단지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지만, 이 시나리오들을 통해 미국의 쇠퇴 혹은 붕괴라는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1.경제적 쇠퇴 :
(가) 현재 상황
오늘날,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전 세계 경제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그 3가지는 교역량 감소로 인한 영향력 상실, 기술 혁신에서의 퇴조, 그리고 현 통화체계에서의 달러의 특권적 지위의 종말이다.
2008년 미국은 세계 상품 수출량에서 3위로 떨어졌다. 미국은 전세계 상품 수출량의 11%를 차지했고 중국은 12%, EU는 16%였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반전되리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을 선도해 온 미국의 리더십도 쇠퇴하고 있다. 2008년에 미국은 여전히 23만2000건의 특허를 받아 일본 다음으로 2위의 자리를 유지했으나 중국이 19만5000건으로 미국에 거의 근접했다. 미래의 쇠퇴를 예고하는 전조도 있다. 2009년 미국은 '정보 기술 혁신 재단'이 지난 10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혁신 기반 세계 경쟁력' 분야의 조사에서 40개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중국 국방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를 공개했다. '티안헤(天下)-1A'라는 이 컴퓨터는 한 미국 전문가가 "미국에 있는 현재 세계 제일의 컴퓨터를 가뿐히 제낄 것"이라고 말할 만큼 강력하다.
또한 미래의 과학자와 기술혁신을 선도할 인재를 키워낼 원천인 미국 교육 제도는 경쟁국들에 비해 명백히 실패의 증거를 보이고 있다. 십 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25~34세의 대학 졸업자 수는 2010년 12위로 주저앉았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과학 및 수학 분야의 연구 실적에서 미국을 136개 국가 중 중간 수준인 52위로 꼽았다. 과학 분야의 미국 대학 졸업자 중 절반 가까운 수는 외국인이며 이들은 한때 그랬듯 미국에 머물기보다는 대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시 말해 2025년이면 미국은 재능 있는 과학자의 심각한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향은 각국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IMF의 수석 연구위원이었던 케네스 로고프는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경제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 중반에는 세계 중앙은행이 4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원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음에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하나의 강력한 준비통화"에 기반을 둔 "인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달러) 일극 체제"를 끝낼 때라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 중앙은행 총재도 "개별 국가와 연동되지 않은" 준비통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별 국가와) 연동된 준비통화'란 바로 달러를 말한다. 이런 주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군사 질서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새 시대의 이정표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나) 2020년의 시나리오
외국에서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부채가 점점 불어나는 몇 년이 지난 후인 2020년, 달러는 오랜 예상대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잃었다. 제품 수입 가격은 갑자기 치솟았다. 미 국채의 가치 저하로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자 미국은 마침내 군사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국내외적인 압력으로 인해 미국은 수백 곳에 달하는 해외 미군기지에서 병력을 철수시켰지만 이 조치는 이미 너무 늦었다.
쇠퇴하는 초강대국이 국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인도, 이란, 러시아와 다른 강대국들은 바다와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의 미국의 지배에 대해 도발적으로 도전해 왔다. 물가와 실업률은 치솟고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의 분열은 종종 폭력 충돌과 극심한 의견 대립을 낳았다. 이런 경향은 경제와는 별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환멸과 절망의 정치적 기조를 타고 극우파들이 온갖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세계를 군사적 경제적 보복으로 위협하며 미국의 권위에 대한 존경을 강요했다. 하지만 미국의 세기가 침묵 속에 끝나 가는 것에 세계 누구도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2.오일 쇼크 :
(가) 현재 상황
쇠퇴하는 미국의 경제력은 원유 공급의 제한이라는 또 하나의 희생을 강요했다. 체질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을 제치고 중국은 2010년 여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이 자리는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차지했던 자리다.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이 변화가 중국이 "우리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결정권을 틀어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2025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의 절반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들이 에너지에 굶주린 유럽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할 것이다. 원유 매장량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경고했듯이 러시아와 이란 두 국가가 15년 내에 "에너지 왕초로 떠오를 것"이다.
이런 주목할 만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원유 공급자들은 쉽고 값싸게 추출할 수 있는 원유를 계속 퍼내고 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의 원흉인 BP사의 원유 시추 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이 주는 진짜 교훈은 이 회사의 엉성한 안전 기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필캠'을 통해 보고 있었던 단순한 사실이다. 에너지 대기업 중의 하나인 BP도 이윤을 높이기 위해 클레어가 '힘든 기름'이라고 부른, 수면 아래 수 km에 달하는 곳에 묻혀 있는 기름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멕시코만 사태의 진짜 교훈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는 중국과 인도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공급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고 해도(그렇지도 않겠지만) 수요 증가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가격 상승은 매우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 위협에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는 거의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대신 지난 30년간 원유 수입 의존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1973년 36%였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07년 66%까지 치솟았다.
(나) 2025년의 시나리오
미국은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계속 유지했고 2025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는 오일 쇼크가 야기됐다. 한달새 원유값이 4배로 폭등했던 1973년 오일 쇼크도 이번 오일쇼크에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장관 회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고, 폭락하는 달러가치에 화가 난 이들은 앞으로 원유값을 엔, 위안, 유로의 바스켓을 구성해 지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조치는 오직 미국의 원유 수입가를 더욱 폭등시켰다. 이와 동시에 중국과 장기 계약을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들의 준비통화를 달러에서 위안으로 바꿈으로써 외환 사정을 안정시켰다. 중국은 엄청난 투자를 통해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대량의 원유 파이프라인을 설치했고,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페르시아만의 사우스 파스에서 이뤄진 이란의 천연가스 탐사에도 투자했다.
미국 해군이 더 이상 페르시아만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유조선을 보호할 수 없게 되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새로이 걸프 동맹을 맺고, 항공모함을 포함한 중국 함대가 오만 만(灣)을 근거지로 페르시아만 순찰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영국은 인도양의 섬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기지 임차를 중단했고, 호주 정부 역시 중국의 압력으로 인해 프리멘틀 항구를 미군의 태평양 함대인 제7함대의 모항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 측에 통보해 왔다. 이 항구를 빼앗김으로 인해 미 해군은 인도양에서 쫓겨났다.
고작 책상 위에서 펜대 몇 번 굴리고 몇 차례의 간단한 언론 발표를 가진 후, 미국 군사력으로 페르시아만을 영원히 보호한다는 계획이었던 (1979년의) '카터 독트린'은 2025년 종말을 맞았다. 미국으로 하여금 이 지역으로부터 값싼 원유를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던 모든 요소, 즉 병참 계획, 환율, 해군력 등은 모두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 여전히 미국은 대체 에너지로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12%만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량을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오일 쇼크는 미국을 허리케인과 같이 강타했다. 물가는 경악할 만큼 올라갔고, 여행 비용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비싸졌으며, 오랫동안 계속 감소했던 실질임금은 자유낙하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미국의 모든 수출품은 경쟁력을 잃었다. 실내 온도계는 계속 내려갔고, 휘발유값은 천정까지 치솟았으며, 달러는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느라 해외에 계속 흘러나갔고, 미국 경제는 마비됐다. 오랜 동맹관계도 무너졌고 재정 압박이 치솟으면서 해외 주둔 미군은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
겨우 몇 년 만에 미국은 기능적 파탄을 맞았고 미국의 세기는 종말의 시각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3. 군사적 모험 :
(가) 현재 상황
직관적인 판단과는 반대로,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제국은 무분별한 군사행동을 보이곤 한다. 이런 현상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는 제국의 '소군국주의(micro-militarism)'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일시적이고 대재앙을 초래한다 할지라도 새로운 영토를 차지함으로써 후퇴 또는 패배의 상처의 달래기 위한 심리적 보상행위의 일종이다. 하지만 이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봐도 비합리적인 이런 작전은 국력 손실을 가속화하는 굴욕적인 패배나 재정 출혈을 가져올 뿐이다.
역사를 보면 궁지에 몰린 제국들은 오만으로 인해 더욱 몰락을 부채질했다. 오만으로 인한 군사적 실수는 그들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안겼다. 기원전 413년 이미 약화될 대로 약화된 아테네는 200척의 함대를 시칠리아에 파견했는데 이 함대는 전멸했다. 1921년 죽어가던 스페인 제국은 2만 명의 병사를 모로코에 보냈고 이들은 베르베르 게릴라에 의해 대패했다. 1956년 저물어가던 대영제국은 수에즈를 공격함으로써 망신을 자초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고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수천 년 동안 제국들이 그랬듯, 미국도 오만을 부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규모를 10만 명으로 늘렸고 파키스탄까지 전선을 확대했으며 2014년이나 그 이후까지 군사 개입을 계속함으로써 이 게릴라들이 횡행하고 핵으로 무장한 '제국들의 무덤'에서 크고 작은 여러 재앙을 초래했다.
(나) 2014년의 시나리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소군국주의'의 시나리오는 곧 실제 상황이 됐다.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필리핀에 걸쳐 한정된 전력으로 넓은 전장을 감당해야 했고, 이스라엘, 이란, 한국에서 긴장은 고조됐다. 재앙에 가까운 군사 위기를 위한 조합이 완벽하게 갖춰진 셈이다.
2014년 한여름, 규모가 많이 줄어든 미군 수비대가 지키는 아프간 남부의 전략 요충지 칸다하르는 탈레반 게릴라에 의해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함락됐다. 미군 항공 전력이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지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 생긴 일이었다. 미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당황한 미군 사령관은 복수를 위해 B-1폭격기와 F-16전투기를 동원해, 탈레반의 수중으로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이 도시 주변을 전부 파괴했다. 일명 '스푸키(으스스한 것)'로 불리는 미군의 AC-130U 지상공격기는 가공할 화력을 뿜어 땅을 호미와 가래로 고르듯 지역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그러자 이 지역 전체의 이슬람 예배당에서 성직자들이 지하드(성전)를 선포했다. 미군으로부터 전쟁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오랜 훈련을 받은 아프간 정규군은 단체로 탈영하기 시작했다. 곧 탈레반 전사들은 이 나라 곳곳에서 놀랍도록 정교한 무기로 미군 수비대를 공격했고 미군 인명 피해는 급격히 증가했다. 1975년 베트남의 사이공(현재의 호치민 시)에서의 장면을 연상시키며, 미군 헬리콥터는 카불과 칸다하르에서 지붕 위에 올라와 있는 미국 군인과 민간인들을 구조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교착 상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석유수출국기구(OPEC) 지도자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는 것과 중동 지방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의 무슬림들을 살해한 것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미국에 새로운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가했다. 휘발유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유전은 말라 가자 미국은 또다른 행동에 착수했다. 특수작전군을 보내 페르시아만의 유전을 포위하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는 엄청난 수의 자살폭탄 공격과 송유관과 유정에서의 사보타지(태업)를 불러왔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했고 유엔에서는 외교관들이 들고 일어나 미국의 군사행동을 맹렬히 비난했다. 세계 사람들은 역사를 뒤돌아보며 1956년 대영제국의 종막을 알렸던 영국의 수에즈 공격에 빗대 이를 '미국의 수에즈'라고 논평했다.
4. 제3차 세계 대전 :
(가) 현재 상황
2010년 여름, 한때 '미국의 호수'로 불렸던 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다. 2차대전 이후로 미국이 영국과 동맹을 맺고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잠식했듯이,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무역에서 챙긴 이득으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로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넘쳐나는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자신의 것으로 요구했다. 이 해역은 미 해군의 지배하에 있었다. 지난 8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국익'을 운운하며 해군 훈련을 하자 중국의 이런 주장은 더욱 강해졌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행동에 격분하며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맞붙는 것(wrestling)은 지구의 진정한 미래의 지배자가 누가 될지를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 미 국방부는 중국이 지금 "서태평양에서 미 항공모함을 공격할 능력이 있"으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핵전쟁, 사이버 전쟁, 우주전쟁에서 공세적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현대전의 모든 전장에서의 정보능력"의 지배권을 놓고 미국과 대결을 벌일 결심인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신세대 로켓인 '창정 5호' 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또한 2010년 1월과 7월 등 총 5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전지구적인 교통, 통신, 정찰 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전지구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공중 및 우주 장비들 간의 전자 네트워크와 진보된 사이버전 능력, 전자 감시 체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통합된 시스템을 통해 지구를 전자 그물망으로 뒤덮어, 한 나라 군대 전체를 장님으로 만들 수 있고, 또 황야에 있거나 빈민가에 웅크리고 있는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2020년에 미 국방부는 세 겹으로 된 우주 무인정찰기의 방어망을 쏘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어망은 성층권에서 대기권 외부에 걸쳐 있으며, 미사일로 무장했고, 탄력적인 모듈 식의 위성 시스템과 연동되고, 완벽한 위성 감시 체계를 통해 작동된다.
지난 4월 국방부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들은 X-37B라는 무인 우주 왕복선을 지상 약 257km 궤도에 쏘아 올림으로써 무인정찰기의 작전 범위를 대기권 밖까지 확장했다. X-37B는 우주의 무기화를 처음으로 실현함으로써 무인 기기의 새로운 세대를 열었고 미래전의 새로운 전장을 만들어냈다.
(나) 2025년의 시나리오
우주 및 사이버전 기술은 너무 새롭고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지금은) 매우 기이한 것처럼 보이는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많다. 미 공군이 2009년 자체 제작한 '미래전 능력 연습'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보면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이 전쟁에서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세계 대전이 어떻게 실현될지를 상상할 수 있다.
2025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최신 중국산 전자제품의 할인판매를 찾아 헤매는 사이버 쇼핑객들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는 동안, 하와이 마우이 섬의 기지에서 커피를 마시던 미 공군 우주감시팀(SST)의 기술자들은 그들의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온통 까맣게 변해 버린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텍사스의 사이버전 사령부 관계자들은 악성 코드를 발견했고, 비록 작성자는 익명으로 돼 있었지만 그들은 그 코드의 전자적 특성에서 뚜렷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공공연히 이루어진 공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의 '악성 코드'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 위 11만km 상공에 떠 있는, 태양열 전지로 구동되는 미국의 무인정찰기 '벌쳐'(독수리)를 장악해버린 것이다. 이 정찰기는 갑자기 모든 무기를 자그마치 120미터나 되는 자신의 날개 밑으로 발사했고, 치명적인 위력의 미사일 몇십 발도 공허하게 황해로 떨어졌으며, 가공할 만한 이 무기는 효과적으로 무장 해제됐다.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기로 한 미국 백악관은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 미국의 "지적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F-6 위성 시스템이 난공불락일 거라 확신하며, 캘리포니아 주둔 미 공군 사령관은 지상 400km 궤도에 있는 X-37B 편대에 중국 인공위성 35개를 '트리플 터미네이터' 미사일로 끝장내 버리라는 명령을 전자 코드화해 전송했다. 응답이 없었다.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미 공군은 태평양 상공 160km 지점으로 초음속 비행체 '팔콘'(매)을 발진시켰고, 20분 후 그 지점에서 가까운 궤도에 있는 중국 위성 7개에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담은 컴퓨터 코드를 발송했다. 발사 코드도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발(發) 컴퓨터 바이러스가 F-6 위성 시스템에 통제 불능으로 퍼져 나갔고, 세계 2위의 성능을 보유한 미국 수퍼컴퓨터는 이 바이러스의 지독히도 복잡한 악성 코드를 푸는 데 실패했다. GPS 정보는 미군 함선과 항공기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함대와 항공 전력도 무력화됐다. 항공모함 전단은 태평양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고, 전투기 편대는 지상에 발이 묶여 있었으며, 무인정찰기는 목표도 없이 지평선을 향해 날다가 연료가 다하면 떨어져 폭발했다. 미국은 갑자기 미 공군이 "최종 전장"이라고 불렀던 것, 즉 우주를 잃었다. 겨우 몇 시간 만에 한때 한 세기 넘게 지구를 지배했던 미국 군사력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제3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했다.
새로운 세계 질서?
설사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일이 이 4가지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것보다는 다소 나은 모습일지라도, 모든 뚜렷한 경향들에서 2025년까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쇠퇴할 것이며 이는 현재 미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으로 일어날 것임을 읽을 수 있다.
세계에 퍼진 미국의 동맹국들은 새로운 아시아의 강대국이 떠오르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또 그들은 800개 이상의 해외 주둔 기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미국이 감당할 수 없기에 결국 내키지 않더라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이 때문에 동맹국들은 그들의 (친미적인)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무기화하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강대국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며 2025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 서술된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2차대전 후 유럽의 여러 제국들에서 그랬듯이 이 부정적인 요소들이 시너지(상승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각 요소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합해 미국인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고, 경제는 하강의 소용돌이를 그릴 것이며, 이 나라는 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비참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 미래의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스펙트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새로운 전지구적 초강대국의 부상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둘 모두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로마자(알파벳)와는 상이한 문자 체계와 그들의 지역적 방어 전략, 법 체계의 미발달은 그들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전지구적으로 확대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계승할 유일한 초강대국은 출현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좀더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지구의 미래도 이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놓여 있다. 초국적 기업 연합, 나토(NATO)와 같은 다국적군, 국제 금융 엘리트들이 국가 단위가 아닌 새로운 체제로 결합해 불안정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국가 단위의 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초국적 기업과 다문화 엘리트는 안전한 도시 지역을 지배할 것이고 다수의 사람들은 도시화에서 소외된,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황무지에 버려질 것이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의 저자인 마이크 데이비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이런 '슬럼의 행성'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십 억의 사람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슬럼에 몰려 있으며 2030년이면 20억 명이 그런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21세기의 전장(戰場)인 제3세계의 '우울하고 실패한 도시'"가 출현할 것이며, 미래의 슬럼가에 어둠이 정착하면 "제국은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1984>에서나 나온 것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의 호넷(말벌) 헬리콥터와 같은 무장 헬리콥터가 슬럼 구역의 좁은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을 추적할 것이고, 매일 아침 슬럼은 자살폭탄테러와 분노의 외침으로 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이 쇠퇴하는 영국, 독일, 일본, 미국과 2020~40년 정도에 일종의 과점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는 1900년경 유럽 제국들의 느슨한 동맹이 전 인류의 절반 정도를 지배했던 모습과 유사할 것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근대적 제국 출현 이전에 있었던 국제 체제를 연상시키는, '지역 헤게모니'의 부상이다. 이 '신 베스트팔렌적'인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 이후 베스트팔렌 체제와 유사한) 세계 질서에서는, 소소한 무력 분쟁과 대책 없는 착취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각각의 헤게모니 국가들이 지역을 분할 지배할 것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미국은 북미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주와 사이버공간, 심해 공간은 이전의 '세계 경찰'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국제 공동 관리 구역으로 남거나 유엔 안보리나 새로운 어떤 행위자의 관리 하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모든 시나리오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최강대국이었다는 오만으로 눈이 멀어, 지구적 영향력이 쇠퇴하는 현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취하지 못했다는 가정에 기반해 추론한 것이다.
미국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22년의 과정을 거쳐 쇠퇴한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 처음 10년을 전쟁으로 낭비했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 장기간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했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수 조 달러를 마치 사막에 물을 붓듯이 낭비했다.
겨우 15년이 남았지만 그 기간도 낭비해버릴 공산이 크다. 의회와 대통령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정치 제도는 기업들의 로비 자금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는 정작 중요한 사업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위협받는 안보, 시들어가는 교육제도, 구식의 에너지 보급 시스템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제안도 없다. 이런 이슈들이야말로 그나마 미국의 역할과 세계의 번영을 극대화할 미국의 '연착륙'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충분히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부문들인데도 말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제국들은 사라졌고 미국의 제국도 사라져 가고 있다. 영국은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번영을 보존했으며 스스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가치를 보존해 역사에 넘겼다. 미국이 영국 만큼의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을지 점점 의심이 간다.
즉, 너무 비관적인 부분만 강조한 메시지로 보인다. 많은 부분이 설득력 있고 fact에 기반하긴 했지만... 미국이 몰락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나열된 자료일 뿐이다.
반대 증거도 많다. Google, Microsoft, Apple, IBM, Hp, GoldmanSachs, Mckinsey.. 이런 회사들은 어느 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Harvard, Stanford, Princeton, Yale, 이런 교육기관들은 어느 나라에 있는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어디인가? 정치제도가 가장 안정적인 나라는 어디인가? 수많은 이민들을 받아들여 국가의 인적자산을 불리고 있는, 그리고 넓은 땅덩어리로 인해 앞으로도 그럴 여력이 큰 나라는 어디인가? ....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지만, 그 나라의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과 덜떨어진 시민의식, 도농간 격차 등등 산적한 문제들을 본다면 미래가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 차라리 인도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이지만, 인도 역시 중국보다는 좀 낫지만 상당히 후진적인 정치 및 국민 의식 수준으로 인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이 몰락한다기 보다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만... 중국이나 인도같이 위험한 국가가 (사실 인도는 영국식 정치제도의 영향하에 그나마 완전 무대뽀 무개념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중국이 문제다.) 군사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국가도 그렇고 세계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빈곤과 독재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는 전쟁도 불가피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세계대전도 그래서 발발했다. 전세계가 미쳐 있었던 그 나날들...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텐데.
국제 깡패인 철부지 중국을 어떻게 철들게 만들 것인가가 오히려 관건인듯.
(아니면 스스로 몰락하게 만들던지... 중국이 민주국가가 되지 않은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게 된다면, 전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제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군사력 뿐이다. 미국은 언제쯤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될까? 미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30년이 지난 204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교수는 최근 미국 몰락의 시기가 이보다 훨씬 빠른 2025년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15년 후 미국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진보적 언론인 톰 엥겔하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칼럼 <미 제국의 쇠퇴와 몰락>을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맥코이 교수는 미 제국 몰락의 원인으로 경제적 쇠퇴, 군사적인 모험, 오일 쇼크, 제3차 세계 대전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현재까지처럼 아프간ㆍ이라크 침공 등 군사적 모험을 강행하면서 경제적 쇠퇴를 방치한다면 앞으로 15년 후에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고 제국으로서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쇠퇴하는 제국들의 역사적 사례를 들며 미국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만'에 눈이 가려진다면 탈레반 세력이나 중국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최소한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연착륙'이라도 성공시키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미국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 소비의 심각한 대외 의존성을 지적하며 오일 쇼크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칼럼에 대한 엥겔하트의 소개글과, 칼럼 본문의 전문(全文) 번역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알프레드 맥코이가 본 미국의 몰락 (톰 엥겔하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정보공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5만 건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 시도하며 워싱턴 정가를 떠도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각국 정부가 미국과 거래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우리를 좋아해서나 신뢰해서, 또는 우리가 비밀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몇몇 나라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또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존경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와 거래한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중요한 나라이며, 필수 불가결한 국가(indispensable nation)다."
그런 이야기는 일리 있어 보인다. 이는 명백히 지정학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워싱턴에서 완고하게 통용되는 국제정치적 시각 말이다. 게이츠 장관 외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미국을 "필수 불가결한 국가"라고 칭해 왔다. 게이츠 장관과 다른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의 필수불가결함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 역시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매주 발표되는 새로운 뉴스는 이런 현실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게이츠 등의 시각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만든 작은 단체인 위키리크스의 능력은 '지구의 유일한 초강대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정부가 드리운 비밀의 그늘에 빛을 밝히고 있다. 군사적, 정치적 지도자들은 이 그늘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를 좋아했다. 우리의 필수불가결성이 워싱턴에서조차 의심받기 시작한다면, 지구의 다른 곳에서 이는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한때 빛났던 '세계 보안관'의 배지는 이제 빛을 잃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 주의 도시인 다지 시에서는 미국이 스스로 믿어 왔던 '(국제적)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위키리크스 사태에 대한 가장 정확한 논평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사이먼 젠킨스의 칼럼이라고 생각한다. 젠킨스는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다양한 자료를 (단, 쌓여 가는 '전지구적 가십거리'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기로 하자) 이렇게 한 마디로 요약했다.
"미국의 돈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구호 물자에 지급되는 돈은 추적되지도, 감사를 받지도, 집계되지도 않는다. 인상깊은 것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무력하게 세계를 떠돌고 있으며 아무도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러시아,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예멘과 유엔(UN)은 모두 미국이 뭐라고 말하든 관심이 없다. 미국은 상처입은 야수와 같이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적이지만 힘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때때로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경우에는 이전의 '필수 불가결한' 제국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는 것이다. 또한 때때로는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도움이 된다. 알프레드 맥코이 교수는 최근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네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일별했다. 그는 최근 저서 <미국의 제국에서의 경찰 노릇하기 : 미국, 필리핀과 감시 국가의 부상 >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뤘다. 네 가지 시나리오는 우리의 '필수 불가결성'이 몇 년 내로 얼마나 빨리 사라지기 시작할지에 대해 기념비적이고 '필수 불가결한' 관점을 제공한다.
미 제국의 쇠퇴와 몰락 :
2025년 '미국의 세기'의 종말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알프레드 맥코이)
앞으로 40년, 미국이 원만하게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것이라고 보는가? 꿈도 꾸지 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는 어느 누구의 상상보다도 빨리 다가올 것이다. 미국 지도자들은 2040~50년에 미국의 세기가 끝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국내외의 분석은 '이미 승부는 났다'며 2025년에 그런 일이 닥칠 것이라고 본다. 2025년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15년 후다.
모든 제국들은 비할 데 없이 강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외로 취약한 조직 체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제국은 보통 급속도로 헝클어진다. 권력의 생태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민감한 것이다. 포르투갈은 1년 만에, 소련은 2년 만에, 프랑스는 8년 만에, 오스만 투르크는 11년 만에, 대영제국은 17년 만에 힘을 잃었고, 미국도 마찬가지로 22년 만에 이런 과정을 맞을 것이다. 미국에 결정적인 해는 2003년이었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분별없는 이라크 침공으로부터 미국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몰락에서는 과거의 많은 제국들과는 달리 도시가 불타고 민간인들이 살해되는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제국의 붕괴는 경제 붕괴와 사이버전 등의 양상을 보이며 비교적 조용히 올 것이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는 없다. 미국의 세계 지배가 마침내 끝나면 미국인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every walk of life) 이러한 권력의 상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매일 괴롭게 되새기게 될 것이다. 몇몇 유럽 국가들의 예에서 이미 제국의 쇠퇴는 사회에 비도덕적인 영향을 미치며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의 경제적 결핍을 수반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경제가 냉각되면 정치적 열기는 더해질 것이며 종종 국내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경제, 교육,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국력에 대한 자료를 종합하면 2020년까지 부정적인 경향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미국은 2030년 이전에 치명적인 순간을 맞을 것이다. 2차대전의 시작과 함께 그토록 의기양양하게 선언됐던 미국의 세기(American Century)는 그 후 80년째인 2025년에 빛이 바랠 것이고 2030년엔 지난 역사가 될 것이다.
▲ '미국의 세기'는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연합뉴스(자료사진) |
주목할 만한 것은 2008년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가 처음으로 미국의 국력이 쇠퇴 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미래 예측 보고서인 <2025년 글로벌 트렌드>에서 이들은 "거칠게 말해 지금 세계에서는 서에서 동으로 부와 경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것이 "심지어 군사 분야까지를 포함하는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을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전례 없이" 감퇴시키는 기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처럼 이 위원회의 분석가들 역시 아주 길고 아주 점진적인 영향력의 약화를 예상했고 그 과정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몇십 년간 미국은 여전히 "전지구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진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런 행운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미국은 경제 면에서 2026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고 2050년에는 인도에도 뒤쳐질 것이다. 중국의 혁신 능력은 과학기술이나 군사기술 면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2020~30년경에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때쯤이면 미국의 능력있는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은퇴할 것이고 인력 대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세대의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의 계획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0년까지 죽어가는 제국을 살리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뛰어난 성능의 우주 로봇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로봇은 쇠퇴하는 경제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적 영향력을 유지해 보려는 미국의 마지막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퍼컴퓨터의 지원을 받는 중국의 통신용 인공위성 간의 네트워크가 완전히 가동될 것이고, 이는 중국에 우주의 무기화를 가능케 하는, 또 지구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영역에 대한 미사일 또는 사이버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통신 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을 갖추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영국이나 프랑스 정부가 그랬듯, 미국은 여전히 '제국의 오만'에 둘러싸여 있다. 백악관은 아직도 미국의 쇠퇴가 점진적이고, 부드럽게, 부분적으로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월의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2등으로 전락하는 것은 용납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며칠 후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역사상 강대국들은 경제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해외에서의 과도한 개입주의 때문에 몰락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역사가 폴 케네디의 예언에서 미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었다. 이와 유사하게 <포린어페어스> 11월호에서 신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사상적 대부인 조지프 나이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국가의 쇠퇴를) 신체적 기능의 쇠퇴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라고 말하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쇠퇴한다는 주장 일체를 부정했다.
자신들의 일자리가 해외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보통의 미국인들은 정치인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2010년 8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65%가 미국이 "쇠퇴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미 미국의 전통적 군사적 맹방인 호주와 터키는 자신들의 미제 무기를 중국과의 합동훈련에 쓰고 있다. 또한 이미 미국의 가장 긴밀한 경제적 협력국가들조차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번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뉴욕타임스> 헤드라인은 우울하게도 그 순간을 "오바마식 경제 관점, 세계무대에서 거절당하다…중국, 영국, 독일은 미국의 위치에 도전하고 있고 한미 FTA도 실패"라고 요약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문제는 미국이 한 번도 도전받은 적 없는 지구적 영향력을 잃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그 몰락이 얼마나 험하고 뒤틀린 길로 가느냐다. 현재 미국 지도층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대신 국가정보위원회가 채택한 미래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보면 미국의 미래에 대한 4가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시나리오들은 경착륙 또는 연착륙의 상황을 담고 있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2020년대에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미래를 예단하기에 앞서 지금 현재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4가지 시나리오는 경제적 쇠퇴, 오일 쇼크. 군사적 모험, 그리고 제3차 세계 대전이다. 비록 단지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지만, 이 시나리오들을 통해 미국의 쇠퇴 혹은 붕괴라는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1.경제적 쇠퇴 :
(가) 현재 상황
오늘날,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전 세계 경제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그 3가지는 교역량 감소로 인한 영향력 상실, 기술 혁신에서의 퇴조, 그리고 현 통화체계에서의 달러의 특권적 지위의 종말이다.
2008년 미국은 세계 상품 수출량에서 3위로 떨어졌다. 미국은 전세계 상품 수출량의 11%를 차지했고 중국은 12%, EU는 16%였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반전되리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을 선도해 온 미국의 리더십도 쇠퇴하고 있다. 2008년에 미국은 여전히 23만2000건의 특허를 받아 일본 다음으로 2위의 자리를 유지했으나 중국이 19만5000건으로 미국에 거의 근접했다. 미래의 쇠퇴를 예고하는 전조도 있다. 2009년 미국은 '정보 기술 혁신 재단'이 지난 10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혁신 기반 세계 경쟁력' 분야의 조사에서 40개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중국 국방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를 공개했다. '티안헤(天下)-1A'라는 이 컴퓨터는 한 미국 전문가가 "미국에 있는 현재 세계 제일의 컴퓨터를 가뿐히 제낄 것"이라고 말할 만큼 강력하다.
또한 미래의 과학자와 기술혁신을 선도할 인재를 키워낼 원천인 미국 교육 제도는 경쟁국들에 비해 명백히 실패의 증거를 보이고 있다. 십 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25~34세의 대학 졸업자 수는 2010년 12위로 주저앉았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과학 및 수학 분야의 연구 실적에서 미국을 136개 국가 중 중간 수준인 52위로 꼽았다. 과학 분야의 미국 대학 졸업자 중 절반 가까운 수는 외국인이며 이들은 한때 그랬듯 미국에 머물기보다는 대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시 말해 2025년이면 미국은 재능 있는 과학자의 심각한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향은 각국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IMF의 수석 연구위원이었던 케네스 로고프는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경제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 중반에는 세계 중앙은행이 4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원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음에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하나의 강력한 준비통화"에 기반을 둔 "인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달러) 일극 체제"를 끝낼 때라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 중앙은행 총재도 "개별 국가와 연동되지 않은" 준비통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별 국가와) 연동된 준비통화'란 바로 달러를 말한다. 이런 주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군사 질서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새 시대의 이정표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나) 2020년의 시나리오
외국에서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부채가 점점 불어나는 몇 년이 지난 후인 2020년, 달러는 오랜 예상대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잃었다. 제품 수입 가격은 갑자기 치솟았다. 미 국채의 가치 저하로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자 미국은 마침내 군사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국내외적인 압력으로 인해 미국은 수백 곳에 달하는 해외 미군기지에서 병력을 철수시켰지만 이 조치는 이미 너무 늦었다.
쇠퇴하는 초강대국이 국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인도, 이란, 러시아와 다른 강대국들은 바다와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의 미국의 지배에 대해 도발적으로 도전해 왔다. 물가와 실업률은 치솟고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의 분열은 종종 폭력 충돌과 극심한 의견 대립을 낳았다. 이런 경향은 경제와는 별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환멸과 절망의 정치적 기조를 타고 극우파들이 온갖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세계를 군사적 경제적 보복으로 위협하며 미국의 권위에 대한 존경을 강요했다. 하지만 미국의 세기가 침묵 속에 끝나 가는 것에 세계 누구도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2.오일 쇼크 :
(가) 현재 상황
쇠퇴하는 미국의 경제력은 원유 공급의 제한이라는 또 하나의 희생을 강요했다. 체질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을 제치고 중국은 2010년 여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이 자리는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차지했던 자리다.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이 변화가 중국이 "우리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결정권을 틀어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2025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의 절반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들이 에너지에 굶주린 유럽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할 것이다. 원유 매장량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경고했듯이 러시아와 이란 두 국가가 15년 내에 "에너지 왕초로 떠오를 것"이다.
이런 주목할 만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원유 공급자들은 쉽고 값싸게 추출할 수 있는 원유를 계속 퍼내고 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의 원흉인 BP사의 원유 시추 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이 주는 진짜 교훈은 이 회사의 엉성한 안전 기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필캠'을 통해 보고 있었던 단순한 사실이다. 에너지 대기업 중의 하나인 BP도 이윤을 높이기 위해 클레어가 '힘든 기름'이라고 부른, 수면 아래 수 km에 달하는 곳에 묻혀 있는 기름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멕시코만 사태의 진짜 교훈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는 중국과 인도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공급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고 해도(그렇지도 않겠지만) 수요 증가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가격 상승은 매우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 위협에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는 거의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대신 지난 30년간 원유 수입 의존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1973년 36%였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07년 66%까지 치솟았다.
(나) 2025년의 시나리오
미국은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계속 유지했고 2025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는 오일 쇼크가 야기됐다. 한달새 원유값이 4배로 폭등했던 1973년 오일 쇼크도 이번 오일쇼크에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장관 회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고, 폭락하는 달러가치에 화가 난 이들은 앞으로 원유값을 엔, 위안, 유로의 바스켓을 구성해 지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조치는 오직 미국의 원유 수입가를 더욱 폭등시켰다. 이와 동시에 중국과 장기 계약을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들의 준비통화를 달러에서 위안으로 바꿈으로써 외환 사정을 안정시켰다. 중국은 엄청난 투자를 통해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대량의 원유 파이프라인을 설치했고,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페르시아만의 사우스 파스에서 이뤄진 이란의 천연가스 탐사에도 투자했다.
미국 해군이 더 이상 페르시아만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유조선을 보호할 수 없게 되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새로이 걸프 동맹을 맺고, 항공모함을 포함한 중국 함대가 오만 만(灣)을 근거지로 페르시아만 순찰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영국은 인도양의 섬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기지 임차를 중단했고, 호주 정부 역시 중국의 압력으로 인해 프리멘틀 항구를 미군의 태평양 함대인 제7함대의 모항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 측에 통보해 왔다. 이 항구를 빼앗김으로 인해 미 해군은 인도양에서 쫓겨났다.
고작 책상 위에서 펜대 몇 번 굴리고 몇 차례의 간단한 언론 발표를 가진 후, 미국 군사력으로 페르시아만을 영원히 보호한다는 계획이었던 (1979년의) '카터 독트린'은 2025년 종말을 맞았다. 미국으로 하여금 이 지역으로부터 값싼 원유를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던 모든 요소, 즉 병참 계획, 환율, 해군력 등은 모두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 여전히 미국은 대체 에너지로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12%만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량을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오일 쇼크는 미국을 허리케인과 같이 강타했다. 물가는 경악할 만큼 올라갔고, 여행 비용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비싸졌으며, 오랫동안 계속 감소했던 실질임금은 자유낙하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미국의 모든 수출품은 경쟁력을 잃었다. 실내 온도계는 계속 내려갔고, 휘발유값은 천정까지 치솟았으며, 달러는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느라 해외에 계속 흘러나갔고, 미국 경제는 마비됐다. 오랜 동맹관계도 무너졌고 재정 압박이 치솟으면서 해외 주둔 미군은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
겨우 몇 년 만에 미국은 기능적 파탄을 맞았고 미국의 세기는 종말의 시각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도시 칸다하르 인근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부상당한 동료를 구조 헬리콥터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
3. 군사적 모험 :
(가) 현재 상황
직관적인 판단과는 반대로,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제국은 무분별한 군사행동을 보이곤 한다. 이런 현상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는 제국의 '소군국주의(micro-militarism)'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일시적이고 대재앙을 초래한다 할지라도 새로운 영토를 차지함으로써 후퇴 또는 패배의 상처의 달래기 위한 심리적 보상행위의 일종이다. 하지만 이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봐도 비합리적인 이런 작전은 국력 손실을 가속화하는 굴욕적인 패배나 재정 출혈을 가져올 뿐이다.
역사를 보면 궁지에 몰린 제국들은 오만으로 인해 더욱 몰락을 부채질했다. 오만으로 인한 군사적 실수는 그들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안겼다. 기원전 413년 이미 약화될 대로 약화된 아테네는 200척의 함대를 시칠리아에 파견했는데 이 함대는 전멸했다. 1921년 죽어가던 스페인 제국은 2만 명의 병사를 모로코에 보냈고 이들은 베르베르 게릴라에 의해 대패했다. 1956년 저물어가던 대영제국은 수에즈를 공격함으로써 망신을 자초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고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수천 년 동안 제국들이 그랬듯, 미국도 오만을 부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규모를 10만 명으로 늘렸고 파키스탄까지 전선을 확대했으며 2014년이나 그 이후까지 군사 개입을 계속함으로써 이 게릴라들이 횡행하고 핵으로 무장한 '제국들의 무덤'에서 크고 작은 여러 재앙을 초래했다.
(나) 2014년의 시나리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소군국주의'의 시나리오는 곧 실제 상황이 됐다.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필리핀에 걸쳐 한정된 전력으로 넓은 전장을 감당해야 했고, 이스라엘, 이란, 한국에서 긴장은 고조됐다. 재앙에 가까운 군사 위기를 위한 조합이 완벽하게 갖춰진 셈이다.
2014년 한여름, 규모가 많이 줄어든 미군 수비대가 지키는 아프간 남부의 전략 요충지 칸다하르는 탈레반 게릴라에 의해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함락됐다. 미군 항공 전력이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지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 생긴 일이었다. 미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당황한 미군 사령관은 복수를 위해 B-1폭격기와 F-16전투기를 동원해, 탈레반의 수중으로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이 도시 주변을 전부 파괴했다. 일명 '스푸키(으스스한 것)'로 불리는 미군의 AC-130U 지상공격기는 가공할 화력을 뿜어 땅을 호미와 가래로 고르듯 지역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그러자 이 지역 전체의 이슬람 예배당에서 성직자들이 지하드(성전)를 선포했다. 미군으로부터 전쟁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오랜 훈련을 받은 아프간 정규군은 단체로 탈영하기 시작했다. 곧 탈레반 전사들은 이 나라 곳곳에서 놀랍도록 정교한 무기로 미군 수비대를 공격했고 미군 인명 피해는 급격히 증가했다. 1975년 베트남의 사이공(현재의 호치민 시)에서의 장면을 연상시키며, 미군 헬리콥터는 카불과 칸다하르에서 지붕 위에 올라와 있는 미국 군인과 민간인들을 구조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교착 상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석유수출국기구(OPEC) 지도자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는 것과 중동 지방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의 무슬림들을 살해한 것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미국에 새로운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가했다. 휘발유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유전은 말라 가자 미국은 또다른 행동에 착수했다. 특수작전군을 보내 페르시아만의 유전을 포위하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는 엄청난 수의 자살폭탄 공격과 송유관과 유정에서의 사보타지(태업)를 불러왔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했고 유엔에서는 외교관들이 들고 일어나 미국의 군사행동을 맹렬히 비난했다. 세계 사람들은 역사를 뒤돌아보며 1956년 대영제국의 종막을 알렸던 영국의 수에즈 공격에 빗대 이를 '미국의 수에즈'라고 논평했다.
4. 제3차 세계 대전 :
(가) 현재 상황
2010년 여름, 한때 '미국의 호수'로 불렸던 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다. 2차대전 이후로 미국이 영국과 동맹을 맺고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잠식했듯이,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무역에서 챙긴 이득으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로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넘쳐나는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자신의 것으로 요구했다. 이 해역은 미 해군의 지배하에 있었다. 지난 8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국익'을 운운하며 해군 훈련을 하자 중국의 이런 주장은 더욱 강해졌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행동에 격분하며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맞붙는 것(wrestling)은 지구의 진정한 미래의 지배자가 누가 될지를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 미 국방부는 중국이 지금 "서태평양에서 미 항공모함을 공격할 능력이 있"으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핵전쟁, 사이버 전쟁, 우주전쟁에서 공세적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현대전의 모든 전장에서의 정보능력"의 지배권을 놓고 미국과 대결을 벌일 결심인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신세대 로켓인 '창정 5호' 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또한 2010년 1월과 7월 등 총 5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전지구적인 교통, 통신, 정찰 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전지구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공중 및 우주 장비들 간의 전자 네트워크와 진보된 사이버전 능력, 전자 감시 체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통합된 시스템을 통해 지구를 전자 그물망으로 뒤덮어, 한 나라 군대 전체를 장님으로 만들 수 있고, 또 황야에 있거나 빈민가에 웅크리고 있는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2020년에 미 국방부는 세 겹으로 된 우주 무인정찰기의 방어망을 쏘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어망은 성층권에서 대기권 외부에 걸쳐 있으며, 미사일로 무장했고, 탄력적인 모듈 식의 위성 시스템과 연동되고, 완벽한 위성 감시 체계를 통해 작동된다.
지난 4월 국방부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들은 X-37B라는 무인 우주 왕복선을 지상 약 257km 궤도에 쏘아 올림으로써 무인정찰기의 작전 범위를 대기권 밖까지 확장했다. X-37B는 우주의 무기화를 처음으로 실현함으로써 무인 기기의 새로운 세대를 열었고 미래전의 새로운 전장을 만들어냈다.
▲ 지난 4월 미국에서 발사된 무인 우주선 X-37B ⓒEPA=연합 |
(나) 2025년의 시나리오
우주 및 사이버전 기술은 너무 새롭고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지금은) 매우 기이한 것처럼 보이는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많다. 미 공군이 2009년 자체 제작한 '미래전 능력 연습'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보면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이 전쟁에서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세계 대전이 어떻게 실현될지를 상상할 수 있다.
2025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최신 중국산 전자제품의 할인판매를 찾아 헤매는 사이버 쇼핑객들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는 동안, 하와이 마우이 섬의 기지에서 커피를 마시던 미 공군 우주감시팀(SST)의 기술자들은 그들의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온통 까맣게 변해 버린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텍사스의 사이버전 사령부 관계자들은 악성 코드를 발견했고, 비록 작성자는 익명으로 돼 있었지만 그들은 그 코드의 전자적 특성에서 뚜렷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공공연히 이루어진 공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의 '악성 코드'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 위 11만km 상공에 떠 있는, 태양열 전지로 구동되는 미국의 무인정찰기 '벌쳐'(독수리)를 장악해버린 것이다. 이 정찰기는 갑자기 모든 무기를 자그마치 120미터나 되는 자신의 날개 밑으로 발사했고, 치명적인 위력의 미사일 몇십 발도 공허하게 황해로 떨어졌으며, 가공할 만한 이 무기는 효과적으로 무장 해제됐다.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기로 한 미국 백악관은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 미국의 "지적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F-6 위성 시스템이 난공불락일 거라 확신하며, 캘리포니아 주둔 미 공군 사령관은 지상 400km 궤도에 있는 X-37B 편대에 중국 인공위성 35개를 '트리플 터미네이터' 미사일로 끝장내 버리라는 명령을 전자 코드화해 전송했다. 응답이 없었다.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미 공군은 태평양 상공 160km 지점으로 초음속 비행체 '팔콘'(매)을 발진시켰고, 20분 후 그 지점에서 가까운 궤도에 있는 중국 위성 7개에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담은 컴퓨터 코드를 발송했다. 발사 코드도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발(發) 컴퓨터 바이러스가 F-6 위성 시스템에 통제 불능으로 퍼져 나갔고, 세계 2위의 성능을 보유한 미국 수퍼컴퓨터는 이 바이러스의 지독히도 복잡한 악성 코드를 푸는 데 실패했다. GPS 정보는 미군 함선과 항공기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함대와 항공 전력도 무력화됐다. 항공모함 전단은 태평양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고, 전투기 편대는 지상에 발이 묶여 있었으며, 무인정찰기는 목표도 없이 지평선을 향해 날다가 연료가 다하면 떨어져 폭발했다. 미국은 갑자기 미 공군이 "최종 전장"이라고 불렀던 것, 즉 우주를 잃었다. 겨우 몇 시간 만에 한때 한 세기 넘게 지구를 지배했던 미국 군사력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제3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했다.
새로운 세계 질서?
설사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일이 이 4가지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것보다는 다소 나은 모습일지라도, 모든 뚜렷한 경향들에서 2025년까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쇠퇴할 것이며 이는 현재 미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으로 일어날 것임을 읽을 수 있다.
세계에 퍼진 미국의 동맹국들은 새로운 아시아의 강대국이 떠오르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또 그들은 800개 이상의 해외 주둔 기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미국이 감당할 수 없기에 결국 내키지 않더라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이 때문에 동맹국들은 그들의 (친미적인)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무기화하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강대국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며 2025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 서술된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2차대전 후 유럽의 여러 제국들에서 그랬듯이 이 부정적인 요소들이 시너지(상승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각 요소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합해 미국인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고, 경제는 하강의 소용돌이를 그릴 것이며, 이 나라는 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비참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 미래의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스펙트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새로운 전지구적 초강대국의 부상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둘 모두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로마자(알파벳)와는 상이한 문자 체계와 그들의 지역적 방어 전략, 법 체계의 미발달은 그들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전지구적으로 확대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계승할 유일한 초강대국은 출현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좀더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지구의 미래도 이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놓여 있다. 초국적 기업 연합, 나토(NATO)와 같은 다국적군, 국제 금융 엘리트들이 국가 단위가 아닌 새로운 체제로 결합해 불안정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국가 단위의 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초국적 기업과 다문화 엘리트는 안전한 도시 지역을 지배할 것이고 다수의 사람들은 도시화에서 소외된,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황무지에 버려질 것이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의 저자인 마이크 데이비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이런 '슬럼의 행성'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십 억의 사람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슬럼에 몰려 있으며 2030년이면 20억 명이 그런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21세기의 전장(戰場)인 제3세계의 '우울하고 실패한 도시'"가 출현할 것이며, 미래의 슬럼가에 어둠이 정착하면 "제국은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1984>에서나 나온 것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의 호넷(말벌) 헬리콥터와 같은 무장 헬리콥터가 슬럼 구역의 좁은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을 추적할 것이고, 매일 아침 슬럼은 자살폭탄테러와 분노의 외침으로 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이 쇠퇴하는 영국, 독일, 일본, 미국과 2020~40년 정도에 일종의 과점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는 1900년경 유럽 제국들의 느슨한 동맹이 전 인류의 절반 정도를 지배했던 모습과 유사할 것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근대적 제국 출현 이전에 있었던 국제 체제를 연상시키는, '지역 헤게모니'의 부상이다. 이 '신 베스트팔렌적'인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 이후 베스트팔렌 체제와 유사한) 세계 질서에서는, 소소한 무력 분쟁과 대책 없는 착취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각각의 헤게모니 국가들이 지역을 분할 지배할 것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미국은 북미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주와 사이버공간, 심해 공간은 이전의 '세계 경찰'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국제 공동 관리 구역으로 남거나 유엔 안보리나 새로운 어떤 행위자의 관리 하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모든 시나리오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최강대국이었다는 오만으로 눈이 멀어, 지구적 영향력이 쇠퇴하는 현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취하지 못했다는 가정에 기반해 추론한 것이다.
미국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22년의 과정을 거쳐 쇠퇴한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 처음 10년을 전쟁으로 낭비했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 장기간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했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수 조 달러를 마치 사막에 물을 붓듯이 낭비했다.
겨우 15년이 남았지만 그 기간도 낭비해버릴 공산이 크다. 의회와 대통령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정치 제도는 기업들의 로비 자금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는 정작 중요한 사업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위협받는 안보, 시들어가는 교육제도, 구식의 에너지 보급 시스템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제안도 없다. 이런 이슈들이야말로 그나마 미국의 역할과 세계의 번영을 극대화할 미국의 '연착륙'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충분히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부문들인데도 말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제국들은 사라졌고 미국의 제국도 사라져 가고 있다. 영국은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번영을 보존했으며 스스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가치를 보존해 역사에 넘겼다. 미국이 영국 만큼의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을지 점점 의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