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고민

2010. 5. 3. 15:28전략 & 컨설팅/전략

성장은 주식회사의 숙명이겠지.

주주들은 미래 가치에 투자 하니까...


그러나 나는 끝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에 허점이 많다고 본다. 규모는 속도를 저해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의 개성과 성장도 저해한다.

반드시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크지 않더라도,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CEO들의 4가지 고민 해결- 신성장동력 발굴, 핵심인재 확보 및 양성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지난해 한 언론 조사에 따르면 CEO의 45%가 경영상 고민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리더들의 고민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주는 이가 있을까?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단기간에 업계를 평정한 한국의 강소기업들이 답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업의 리더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4가지 고민, 즉 신성장동력 발굴, 핵심인재 확보 및 양성,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 해외 시장 개척 등에 대한 고민을 탁월하게 해결함으로써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기업들이 알려주는 고민 해결법은 무엇일까? 이번 기사에서는 우선 첫 2가지 고민에 대해 살펴 본다. (편집자주)


 

리더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 4가지
한 조사에 따르면 리더들이 가진 고민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CEO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CEO의 고민은 크게 4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고민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것이었고(55.6%), 두 번째가 핵심인재 확보 및 양성(30.3%), 세 번째는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7.4%)이었으며 마지막으로는 해외 시장 개척(2.6%)에 대한 고민이었다(그림 1).


그런데 이렇게 리더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업계 1등이 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있다. 보안 전문 업체인 아이디스(IDIS),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DAISO), 종합 입시 서비스 업체 메가스터디(Megastudy), 그리고 밀폐용기 전문 기업 락앤락(Lock & Lock)이 그 주인공이다. 이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자본을 가지고 벤처•중소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시장을 점령하고 나아가 세계까지 사로잡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알짜배기 업체들이다.


각종 매체들이 이들의 성공 전략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IGM은 각 기업의 대표를 초청,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 원동력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은 위의 고민 4가지를 해결함으로써 얻어진 값진 결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종 강소기업이 알려주는 고민 해결법,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신성장동력 발굴, 인재 확보 및 양성에 대한 해결법을 먼저 알아본다.


고민 1.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지 않나?
▶ 해결법? 시장의 소리를 듣는다!

액센츄어(Accenture) 컨설팅에서 7000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립 후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한 기업은 3%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000개 기업 중 약 200개 기업만이 지속적인 두 자리 수 성장(double-digit growth)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토종 강소기업들의 성장률은 얼마나 될까? 각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토종 강소기업들의 설립 후 지금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무려 256%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률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성장률을 달성한 이들이 시장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었던 숨은 비법은 무엇일까?


 

아이디스, 2등 시장에 뛰어들다?


이에 대한 해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창업 8년 만에 DVR(Digital Video Recorder) 세계 1위를 달성한 ‘아이디스’다(그림 2). DVR은 CCTV의 영상을 디지털로 전환해서 저장하는 장치다. GE, 소니(Sony), 보쉬(BOSCH) 등 쟁쟁한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끄떡없는 이들의 성공 원동력에 대해 김영달 대표는 “1등 기술로 2등 시장에 뛰어든 것이 비결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김영달 대표가 말한 DVR 시장을 2등 시장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김영달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보안 시장에 대한 기술자들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아, 시장 크기는 매년 성장하고 있음에도 기술력은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DVR 사업으로 분야를 정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아이디스가 시장을 찾은 방식이 단순히 직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김영달 대표를 포함한 카이스트 박사 출신 3명이 모여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창업을 결심하던 1997년 당시, 이들은 사업 분야를 정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기술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일 것. 둘째, 큰 자본금이 없어도 되는 시장일 것. 셋째, 독점기업이 없을 것, 이 세 가지였다(그림 3). 그들만의 시장을 읽는 틀을 통해 얻어낸 결과가 바로 DVR 시장이었으며, 그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아이디스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실제 제품을 쓰는 고객 눈높이가 제일 중요
DVR 시장에 뛰어든 이후 첫 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술력에 자신을 가진 아이디스는 미국의 박람회에 제품을 선보였다.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아이디스는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제품 주문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아이디스는 DVR의 사용자를 보고 그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실제로 보안을 담당해 DVR을 사용하게 될 대다수의 사람은 박람회에 참가했던 경영자나 연구자가 아닌, 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고 학력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DVR이라 해도, 이들이 사용할 수 없다면 판매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 제품(PC-based)을 중심으로 DVR 사업을 시작했던 아이디스는 일반 제품(Standalone)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며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런 변화를 통해 시장 내에서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아이디스는 학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 전용 영상 감지 시스템을 발명하는가 하면, 버스 내 기사 폭행 및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차량용 DVR를 출시해 특허를 따냈다. 이처럼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기업들은 아이디스처럼 자신들만의 시장을 읽는 틀을 가지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민 2. 쓸만한 사람 어디 없나?
▶ 해결법?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하라!
취업난이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중소기업은 해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과 인지도로는 좋은 인재를 끌어 모을 수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경영자들이 갖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것은 틀린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제일 첫 번째 이유로 불투명한 미래와 고용 불안을 꼽았다. 뿐만 아니다. 1년 내 이직을 선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이직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불투명한 미래와 고용 불안으로 확인됐다(그림 4). 그렇다면 토종 강소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다이소 직원들 “내가 회사의 주인”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1000원에 대한 사람들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기업인 다이소는 사람의 힘으로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이다. 전체 800명 가량의 직원 중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직원은 2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이소의 매장을 방문하면 근무하는 직원들이 모두 주인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전국 500개 매장 그 어느 곳을 방문해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도 이처럼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이 다이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다이소의 인사 비법은 무엇일까? 답은 기업의 가치에 맞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의했다는 것이다. 다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갖춰야 할 요건을 생각해 보자. 명문대 졸업? 높은 토익점수? 다양한 경험? 모두 아니다. 2만 종이 넘는 다이소 제품을 제대로 관리하고 뛰어난 품질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요건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이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다양한 제품을 기능과 품질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를 아기자기하게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주부’의 캐릭터가 필요한 것. 실제로 다이소 점장의 92%가 여성이며, 실제로 이 중에서는 기혼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우수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알바로 시작했지만 2년 만에 파트장 자리까지
또 다이소의 인사 시스템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부분은 바로 인재 육성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이소는 임시직으로 채용했던 직원이라 할 지라도 매장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경우 얼마든지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점장 자리까지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던 20대 초반 모 파트장의 경우, 다이소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본사에서 10개 매장을 관리하는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실제 다이소는 점장에게 상품 진열부터 매출 관리, 종업원 교육까지, 매장 운영에 있어 거의 전권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것은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우수한 인재에 따라 매장간 편차가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이소는 매달 하나데이(Hana Day)라는 것을 열어 부서장, 팀장, 파트장, 점장들이 함께 매출을 공유하고 당월 활동 사항 점검 및 익월 활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독려한다. 특히 이 때는 우수 매장의 성과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운영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2008년 초 이를 실시한 이후 다이소 전국 매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24%나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메가스터디 ‘스타강사 키우기’ 비법은
이처럼 기업에 맞는 인재상 정의와 육성 체계를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다이소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명 스타강사들의 확보로 이름난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의 경우 능력이 입증된 스타강사가 기업에 가장 중요한 핵심 인재라 할 수 있다. 이들을 끌어 오기 위해 손주은 대표는 삼고초려의 정신을 발휘해 몇 번이고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하루 70% 이상의 시간을 강사들을 관리하는 것에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강사를 기업 내부에서 직접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가스터디 강사로 채용이 되면 먼저 오프라인 학원에서 다른 강사들과 한 팀을 이루어 종합반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능력이 입증되면 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과반 강사를 맡게 되고, 이후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실적도 좋아지면 온라인 강사로 투입되어, 온라인 녹화 강의에서 얻어지는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경쟁과 인센티브를 통해 강사들이 스스로 스타강사가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환경적 한계를 넘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더 성장시키고 싶다면, 우선 기업에 맞는 인재상부터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김지유 IGM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