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

2011. 10. 22. 11:10전략 & 컨설팅/전략

적의 수뇌부를 날려 버리면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다만, 예전에는 전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럴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물론, 자객이라든지 내부 분열을 유도 하는 방법 등도 쓰였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방식에 의해서는 또다른 머리가 생겨나기 때문에 결국 달려가서 싸울 수 밖에.

기본적으로는 나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
기술의 발전은 있었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뉴욕 김신영 특파원

정보수집 후 족집게 타격, 빈 라덴·알올라키·카다피 제거
이라크·아프간의 뼈아픈 실패… 美, 전쟁의 법칙을 바꾸다
'거대한 전쟁'은 고전 중 - 막대한 비용, 희생자 속출…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 국가 對 독재자의 전쟁 시대, 물량 아닌 정보수집 통해 승리

리비아의 42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항하기 위해 투입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지상군(地上軍)은 '0명'이다. 지난 9월 예멘에 숨어 있던 알카에다 이인자 안와르 알올라키의 사살 작전은 미국의 무인폭격기가 수행했고, 9·11테러 이후 미국이 10년 동안 쫓아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최정예 미군 특수부대 25명의 45분짜리 작전에 의해 종말을 맞았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에 승리를 안겨준 3건의 군사작전은 지상군을 최소화하고 최첨단 무인전투기와 정보 수집에 주력하는 21세기 '새로운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일 카다피 사망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단 한 명의 지상군을 리비아에 투입하지 않고도 우리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임기 중 새로 수행된 군사작전들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장기전 대신 정밀한 공격과 정보전으로 적을 공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이 내세웠던 '초기에 압도적인 우위의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원칙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나토군은 리비아 군사 작전을 시작하면서 '카다피에 의해 생명을 위협당하는 민간인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 요원들이 투입되긴 했지만 전투가 아닌 정보 수집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CIA와 MI6가 수집한 정보는 카다피 친위군의 군사 시설을 정밀 공격한 무인폭격기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전해졌다.

고향 시르테에 숨어 있던 카다피의 위치에 관한 주요 정보 역시 미 공군의 'RC-135 리벳조인트' 등 무인정찰기에 의해 수집됐다. 리벳조인트 조종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정찰기를 조종하며, 리벳조인트가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글로벌호크 등 무인폭격기가 공습을 수행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일 나토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과 프랑스의 무인정찰기가 지난 수주 동안 시르테 상공에서 카다피와 관련한 통화 내용을 추적해 카다피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위기에 몰리자 그동안 사용을 꺼렸던 휴대전화와 위성전화로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고 나토군은 무인정찰기가 도청한 정보를 통해 카다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수행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및 9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 사살 작전 역시 20세기의 전쟁과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빈 라덴 사살에 투입된 미군은 25명에 불과했고 작전은 45분 만에 끝났다. 당시 미군의 피해는 헬기 한 대뿐이었고 사상자는 없었다. 예멘에 은신해온 알올라키 역시 사전에 수집한 광범위한 정보에 근거한 무인폭격기 공습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새로운 전쟁'을 불러온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적군의 변화라고 분석한다. 2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상징되는 20세기의 전쟁이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의 대다수가 '국가 대 조직' 혹은 '국가 대 개인'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알카에다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4조달러(약 4264조원)를 투입하고 6000여명의 미군 전사자를 낸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오바마가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분석도 있다.

NYT는 "아프간·이라크전 등 '거대한 전쟁'으로부터 얻은 뼈아픈 교훈이 오바마를 '새로운 전쟁'으로 눈 돌리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거대한 전쟁의 특징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며 언제 결론이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