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진실
2010. 8. 20. 09:25ㆍ책 & 영화
|
번역이 어설픈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기는 하다.
거시 경제학에 대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왜 일부 국가만 부유하고 나머지 국가는 가난한가? 라는 의문은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내 머리 속에 끊임없이 떠올랐던 질문이다. 마르크스 주의자는 국가의 계급화와 착취를 금방 답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즉, 부유한 국가가 그들의 유리한 지위를 이용하여 후진국들을 착취하고, 발전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편하겠지만... 그게 다인지, Main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턱하고 믿어버리면... 전쟁 밖에는 답이 없고, 투쟁 밖에는 답이 없다.
그러한 상황은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 상,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보다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균형잡힌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도대체가 특별한 산업도 없는 것 같은 유럽의 국가들이... 어떻게 높은 소득을 달성하면서 살 수 있을까? 농사 짓는 일개 농부들의 생활까지도 어떻게 그렇게 윤택할까?
남미에서 빼앗아온 황금으로 그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일단, 절대적인 가격들이 비싸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자제품 같은 것들의 가격이야 비슷하겠지만, 집세, 주택가격, 식사가격, 이러한 locality에 기반을 둔 서비스와 상품의 가격 (월급 포함) 이 가난한 나라들보다 훨씬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성도 훨씬 높다. 인건비가 비싸면 기계를 활용해서 인건비를 낮추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면적에서 네덜란드의 유리온실 생산량은 중국 비닐하우스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가격이 비슷한 상품들의 경우, 선진국이 훨씬 구매력이 높다. PC 한대를 사기 위해 독일의 슈테판은 월급의 20%만 쓰면 되지만, 아프리카의 우탕카는 5년치 연봉이 필요하다.
후진국에서는 땅을 비롯한 대부분의 것들이 low price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10% 소득으로도 선진국과 비슷한 소비를 하면서 살 수 있다. (물론 PC나, 최신 휴대폰이나, 이런 것들은 제외하고.)
그래서 독일의 농부가 동남아시아를 관광하면서 돈자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 경우 관광수입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서유럽에 몰려가 돈을 풀어놓고 간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의 나라들의 GDP에서 관광관련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클것이다. (아프리카나 중국같이 관광자원이 있으나 인프라가 부족하고 가격이 낮은 곳들은 똑같은 인원이 방문해도 쓰는 돈이 훨씬 작다.)
서비스업의 발달도 선진 경제의 Key 중 하나다. 고품질 서비스업은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력과 땅에 기반한 생산성을 뛰어 넘는다. 금융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세계 곳곳을 휘저으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영국과 미국은 그 때문에 financial crisis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만, 금융 관련 사업의 수익이 매우 좋은 나라들이다. 좋은 교육기관들로 인한 해외 인재 유입도 고품질 서비스업의 좋은 사례이다.
맥도날드, 월마트, 코카콜라, 맥킨지, 골드만삭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에르메스, 버버리.....
이들의 공통점은 Global Brand이고 서비스 역량에 기반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서비스에 의미 부여를 하고 Brand화 하면서 이들은 Premium Pricing이 가능한 매우 효과적인 사업 모델이 되어 버렸다.
나이지리아에는 석유가 있지만, 민주적인 정부와 다원적인 사회 문화가 없다.
나이지리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지만, 단순히 선진국의 견제 때문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사회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민도가 낮든, 탐욕스러운 기득권 세력이 너무 강력하든 간에...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남미 국가들...) 그런 경우에, 선진국이 되지 못한다.
분명, 세계의 현재와 역사를 보면 선진국이 되는 것에는 Hurdle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운도 좋았지만, 일본은 그 Hurdle을 뛰어넘은 국가이고, 규모는 작지만 싱가폴도 그렇다. 중국은 그 Size 때문에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지만, Sizw 자체가 Hurdle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대규모 경제로는 두번째로 그 hurdle을 뛰어 넘을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우리나라의 컨설팅 산업의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사명도 있는 것 같다.
(or, Whatever...)
위에 쓴 내용은 사실 책의 내용과 거의 상관이 없다. 내가 그냥 주절주절 쓴거다.
혹시나 글 읽는 사람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고.
이 책의 결론은 적절한 규제와 다원주의의 조합이 번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 Balancing이네.
아래 글은 SKT의 상황과 너무 똑같아서 가져온 것이다.
기업 문화 자체가 참 고민도 많이하고 생각도 많이하고 의사결정에 시간도 오래걸린다. 똑똑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되는 게 거의 없다. 내가 다 답답하다.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 답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이거다. 통신회사인 SKT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가?
대부분의 결정이 잘못되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하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한 정보를 조합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모으고, 사안별로 장시간 토의를 한다면 기업과 국가를 더 잘 운영할 것이라고 믿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것이 공공부문과 숱한 대규모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중략) ...
그러나 아무도 이 과정들에 필요한 통찰력을 가지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는 구성원들이 아무리 명철하고 선견지명이 있더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때늦은 깨닳음의 덕택으로 박식한 기획자가 앞에서 소개한 수많은 사업 전략에 직면했을 때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중략)...
새로 제안되는 모든 행위의 경로에 대해서는 항상 근거가 충분한 반론들이 존재한다. 현재 심의 중인 제안보다는 반드시 더 나은 제안이 있다. 그 결과 겉보기에는 이성적인 이들의 과정이 끝에 가서는 십중팔구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개는 더 직관적이고 확실히 더 빠른 과정들에서 동떨어진 나쁜 결정들을 하게 된다. ...(중략) ...
세상은 복잡하고 장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직과 경제체제에서의 의사결정은 일련의 소규모 실험을 통해 자주 심의되고, 성공은 철저히 조사되고 실패는 인정되나 비난을 받지않는 구조 내에서 최선으로 이루어진다. 즉, 규제된 다원주의의 메커니즘이다. 당대의 위대한 경영자로서 웰치의 명성은 나폴레옹 같은 미래상, 포드같은 결단, 에디슨처럼 혁신을 바르게 행한 것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 웰치는 세계 최대 상업조직의 경영 책임자로서 자신의 주 기능은 올바른 사람을 임명하고, 그들이 일을 하도록 신뢰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원주의를 도입하고, 동시에 감사와 책임감을 통해 규율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조직 안에서와 바깥에서 모두, 다원주의와 규율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을 기술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