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2010. 8. 4. 09:49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한겨레 신문이라, 평소 논조와 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인위적으로 정비한 4대 강이나, 청계천, 광화문 광장들을 보며 후손들이나 관광객들이 무엇을 느낄까? 우둔함과 소통 부재, 이기심, 인간에 대한 소외, 이런 것들이 아닐까?

광화문 광장은 그래도 사람들이 좀 모이는 편이긴 하지만, 분수대에서 즐기는 어린이들 말고는 사실 별 느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청계천도 고가도로 철거 자체는 좋지만, 너무 인위적인 개발에 Potential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두환 대통령 때의 한강 재개발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콘크리트 둑으로 인해 물의 자연정화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한강이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부작용을 낫기도 했다. 

즉, 자연과 공생하는 개발, 보완이 아니라, 목표를 정해놓고 자연과 사람은 생각하지 않은채 그냥 밀어 붙이는 개발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책 수립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관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겨레] 커크우드 하버드대 교수

6개월 서울생활 소회 밝혀



“디자인 수도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게 산업·실내 디자인 중심이라 정작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데 말이예요.

니얼 커크우드(58·사진)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 교수가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며 바라본 ‘디자인 서울’에 대해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안식년을 맞아 지난 2월 고려대 초청 석좌교수로 한국을 방문해 한 학기 동안 고려대에서 조경학과 건축학 등을 강의한 뒤 3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방한이 14번째일 정도로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지난 2일 고려대에서 만난 커크우드 교수는 한국의 계절과 자연에 대해서는 감탄을 연발하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는 “공사 등으로 복잡하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며, 어설프게 겉모습만 서양 문화를 따라하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수도’ 사업에 대해 “사람이 살기 알맞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실내’가 아니라 ‘바깥 환경’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구호는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크우드 교수는 “우리는 파리에서 멋지게 디자인 된 건물이 아니라 거리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이라며 “도시를 만드는 건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이며, 이 때문에 거리와 공적인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는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기 때문에 도시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조각물에 머물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건물과 여기저기서 계속되는 공사, 예술작품처럼 과잉 디자인된 거리가 그 자체로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 되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국가대표 광장’이라 거론되는 광화문 광장을 두고도 “지나치게 디자인되고 장식된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커크우드 교수는 또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한 뒤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이 서울 도시계획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자연환경에 대한 정비’로만 이해한 채 정치구호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정말 필요한 건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에서 이동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밥을 먹고,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삶의 질’은, 한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런 삶의 질을 되찾는 방향으로 도시를 디자인 해서 잃어버린 것들을 꼭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