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불평등 조항

2010. 11. 4. 10:49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노무현이 추진했던 한미 FTA. 이것도 문제가 많았지만, 최소한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고, 비판이 가능했었다. 대통령이 문제점을 인정했었고, (퇴임 후이지만) 미진한 점을 고쳐야 한다고 했었다. 어떻게 보면 좌파/친서민적인 대통령이었으나 전체적인 국익을 위해 고뇌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밀실협상, 비밀주의, 성과주의 날림협상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아.. 더 말하는 것도 입아프다. -_-
밑에 퍼온 글은 우연히 발견한 글이고, 저자가 반드시 다 맞는다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이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bottom line에 동의하며, 구체적 내용이 있어서 가져왔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에만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불평등 조항이 55개로, 7개인 미국보다 8배나 많은 상황.  

더군다나 그놈의 고질병인 '언제까지 완료하겠다.' 라는 선언. 
이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데드라인이 있다는 걸 알고, 여유도 부리고 배짱도 튕길 수 있는 건데, 우리 패 다 보여주고... 정말 미친 거 아닌가 싶다. 

독소 조항들이라고 밑에 글의 필자가 나열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기업의 이익을 가로막는 모든 정부 정책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 이건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변호사 수, 경험, 수준 등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미국이기에, 자국에 유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과 결합한 변호사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제외품목 열거 방식(Negative list·전면적으로 개방하되 예외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는 품목만 열거하는 방식의 서비스 개방 조항)  --> 새로운 서비스 사업은 끊임없이 나올텐데, 막을 방법이 없어지네. 서비스 사업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가지는 사업이다.

▲ 비위반 제소(한미FTA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같은 정책으로 인해 '외국기업이 기대하는 이익'을 못 얻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  --> 세상에나.. '기대하는 이익'이 뭔데? 이건 광범위하게 걸고 넘어질 수 있는 거네. 앞으로 한국 정부는 소송 대응하느라고 수천 명을 더 고용해서 고용 창출을 할게 분명하네..

▲ 래칫 조항(ratchet, 주로 투자와 서비스 부분에서 한번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역진방지 시스템) --> 허억... 그럼 규제 완화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네.


▲ 스냅백(snap-back,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이 협정 위반시 2.5%의 자동차수입관세 철폐를 무효화하는 것) 
--> 이건 한국에게만 부과된 것인데, 현대기아차 긴장되겠다. 
 
▲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약품 특허권과 시판허가를 연계하는 조항으로 초국적 제약회사에게만 유리하고 국민들의 약가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음)

▲ 신금융서비스(전 세계 금융위기의 뇌관 역할을 한 CDS(신용부도스왑) 같은 파생금융상품 등 무분별한 신금융서비스 개방)  --> 우리나라가 무지하게 취약한 분야인데, 이걸로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 보다는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임.

▲ 한국 정부에 입증책임 전가(어떤 규제든 그것이 필요불가결함을 정부가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 --> 이거 만일 미국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말도 안됨. 입증책임은 법률에서 유/불리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

▲ 무단 복제∙ 배포시 인터넷사이트 폐쇄 조치 인정
--> 이거 한국에만 적용했다는데... 미쳤구나. 한글을 미국 애들이 가져갈리도 없지만, 무단 복제를 도대체 어디까지로 볼 건지. Portal Site들은 이런거 막을 방법이 없을 텐데. 결국 마음에 안드는 사이트 있으면 폐쇄 시키겠다는 무기로 활용 될게 뻔하네. 그것도 미국 핑계 대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오후(현지시각)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마친뒤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미 국부무 차관보가 말한 '전략적 차원에서 한미FTA 타결의 최상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미 양국 정부는 미 중간선거(11월 2일)가 끝난 직후 서울에서 2차 통상장관 회의를 열어 G20 정상회의(11월 11~12) 이전에 한미FTA 쟁점 협상을 마무리하고, G20 회의 기간에 양국의 정상이 만나 정치적 담판을 통해 한미FTA를 최종 타결짓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가 미국 정부에 추가 양보를 해놓고도 협정문 수정이 아닌 '부속서류'(부속협정문, 부속서한, 장관고시 등) 형태로 정리하고, G20 국면을 적극 활용해 '협정문 원안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고, 내용도 원안과 큰 차이 없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내 여론을 한미FTA 비준 분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워싱턴 포스트>는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FTA와 관련하여 '더 많은 양보(more concessions)'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오로지 미국 측의 '추가 양보 요구안'만을 가지고 논의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보도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기간 중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를 2015년 12월 1일까지 3년 7개월 연기하기로 합의해준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주기로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사주권을 포기한 대가로 경제주권까지 넘겨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개 통상장관이 국가 주요정책 좌지우지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재협상은 없다', '실무협의일 뿐'이라며 재협상을 부인하면서 뒤로는 미국의 지침에 따라 협상 내용은 물론 회의 장소와 일정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가며 3차례의 비공식 협상과 1차례의 통상장관 협상을 벌이는 등 '밀실 재협상'으로 일관해 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내 극소수의 관료만이 비밀리에 협상을 주도함으로써 기획재정부, 자동차업계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쇠고기 문제를 담당하는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사안임에도 협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알지 못 하고 있다. 국회도 전혀 견제기능을 못 하는 등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대사가 일개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가 협상', '추가 논의', '협정문 수정 없다'는 등 어떤 식으로 말하건 지금 미국 정부와 밀실에서 벌이고 있는 협상은 재협상이 명백하며, 미국의 추가 양보 요구가 100% 관철되느냐 아니면 조금 깎아서 70~80% 관철되느냐 정도만 남아 있는 셈이다.

 

미국의 '놀부 심보', 독소·불평등조항 수두룩한데 더 내놔라?

 

이미 한미FTA 협정문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제외품목 열거 방식(Negative list)의 서비스 개방, 비위반 제소, 래칫 조항(ratchet), 스냅백(snap-back),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파생금융상품(신금융서비스)의 무분별한 개방, 한국 정부에 입증책임 전가 등 심각한 국익 훼손과 국가 정책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많은 '독소조항'들이 있고,

무단 복제∙ 배포시 인터넷사이트 폐쇄 조치, 스냅백(snap-back),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편 등 우리나라에만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의무 규정인 '불평등조항'도 55개로 7개인 미국에 비해 무려 8배나 많다.

 

이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와 비교할 때도 지나치게 과하다. 지난 2008년 2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발표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에서 미국만 지켜야 하는 조항과 한국만 지켜야 하는 조항의 비율이 1:8(7:55개)인데 비해, 미·호주는 1:0.8, 미·파나마는 1:1.5, 미·바레인은 1:2, 미·칠레는 1:2.5, 미·페루는 1:3, 미·싱가포르는 1:4.5, 미·모로코는 1:5로 한국의 불평등조항 비율이 가장 높다.

 

이처럼 기존 한미FTA 협정문 자체가 대단히 불균형·불평등 상태인데도, 미 오바마 정부는 또다시 쇠고기 전면 개방, 환경을 파괴하는 자동차 규제 완화 등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독소조항'만은 반드시 제거해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유성호
정운찬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미국 측에 추가 양보만을 논의하는 한미FTA 밀실 재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의 압력에 맞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 '독소·불평등조항 제거'를 적극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임무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도 지금의 비상한 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 비준과 G20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미국 측의 추가 양보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밀실 협상을 하지 못 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에게 '독소·불평등조항 제거'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최소한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독소조항'들만이라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미FTA 전면 재협상·재검토'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재협상 반대보다 국민적 명분과 설득력이 더 크고 강력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한나라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들로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길이기도 하다.

'독소·불평등조항 제거론'은 한미FTA 폐기 주장과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FTA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다만 '격차 사회'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고착화하는 식의 FTA가 아니라 공정무역을 위한 FTA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미국 측의 추가 양보 요구에 맞서 독소·불평등 조항의 제거를 강력히 요구하고 국민적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게도 과히 나쁘지 않다.  

정부가 국내 반대 여론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측의 압력을 방어하고 독소조항 제거를 통해 국익과 주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야당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게도 그리고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SSM 규제법' 유지 위해 '한미FTA ISD' 필히 제거해야  

무엇보다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영세상인과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같은 독소조항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SSM 규제법안 처리가 한없이 미뤄지면서 영세상인들을 도탄에 빠지도록 만든 게, 결국 국내 재벌대기업(삼성물산)과 결탁한 한 '외국계 대형마트 업체(홈플러스·삼성테스코)'의 FTA를 고리로 한 로비와 방해공작 그리고 이를 두둔한 정부 관료들(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의 '대기업 수출 증대를 위해선 영세상인이나 사회적 약자 따위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가치관이 결합된 합작품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SSM 규제법안의 국회 통과 지연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그래서 더욱더 한미FTA, 한-EU FTA가 무섭고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에는 독소 중의 독소조항이라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될 경우 한국 정부가 SSM 규제법안 같은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 시행하면, 미국, EU의 대기업들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근거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삼성테스코(홈플러스)는 한미FTA가 국회에서 통과돼 있었다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해 SSM 규제법안을 더 쉽고 효과적으로(?) 저지했을 것이다. 한미FTA가 발효되었다면 이번 SSM 규제법은 ISD의 간접수용 조항으로 걸기에 딱 좋은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삼성테스코가 ISD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아도 끝날 일이었다.  

한-EU FTA에서도 EU집행위가 회원국들로부터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에 대한 협상권한을 위임받지 않아 이것이 마치 제외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한미FTA가 비준되면 다 해결되는 문제다. 미국 내 지점(또는 페이퍼컴퍼니)을 통해서 한미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경우 얼마든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활용해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이윤 추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공공정책마저 무력화시키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독소조항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EU FTA 자체도 문제다. 소매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대형마트 업체가 EU에 진출하려면 경제적인 수요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 들어 오는 것은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규정해놨다면 지금의 SSM 규제법안 통과가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총살 직전에 담배 한 까치 건네주는 것에 불과할 뿐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정부관료의 FTA 빙자한 '자기검열적 반대' 차단 필요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소속 상인대표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동시처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SSM

더 큰 문제는 한미FTA, 한-EU FTA로 인해 우리 정부 고위관료들의 '자기검열적 반대'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SSM 규제법 반대가 대표적인 사례이자 예고편이다. 

지금도 통상교섭본부장 한 사람의 개인적 소신이 집권 여당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국회의 의사 결정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일개 대기업의 로비와 타국의 일개 대사가 보낸 편지 한 통에도 벌벌 떠는 정부 관료들이 투자가-국가 소송제가 도입된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제아무리 정치권이 서민과 중산층, 지방경제를 위한 복지정책을 잘 만들어 들고와도 그것이 외국투자기업의 영업에 일정 부분 손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면 "그건 한미FTA 제소감입니다" 이 한마디면 정치권은 바로 꼬리 내릴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한미FTA가 단순히 무역협정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과 체제까지 신자유주의로 못 박는 헌법 사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래칫조항(후퇴방지조항) 때문에 한번 체결하면 되돌릴 수도 없다. 이렇게 국가적 명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일개 정권이 그것도 일개 관료가 국민적 동의 없이 밀실에서 체결하도록 놔두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잘못이다.

 

독소·불평등조항, 누구냐 넌?

따라서 실제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미국 측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갈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도 서민을 위한 국가 정책 결정을 가로막고 주권 침해 소지가 많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같은 독소·불평등조항 제거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외에도 ▲ 제외품목 열거 방식(Negative list·전면적으로 개방하되 예외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는 품목만 열거하는 방식의 서비스 개방 조항) ▲ 비위반 제소(한미FTA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같은 정책으로 인해 '외국기업이 기대하는 이익'을 못 얻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 ▲ 래칫 조항(ratchet, 주로 투자와 서비스 부분에서 한번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역진방지 시스템) ▲ 스냅백(snap-back,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이 협정 위반시 2.5%의 자동차수입관세 철폐를 무효화하는 것) ▲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약품 특허권과 시판허가를 연계하는 조항으로 초국적 제약회사에게만 유리하고 국민들의 약가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음) ▲ 신금융서비스(전 세계 금융위기의 뇌관 역할을 한 CDS(신용부도스왑) 같은 파생금융상품 등 무분별한 신금융서비스 개방) ▲ 한국 정부에 입증책임 전가(어떤 규제든 그것이 필요불가결함을 정부가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 ▲ 무단 복제∙ 배포시 인터넷사이트 폐쇄 조치 인정 등 전대미문의 독소·불평등 조항들의 제거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협상이라는 게 우리의 요구를 100% 다 관철시킬 순 없지만, 대표적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 소송제, 제외품목 열거 방식, 비위반 제소, 래칫 조항 등은 반드시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FTA 독소조항 '복지' 장애물, 신자유주의 격차사회 고착

국가 정책에 관한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을 제쳐놓고 국제중재기관의 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상 경제질서나 법체계를 무력화시켜 한국 법을 미국 법으로 대체하자는 발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한국 헌법의 119조 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을 무력화하고, 한미FTA를 통한 '제도 선진화'란 이름으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고착화하려는 의도가 한미FTA에 내포돼 있다.

더군다나 한미FTA가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경험하기 이전에 체결됐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 경제와 공공정책,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정책에 대한 높은 지지를 표로 보여줬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향의 보수정당 후보들까지 무상급식을 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10·3 전당대회에서 당 강령에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대신 '보편적 복지'를 새로 천명했다. 한국이 지금 심각한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데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부득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미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독소조항들은 정부의 정책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게 분명하다.

결국 한미FTA 독소조항들은 어떤 정권이든 대기업과 외국투기자본의 눈치를 봐가며 정책을 펼쳐야 하는 족쇄가 될 것이고, 번번이 친서민 정책 추진의 '결정적 장애요인'(딜 브레이커·Deal Breaker)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재검토·재협상' 주장

현 시국에서 또 하나 또렷이 기억나는 일이 있다. 바로 한미FTA 추진 당사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인 2008년 11월 10일,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 자유마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한미FTA 재검토·재협상'을 강력히 주장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의 입장에서도 협정의 내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미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미FTA 안에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번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한 아쉬운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미진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한미FTA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면에선 한미FTA 독소·불평등조항 제거론은 미국 측의 놀부심보와 우리 정부의 밀실협상이 낳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기회에 FTA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철학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더군다나 2012년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앞다퉈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면서 한미FTA 독소조항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대국민 기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