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2010. 11. 9. 20:17ㆍ전략 & 컨설팅/국가정책
사회가 복잡해져 가면서 정부도 공공적 성격의 일을 Outsourcing해야 되는 시대가 됬다.
일반적인 영리기업이 낮은 이익률이나 기타 이유로 하지 못하는 일을 수행하는, 비영리 법인과 영리법인의 중간적 존재가 사회적 기업이다.
하는 일이 일반 기업과 똑같아도 사회적 소외계층을 고용한다든지 하는 것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정부 지원에 의지해서는 제대로 될 수 없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꽤 매력적인 영역인 것은 확실하다.
지금 하고 있는 신사업 프로젝트와도 연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고용취약층을 고용하여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사업을 하는 게츠 에너지, 여성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탁아사업 등이 모두 이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 아쉬운 것은 근본적인 접근이 아닌 단기적 성과위주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몇개인게 뭐가 중요한가? 자생력을 갖춘 의미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 노동부 용역보고서로 살펴본 총 218곳 실태
비정규직 위주로 영세화…100명이상 사업장 3%뿐
기업 숫자 늘리기 급급, 자금운용 등 주먹구구 경영
“인건비 위주 지원보다 인프라 기반 닦아줘야”
《10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 시장 주변의 작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을 한동안 헤맨 끝에 ‘하나로기업’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로기업은 31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약물치료로 장애를 극복한 정신장애인과 신체장애인들이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인근 동대문시장 상인과 서울 시내 중소 의류업체들. 택배를 의뢰하는 전화가 오면 옷감 샘플을 수령해 지하철을 타고 배달해 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3, 4명의 직원이 일감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사회적 취약계층들이었다. 하나로기업 직원들은 건당 7000원을 받고 하루에 5건 정도 배달을 해 월평균 1인당 70만∼80만 원의 매출을 일으킨다.
“정부 지원 없이는 수익을 내기는커녕 최저 임금 지급도 어렵죠. 지금은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사회적 일자리 사업) 지원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지금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하나로기업 권오민 대표)
하나로기업은 2008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현재 직원 28명에 대해 정부로부터 1인당 월 86만 원의 정부 지원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 받고 있다. 권 대표는 “우리 같은 소규모 사회적 기업 중엔 사회적 기업 협회 회비조차 못 낼 만큼 어려운 곳이 많다”며 “지원이 안 되면 직원 해고는 물론이고 당장 회사 자체가 없어질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로기업에서 멀지 않은 서울 중구 을지로6가의 한 빌딩. 노동부 측 말대로라면 이 건물에는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P기업의 사무실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주소지로 등록된 사무실의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려 봤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소리를 듣고 나온 옆방 사람이 “그 사무실은 오래전부터 비어있다”고 알려줬다. 노동부에서 받은 P사 연락처로 전화를 해봤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되풀이했다. 다시 확인 요청을 하자 노동부는 그제야 “P기업이 4월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알고는 있었는데 주소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사회적 기업 ‘체력 강화’ 뒷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노동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복지서비스를 창출하려고 이 제도를 만들었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는 이들이 취약계층 고용 시 1인당 월 86만 원(올해 기준)의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한다. 공공기관 우선 구매,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당시 정부는 2012년까지 1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인 선진국과는 조금 다른 출발이었다.
한 사회적 기업 대표는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고용 창출에 집착해 인건비 위주 지원을 하다 보니 사회적 기업의 자립이 등한시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정부가 스스로 지원을 끊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앞으로 몇 년 더 지원을 계속하더라도 사무실 등 기본 인프라나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갖출 만한 사회적 기업이 많지 않다”며 “사회적 기업 정책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서울시도 사회적 기업 1000개 육성방안을 발표하자 자립기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실만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경영 역량 강화-회계투명성 보완해야
최근 들어 영세한 사회적 기업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사회적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45.2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25.4명, 2009년에는 19.5명으로 줄었다.
규모나 이익보다 ‘사회적 통합 기능’이 중요한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영세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오랜 사회적 기업 역사를 가진 선진국의 사례 연구를 보면 너무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단명(短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 및 관련 일자리 지원 예산으로 총 1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기업이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사실상 이들 기업의 자금 운용이나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사회적 기업 대표는 “많은 수의 사회적 기업이 회계 등 경영 개념에 익숙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곽선화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적 기업들이 매년 2월 노동부에 제출하는 재무제표 자료조차 숫자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료를 다시 요청하면 처음 것과 완전히 다른 서류가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사회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모호한 재정운영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역량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 및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위해서는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인프라 등 사업 기반을 닦아주고 공공조달 등 시장경쟁 참여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전담해온 노동부도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지원’이라는 인식을 타파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인증 조건 유지 여부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하고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사회적 기업
비영리기관과 민간기업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기업. 취약계층을 고용해 지속적인 사회 서비스를 창출하는 ‘능동적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한다. 외국에서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노동부 주관으로 본격화했다.
일반적인 영리기업이 낮은 이익률이나 기타 이유로 하지 못하는 일을 수행하는, 비영리 법인과 영리법인의 중간적 존재가 사회적 기업이다.
하는 일이 일반 기업과 똑같아도 사회적 소외계층을 고용한다든지 하는 것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정부 지원에 의지해서는 제대로 될 수 없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꽤 매력적인 영역인 것은 확실하다.
지금 하고 있는 신사업 프로젝트와도 연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고용취약층을 고용하여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사업을 하는 게츠 에너지, 여성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탁아사업 등이 모두 이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 아쉬운 것은 근본적인 접근이 아닌 단기적 성과위주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몇개인게 뭐가 중요한가? 자생력을 갖춘 의미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 노동부 용역보고서로 살펴본 총 218곳 실태
비정규직 위주로 영세화…100명이상 사업장 3%뿐
기업 숫자 늘리기 급급, 자금운용 등 주먹구구 경영
“인건비 위주 지원보다 인프라 기반 닦아줘야”
《10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 시장 주변의 작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을 한동안 헤맨 끝에 ‘하나로기업’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로기업은 31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약물치료로 장애를 극복한 정신장애인과 신체장애인들이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인근 동대문시장 상인과 서울 시내 중소 의류업체들. 택배를 의뢰하는 전화가 오면 옷감 샘플을 수령해 지하철을 타고 배달해 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3, 4명의 직원이 일감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사회적 취약계층들이었다. 하나로기업 직원들은 건당 7000원을 받고 하루에 5건 정도 배달을 해 월평균 1인당 70만∼80만 원의 매출을 일으킨다.
“정부 지원 없이는 수익을 내기는커녕 최저 임금 지급도 어렵죠. 지금은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사회적 일자리 사업) 지원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지금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하나로기업 권오민 대표)
하나로기업은 2008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현재 직원 28명에 대해 정부로부터 1인당 월 86만 원의 정부 지원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 받고 있다. 권 대표는 “우리 같은 소규모 사회적 기업 중엔 사회적 기업 협회 회비조차 못 낼 만큼 어려운 곳이 많다”며 “지원이 안 되면 직원 해고는 물론이고 당장 회사 자체가 없어질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로기업에서 멀지 않은 서울 중구 을지로6가의 한 빌딩. 노동부 측 말대로라면 이 건물에는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P기업의 사무실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주소지로 등록된 사무실의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려 봤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소리를 듣고 나온 옆방 사람이 “그 사무실은 오래전부터 비어있다”고 알려줬다. 노동부에서 받은 P사 연락처로 전화를 해봤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되풀이했다. 다시 확인 요청을 하자 노동부는 그제야 “P기업이 4월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알고는 있었는데 주소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사회적 기업 ‘체력 강화’ 뒷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노동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복지서비스를 창출하려고 이 제도를 만들었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는 이들이 취약계층 고용 시 1인당 월 86만 원(올해 기준)의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한다. 공공기관 우선 구매,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당시 정부는 2012년까지 1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인 선진국과는 조금 다른 출발이었다.
한 사회적 기업 대표는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고용 창출에 집착해 인건비 위주 지원을 하다 보니 사회적 기업의 자립이 등한시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정부가 스스로 지원을 끊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앞으로 몇 년 더 지원을 계속하더라도 사무실 등 기본 인프라나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갖출 만한 사회적 기업이 많지 않다”며 “사회적 기업 정책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서울시도 사회적 기업 1000개 육성방안을 발표하자 자립기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실만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경영 역량 강화-회계투명성 보완해야
최근 들어 영세한 사회적 기업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사회적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45.2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25.4명, 2009년에는 19.5명으로 줄었다.
규모나 이익보다 ‘사회적 통합 기능’이 중요한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영세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오랜 사회적 기업 역사를 가진 선진국의 사례 연구를 보면 너무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단명(短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 및 관련 일자리 지원 예산으로 총 1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기업이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사실상 이들 기업의 자금 운용이나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사회적 기업 대표는 “많은 수의 사회적 기업이 회계 등 경영 개념에 익숙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곽선화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적 기업들이 매년 2월 노동부에 제출하는 재무제표 자료조차 숫자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료를 다시 요청하면 처음 것과 완전히 다른 서류가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사회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모호한 재정운영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역량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 및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위해서는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인프라 등 사업 기반을 닦아주고 공공조달 등 시장경쟁 참여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전담해온 노동부도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지원’이라는 인식을 타파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인증 조건 유지 여부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하고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사회적 기업
비영리기관과 민간기업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기업. 취약계층을 고용해 지속적인 사회 서비스를 창출하는 ‘능동적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한다. 외국에서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노동부 주관으로 본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