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9. 11:01ㆍ맛집/흑석동 노량진 여의도 선유도
술친구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문래동으로 출동.
.
찾아보니 Cour가 마당이라는 뜻과 연극이라는 뜻이 있는데, 연극을 어디서 상영했을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
셰프님이 프랑스에서 연극 공부를 했었다고 하니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군대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말 중의 하나가, '어차피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 이기도 했다.
.
군대는 .. 그 시절의 내게는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것이었고, 나와 고참, 쫄병들은 그 부조리극의 배우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면 힘든 일상이 그나마 좀 견딜만 해지곤 했었다.
.
.
어쨌든, cosy한 공간의 문은 이렇게 생겼다.
.
.
이 날은 예약 손님만 받고 Walk in이 안되는 날이었다. 작은 레스토랑이라...
.
.
테이블 3개의 아늑한 공간인데 일단 마음에 들었다.
.
.
술친구가 가져온 와인.
.
쥬브레 샹베르뗑 프리미에 크뤼 레 굴로 Les Goulots 2017
.
.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이고 라벨에서 보듯이 전통적인 부르고뉴 와인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향과 맛은 부르고뉴였다.
.
오히려 산들산들하고 날아가는 애들만 마시다가, 원조를 마신 느낌.
.
가게에서는 프로방스 로제 하나를 시켰다.
.
.
음.. 둘이서 두 병이라니 좀 과하긴 했지만...
.
나중에 나올 때 보니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3시간 이상을 있었더라...
.
취했던 것일까?
.
첫 요리는 구운 야채. 이게 뭐라고 이 간단한게 맛있냐?
.
.
프랑스 요리는 소스가 핵심인데, 셰프님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파인 다이닝은 못한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이 빵에 찍어먹는 소스로 명란 기반의 소스를 내어 주었다.
.
프랑스도 명란을 먹냐고 했더니, 알사스 지방이 원래 발효 음식이 유명하고 명란도 곧잘 먹는다고 한다.
.
.
이 날의 메인은 이 사퀴테리 접시였는데, 아.., 아래 감자 소세지 항아리와 같이.
.
돼지 앞다리 살을 수제로 가공한 것과, 양배추를 식초 등으로 절인 것, 프로슈토, 그리고 머스타드.
.
이건 차가운 고기 쪽이고
.
.
뜨거운 고기 쪽은 감자와 함께 수제 소시지들이 식지 말라고 항아리에 (명인이 만든 걸 이날을 위해 집에서 들고 왔다고 한다. ㅎㅎ) 담겨져 나왔다.
.
.
이렇게 뜨겁고 찬 고기 들과 양배추 절임, 삶은 감자, 머스타드 등을 아래 버터와 함께 적절히 조합해서 먹는 것이었다.
.
이 버터가 뭔가 kick이었던 것 같다. 얘가 뼈대를 잡아주고 붙여준다고 해야 하나?
.
.
소세지들이 좀 더 잘 보이도록 찍은 사진.
.
이 곳으로 초대한 술친구 말에 의하면, 이 소세지들이 회심의 재료인데 막상 프렌치라 그런지 이걸 시키는 사람이 없어서 재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
이건 셰프님이 시범을 보여준 건데, 감자, 양배추, 겨자, 소세지, 그리고 버터가 올라가 있다.
.
.
이게 뭐라고 여러 layer의 맛이 뭉쳐지면서 맛이 있더라.
.
매운 맛의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나이지만, 이런 슴슴한 음식의 가치를 알기에... 아주 좋았다.
.
그리고 이 사우어 도우 위에 올려 먹으면 바로 핀초스.
.
.
이 관자 구이도 정말 맛있었다. 매우 큰 관자를 잘 구워서 소스에 받쳐 왔는데.
.
.
이렇게 잘라 주셨다.
.
사실 블라인드로 먹으면 오징어인지, 관자인지, 문어인지 햇갈릴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매우 맛있었다.
.
.
그리고 이 슴슴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
육쌈냉면 먹듯이 이 면에 관자를 올려 먹으면 맛이 더 좋다. 그러나.. 면이 늦게 나와서 딱 두 입만 그렇게 먹어봤을 뿐.
.
.
디저트로는 이 접시가 나왔는데,
.
왼쪽부터 마스카포네 치즈, 시나몬 사과 절임, 페타 치즈다.
.
.
이 것 역시, 세가지를 조금씩 모아서 한꺼번에 먹었을 때 입속에서 시너지가 폭발했다.
.
마지막은 절인 토마토.
.
.
이 샤르트뢰즈로 입 속을 정리하면서 토마토를 먹으니 완벽히 식사가 마무리 되고 입도 깔끔.
.
.
난 처음 먹어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
유럽에 각 지역별로이런 고도수의 허브 범벅 주류들이 존재하긴 하는데... 나라마다 재료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다. 프랑스는 와인과 꼬냑의 나라답게 이런 리쿼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
https://namu.wiki/w/%EC%83%A4%EB%A5%B4%ED%8A%B8%EB%A2%B0%EC%A6%88
.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최초에 만들어져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하는데, 꼭 프랑스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한 5~6만원 정도에 파는 것 같으니 다음에 구매해 봐야겠다.
.
난 민초단이라서 이런 향과 맛 너무 좋다.
.
.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훌륭했던 프렌치 비스트로.
.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