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3. 00:09ㆍ여행/북미 (1996~)
4일차는 할리우드와 게티 미술관 The Gett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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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할리우드였으므로, 바로 근처에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Dolby Theatre가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안성기 배우 손발도장을 찾기 위해 아침부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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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3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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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 여기에 이제 레드 카펫이 깔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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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벽 기둥에 연도와 함께 매해 아카데미 작품상 Best Picture 수상작 이름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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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Parasite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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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새삼 자랑스럽고, 감격스럽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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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도 노벨 문학상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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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주요 Player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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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천정과... (오른쪽 아래에 Dolby 극장 로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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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까지 뚫린 동그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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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7명의 사진이 바닥에 홀로그램처럼 그려져 있는데 이건 뭘까? 안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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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뒤쪽에서 걸어들어온 거고, 원래대로면 이 큰 문으로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 Hollywood Walk of fame 가 있는 헐리우드 거리 Hollywood Blvd. 로 부터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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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위 큰 문으로 나가면 이런 별들이 잔뜩 새겨져 있는 거리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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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쪽을 보면 1927/28 부터 시작되는데, 아마 아카데미상의 시작이 저 해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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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생충 Para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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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하면서 친숙해진 단어였는데, 그 저그 퀸이 기생충 공격을 하면 당한 Unit이 파괴되면서 벌레가 나왔던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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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결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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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형도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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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범주에 들어가긴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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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고, 아직도 새길 곳은 많이 남아 있다.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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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역시 이 중국극장 앞이 main 느낌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자기가 아는 배우들 찾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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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구석에서 안성기 배우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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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바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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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바로 밑에 있었는데 이걸 하루 전에는 왜 못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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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M 영화사는 그 시작할때 울부짖는 사자가 발도장을 찍어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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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센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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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be back 이라고 터미네이터 형님도 남겨 놓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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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저 한국인 (아마도) 이 사진 찍고 있는 돌판이 병헌이 형하고 성기 형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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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면 1927년에 남기신 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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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난 누군지 모르는 분인데, 당시에는 엄청 유명하셨겠지. 콜린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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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o.wikipedia.org/wiki/%EC%BD%9C%EB%A6%B0_%EB%AC%B4%EC%96%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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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너무 귀엽다 했더니 여자 배우 였네... 1899년~ 1988년. 무려 19세기에 출생하신 분이고, 영화 벤허에 나오셨다고 한다. 이 극장 설립자 Sid Grauman도 벤허에 나왔으니까 그 인연으로 여기에 흔적을 남기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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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시 찾아보니 이분이 출연한 벤허는 1925년 작이고, 내가 아는 벤허는 1959년 작이네. 1925년 벤허는 찾아보기도 힘들겠다... 워낙 중요한 영화이니 어딘가 존재하긴 하겠지만.. 설마 넷플릭스에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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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장면이 가장 미국스럽고 헐리우드 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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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가 많이 된? 아니면 자작한 차량에 댕댕이 두 마리가 타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자유와 애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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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점심은 근처 인앤아웃에서 먹었는데, 일본 고등학교 애들이 단체로 방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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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영어는 안되던데, 풋풋한 학생들이 일본 학생스러운 행동과 몸짓을 하면서 식사를 하는 과정을 지켜 보는 것은 꽤 재미 있었다. 왜 그런거 있잖아?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누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누구는 표현하지 못하고 등등...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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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은 그 일행 중 일부이고 안 팎으로 한 30명 이상? 몰려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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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센터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베버리힐즈 근처에서 본 경고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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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충격이다. 경비하는 댕댕이까지야 뭐 그렇다 치지만, 무장한 경비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그만큼 부자라는게 충격인건지, 무장 경비원이 상주하는게 충격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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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안이 안 좋다는 증거인건지, 그냥 총이 문화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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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티 The Getty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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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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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가면 경사길을 20분 걸어올라가야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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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트렘을 타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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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또 걸어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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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이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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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름은 Getty Center Museum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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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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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저 천장에 메달린 것들도 인테리어가 아니라 작품이다. 제목은 [Woshaa'axre Yaang'aro] 이다. 이거 한글을 알파벳으로 쓴 거 같은 느낌이랑 비슷한데, LA지역 원주민 (인디언) 인 통바족 Tongva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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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1980년생 여자인데, 이름이 Mercedes Dorame이고 조상이 통바족이란다. 제목은 Looking Back이란 뜻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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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메달린 건 전복 껍데기다. 통바족은 말리부쪽 해안과 섬에 분포해 살았는데 전복을 먹기도 하고 활용하기도 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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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wikipedia.org/wiki/Mercedes_Do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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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밖에 안된 신생국가 미국에서 갑자기 원래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원 주인이 고개를 들이밀고 '에헴'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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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를 만들려고 용을 쓴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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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사실 우리 조상들이 먼저 찜한 땅이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느껴지고. (우리 조상들이 베링 해협을 건너가서 미국 인디언이 되었다.) 전복 좋아하는 것만 봐도 딱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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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벽에 걸려 있던 또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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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표본을 꽂는 쇠꼬챙이와 딱정벌레 그림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현대미술에서 많이 활용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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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으로도 참 잘 설계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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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도 어울리고 LA에 있으면 딱 좋을 그런 공간을 건축가가 창조해낸듯.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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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이탈리아 티볼리에서 공수한 석회석 외장재 트래버틴 Travertine.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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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트래버틴은 자세히 보면 여러 화석들이 들어 있기도 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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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은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의미 있는 관람이 될 수 있었는데, 이 블로그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고 몇 개만 Sampling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기회 되는 대로 문화/예술 쪽에서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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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Rue Mosnier with Flags
1878년 6월 30일, 마네는 자기 작업실 창문 너머로 본 풍경을 그렸다. 이 날은 그림 속의 국기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경일이었는데, 화려한 거리의 장식과 들뜬 분위기 속에서 고급스러운 복장으로 활보하는 시민과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을 대비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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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효과적으로 강조된 상이군인의 모습을 통해 마네는 당시 프랑스 사회가 가지고 있던 불평등을 이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였다. 그림은 동시에, 마네의 인상파적인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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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Dragon S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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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독일화가의 용살자라는 작품이다. 이거 참 인상적이었는데, 서양 신화에서 용사가 사악한 용을 죽이고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스토리는 매우 전형적이다. 그런데 이 화가는 이 클리셰를 비틀고 있다. 죽어버린 용의 사체를 밟고 용사의 품에 안긴 저 여성의 사악해 보이는 표정을 보라! 그녀의 으스스한 응시 eerie gaze 는 관람객을 향하고 있지만, 용사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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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은 이렇게 말한다. Who, we might wonder, is the real menace and the real conquering force here? (우리는 아마도 궁금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악이고 누가 이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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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거 소설보다도 그림 한 장이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보여주네. 이거 의외로 클리셰를 비튼 이야기가 아니라 클리셰 자체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설명은 위험하니까 생략. 다만, 우리 선량하고 순진한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속성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신 안차리면, 용 다음엔 너라고 너!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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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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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West Pavilion에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거 컨설팅 보고서 쓸 때도 강조하는 기술인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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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자세히 보니까 이거 분류가 논리적이지가 않네. 연도가 막 섞여 있음. 예술이니까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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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두뇌는 이런 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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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nterior with an Easel, Bredgade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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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국민화가인 Vilhelm Hammershøi 빌헬름 함메르쇠이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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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08257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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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우 특이하고 독창적이며 조용한 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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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내향적인 성향이라 타인과 소통을 매우 부담스러워 했으며, 어느 정도였냐면 유명인이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나타나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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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dgade 25는 그가 살던 집의 주소이고, 그는 집밖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으므로 이 집에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고 그걸 그림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에 나오는 사람은 뒤로 돌아 있는 경우가 많고, 주된 대상이기 보다는 인테리어 소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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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색, 검정색, 회색 계열의 억제된 색조로 시간이 멈춘듯한 조용하고 차분한 실내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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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처럼. (내가 원래는 I 여서 그런지 몰라도 난 이 그림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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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Waiting for the Verdict / 5. Not gui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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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래 두 그림은 연결되어 있는 그림이다. 재판의 두 장면을 연작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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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림은 선고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나란히 걸려 있는 두 번째 그림은 무죄 선고가 난 다음의 기쁨을 묘사하고 있다. 1862년 런던 국제 박람회에서 큰 찬사를 받았던 그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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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그림에서 엄청 좌절하고 있는 저 아저씨가 두번째 그림에서는 신나서 변호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매우 생동감 넘치는 서사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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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서 유추해보면, 가난한 가족이고, 기소를 당한 사람은 젊은 가장으로 보인다. 부모님, 아내, 두 아기, 그리고 여동생으로 이루진 가족 모두가 법정에 나와 있고, 모두들 엄청난 근심에 휩싸여 있는 것이 보인다. 저 뒤로 변호사가 법정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아마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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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 있는 꼬마의 지쳐 떨어진 모습과 내팽겨쳐진 모자, 떨어져 있는 꽃 등이 이런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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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좌절한 표정과 신난 표정이 큰 대비를 이룬다. 매우 생동감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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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 아닌 그림으로 이런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다니...약간의 관찰력과 상상력만 있다면 이걸 감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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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위치 변화도 재밌고. 꼬마는 어느새 제대로 모자를 쓰고 있다. 가운데 주인공은 고생했지만 개운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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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상상의 소재가 아주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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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그림에서는 뒤로 법정이 아니라 바깥으로 통해 있는 문이 열려 있고, 밝은 하늘이 보인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상황에 박수를 보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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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에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지만,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처럼 소설에서는 많이 다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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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 Young Girl Defending Herself against 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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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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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아돌프 부그로 (부끄롭...?)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화가인데, 신고전주의라고 해서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탄탄한 해부학 지식에 기초하여 그려냈다. 즉, 누드 전문화가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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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벗....읍읍.. 어쨌든, 이 그림도 참 묘한데, 이 젊은 처녀는 거부하고 있지 않다. 얼핏보면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별로 성의가 없다. 얼굴 표정도 상당히 갈등하는 표정이다. Sooner or later, 저 큐피드는 화살을 가슴에 꽂는데 성공할 게 뻔해 보인다. 지도 그걸 아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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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자의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누드에 시선 돌리지 말고, 이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봐야 한다. 여자는 기본적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잘 보면 저항하고 싶지 않을?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Push를 기대하고 있기도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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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LA 여행에 관한 것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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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화가인데 이름이 아돌프면 트라우마 튀어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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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LA 시내와 몇 개 없는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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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나무도 많고, 좋아 보이는 집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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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Getty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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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A7%84%20%ED%8F%B4%20%EA%B2%8C%ED%8B%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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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시작한 기름 사업으로 한 때 세계 제일의 부자였지만.. 가족 관계는 그닥 좋지 않았고, 5번 결혼해서 5명의 아들과 14명의 손주를 두었다. 자식과 손주들은 알콜중독, 마약중독, 정신병, 재산분쟁 등 순탄치 않은 인생을 보냈다. 특히 손자 하나는 1973년,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에게 납치되어 몸값 협상 과정에서 귀가 잘리는 등 큰 일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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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무려 리들리 스콧이 감독이었고, 케빈 스페이시 주연으로 다 찍었는데 미성년자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면서 크리스토퍼 플러머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대령으로 나왔던 배우) 로 교체, 재촬영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함: All the Money라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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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3c4378ea225b4ef/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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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의 미술품 수집의 시작은 가구 수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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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구 전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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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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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좋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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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미술관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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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막 기후인 LA에서 이렇게 물이 풍부한 것도 어떻게 보면 큰 사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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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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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조경도 참 잘해 놓았는데, 여기 부지도 엄청 넓다. 건물이 다가 아님. 부지가 92만평이라고 한다. 정원도 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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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관람하고 나와서 잠깐 전화하고 있는데 누가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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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LA에서 누가 나를 알아서 부르겠나 싶어서 전화에 집중하는데, 내 이름이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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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전 직장 동료를 LA에서 우연히 마주치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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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base는 라스베가스인데 지인 만나러 LA에 잠깐 온 거였다. 이렇게도 만날 수 있구나...반가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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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숙소로 복귀해서 좀 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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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다시 만나서 식사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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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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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선농단 SUN NONG DAN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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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ps.app.goo.gl/KZfao4hi9soH3yzB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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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밥, 김치, 소스 다 제대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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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메뉴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따로국밥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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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감자탕 오른쪽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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