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웬펠트의 묘화발달단계 - Lowenfeld's development stage of drawing , -描畵發達段階

2020. 9. 15. 21:01전략 & 컨설팅

묘화발달단계라는 말이 신기하게 들려서 찾아보았다. 

 

고양이 집사라 '묘'라는 말이 주의를 끌었던 것도 같다. 

 

찾아보니 저 묘는 묘사한다고 할때의 묘였다. 그린다는 뜻.  원래 묘는 저기서 손 수변이 없는 글자인데, 밭 전자 위에 풀을 뜻하는 변이 있으니 심어진 벼를 나타내는 '묘'자가 된다. (모 묘: )

 

그런데 이제 손수자 변이 옆에 붙으니 손으로 하는 어떤 행동을 나타내게 되고 이 경우에는 그리는 행위가 되겠다.   (그릴 묘: 

 

아마 저 시절에는 종이도 흔하지 않거나 없었을 거고 땅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논에서 자라는 묘자에 그림을 그리는 뜻이 연결되게 된 상황을 유추하자면 대략 그렇다.  내 추측이니까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모 묘자와 그릴 묘자를 이해하며 외웠으니 되었다. 참고로 고양이 묘자는 기본 모 묘자 옆에 짐승을 뜻하는 개사슴록 변이 붙어서 만들어진다. (猫

 


 

도입부가 너무 길었는데 아무튼 재미있어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로웬펠츠 Victor Lowenfeld : 1903~ 1960 ] 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교육학자이다. 

 

1921년 비엔나 미술과 공예학교에서 기술중심의 미술교육을 지양하고 어린이의 자발적 표현법을 신장시키는 것을 강조한 프란츠 치젝 (F. Cizek) 에게서 배웠다. 1925년에는 비엔나 대학교에 입학하여 철학, 심리학, 교육학 등을 폭 넓게 공부했다. (그런데 기간이 짧았다. 1년?) 

 

1926년부터 1938년까지는 맹아학교에 재직하면서 미술의 창조적 활동을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1938년 많은 유대인들이 그랬듯이 미국으로 탈출하였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인권에 관심이 많았으며 미국에서는 흑인사회 속에서 생활하며 흑인 인권운동을 지지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 '창조적 정신의 성장 Creative and Mental Growth' (한국어판 제목은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은 1947년에 출판되었고 이후 8판까지 나오면서 미술 교육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그는 1960년에 갑자기 사망하였으므로 이 후에 나온 책은 다른 저자에 의해 보완되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묘화발달단계이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그림을 그리는 형태의 발달 과정을 정리한 것. 

 

1. 난화기 Scribbling Stage:  2~4세. 다시 무질서한 난화기, 조절하는 난화기, 명명하는 난화기 3개로 나뉨

 

2. 전도식기 Pre0schematic Stage: 4~7세. 자신이 중심이 되어 상징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 자신이 경험하지 않아도 자신이 이해한대로 표현. 

 

3. 도식기 Schematic Stage: 7~9세.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고 자신과 대상과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음. 사물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그릴 수 있음. 기저선 Base line이 나타남. 대상을 환경의 일부로서 인식하고 환경과 함께 그리기 시작. 중요한 부분은 과장하고 기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함. 이때의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쉬움. 엑스레이식 표현도 나타남. 내부인데 외부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림. 

 

4. 또래집단기 Gang age: 9~11세.  타인 -주로 또래집단-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음. 묘사가 더 객관화 되고 세부적, 구체적이 됨. 반면 대담성과 자신감은 감퇴. 

 

5. 의사실기 Pseudo-realism Stage: 11~13세.  공간지각이 표현되어 삼차원적 표현과 원근법이 나타남. 

 

6. 결정기 Decision Period: 13~16세.  의식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그린다. 촉각형, 시각형, 중간형 등의 종류가 있다. 

 


음.. 글쎄다.  

 

한국에서는 아마 5번 의사실기 부터 잘 보기 힘들 것 같다. 학원가야 되는데 그림 따위 그리고 있을 여유란 없거든. 

 

그러고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이고 동시에 큰 기쁨과 성취욕을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동시에 창의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행위이고.  그러나 시험에는 안 나오지.  

 

나도 국민학교 5학년 즈음인가 늘 만화를 그리던 연습장에 아버지께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 해라.' 라고 쓴 것을 발견한 후 절필 했었지. 당시만 해도 아버지가 무서울 나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계속 만화를 그렸어야 해.  아버지께서 한 천재를 그렇게 꺾어 놓으신거다.

 

물론 나는 그림을 안그리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하게 되지도 않았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제 8판.  Lambert Brittain이라는 다른 저자 이름이 보인다. 

 

한국어로는 2002년에 미진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또 다른 번역본이 나왔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살아 있는 번역본은 없다. 

 

책의 핵심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는 표지

 

나는 작년 가을에 매경 지식포럼에서 들었던 강의가 생각났다. 

 

Markus Engelberger라는 친구였는데,  탁자에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강의를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제목이 Visual Catalyzation이었던 것 같다. 

 

책 내용이랑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어릴 때는 아무렇게나 그리다가 점차 기본적인 도형들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설명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도식기에 해당.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때에는 입 속으로 들어간 것까지 다 그림에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던 것 같다. 역시 도식기에 해당. 

 

강의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결국 강의 앞부분은 로웬벨트의 묘화발달단계를 재방송 중이었던 것 ㅎㅎㅎ 

 

아뭏든, 지금까지 기억나는 메시지는, 어릴 때는 정말 기뻐서 자발적으로 그림을 두려움없이 마구 그렸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는데 어느 순간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그건 이렇게 해야 된다, 저건 저래야 한다. 이건 잘 그렸네, 저건 잘못 그렸네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그림의 행복함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이야기. 따라서 성인 중에 그림 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내 경우도 그렇고 한국의 경우는 아마 다를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 하지 말라고 해서 중단했을 것...)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 애들은 16살까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데 한국은 기껏해야 10세 전후로 땡이다. 참 서글픈 민족. 

 

원시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있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를 이야기하면서 글자가 없었던 시대에 그림은 의사 소통 수단이고, 정보를 기록하는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그림을 수정하고 추가하면서 지식도 발전했을 거라고. 

 

사냥 그림이 왜 있었을까? 어떤 대형으로 어떤 순서로 사냥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렇지. 글씨라는 상징적인 체계가 나타나서 '말'을 박제하기 전까지는 똑같이 그리는 그림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저기 영어로 써 있는 것은 Planning 이라는 말과 Capturing Ideas라는 말이다. 

 

본인이 하는 것도 그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설명중 

 

Visualization을 보고서에 많이 사용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흥미로왔던 강의. 그렇지만 기대 이상의 뭔가는 없었다. 딱 거기까지. 

 

물론 저렇게 그림으로 생각을 정리해주는 Facilitator가 있으면 생각의 교류와 진화가 촉진되긴 할 것 같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려면 그리는 자의 역량이 무지하게 훌륭해야 한다. 아마 희소한 재능일 듯. 

 

그림 잘 그리는 경력 10년 이상의 1급 전략 컨설턴트.. 정도가 비슷한 이미지 아닐까 싶다. 

 

아뭏든, 당신이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것은 저 8가지 기본 도형밖에 없다면서 그리는 것을 겁내지 말고 어릴때 잃어버린 즐거움을 찾으라고 격려하며 마무리. 

 

그림을 너무 잘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뇌를 다각도로 자극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전개하게 도와준다. 

 

나도 일하면서 자주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아마 더 자주, 더 깊이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어릴때.. 한 4~5살 정도에, 볼펜으로 이불과 벽에다 낙서하던 게 생각난다. 아주 행복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