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김성근 감독을 증오하는가?

2015. 9. 6. 05:20전략 & 컨설팅/전략

 

 

김성근 감독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느낌이다. 

 

한대화, 김응용 시절 꼴찌만 하던 팀이 5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이자들은 골수 한화팬이라면서 인신공격을 해댄다. 

 

사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내용도 중요한데, 한화의 올 시즌 별명 '마리한화'가 모든 걸 말해준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원하는 만큼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선수협에서 이의 제기를 하면서 12월, 1월 훈련을 할 수 없었고, 김성근 감독은 어려운 여름이 될 것을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와 선수협은 공통점이 많은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아뭏든, '나는 놀면서 돈 많이 받고 싶다. 그러니 공평하게 너도 훈련하지 마라.'  이런 마인드는 프로정신은 물론, 기본적인 마인드조차 안된 것이다. 

 

해태가 기아로 바뀌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바쁘기도 하고 해서 한동안 야구를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김성근 감독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고, SK, 고양 원더스를 거쳐 한화에 부임하시면서 한화 야구를 조금씩 보게 되었다. 

 

특히 요새 5위권 경쟁이 심화 되면서 인터넷으로라도 그날 결과를 살펴보는 정도가 됬는데, 댓글들을 보다 보니 어떤 경향성이 보였다. 

 

1. 일베와 비슷한 사고와 어투를 쓰는 애들이 집단적으로 김성근 감독님을 까고 있다. 

 

2. 얘들은 온갖 data와 지식을 가지고 와서, 오로지 김성근 감독이 왜 병신이고, 자기 생각만 하는 졸장이고, 심지어는 야구도 잘 모르는 노망난 할아버지인지를 증명하고자 한다. 
(이것도 일베랑 똑같다. Fact라고 하는데 잘 보면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고, 온갖 잡스러운 것들을 주워 모아 그럴 듯하게 논리를 만든다. 거짓말도 섞여 있다.) 

 

3. 주로 많이 나오는 단어는 킬, 혹사, 비열한 속임수, 승리를 위해 어떤 야비한 수법도 불사하는.. 등등이다.  김영덕 감독에게는 맞는 말일지 몰라도, 김성근 감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다. 정작 선수들 중에서는 오히려 김성근 감독님께 훈련 받고 제대로 야구 하고 싶다거나, 김성근 감독님 덕분에 야구를 알게 됬다거나 이런 스토리가 대부분인데 주변에서 오히려 난리다. 온갖 유언비어들을 확대 재생산 하며 김성근 감독을 깐다. 

 

 

왜 그러는 걸까? 

 

일단 얘들은 사회에서 하층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베가 그렇듯이. 김성근 감독식으로 하면, 노력을 안해서 그렇게 된 애들이다. 자기들이 그렇게 된게 노력 부족이라고 하니, 반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회사나 동료에게서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노동을 강요하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그들과 김성근 감독을 동일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프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얘들은 그런 세계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채찍을 들고 선수들을 닥달하는 이미지만 머리 속에 박혀 있을 뿐이다. 

 

얘들은 역설적으로, 별 노력 없이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잘되고 권력을 부리는 계층을 동경한다. 자기들도 그렇게 될 수 있었기를 바란다. 어차피 노력하는 성향은 아니니 두 극단이 만난다. 일베가 딱 그렇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대학교 까지 일본에서 다녔다. 한국말도 어눌하다. 그런데 실력은 무지하게 좋다. 선수 때도 그랬고 (본인이 너무 잘해서 혹사 당하다가 선수 생명이 일찍 끝난 케이스다.) 감독으로서도 SK 때부터 절정의 감을 보이고 있다. 질 낮은 애들이 질시하고 공공의 적으로 삼을 만한 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게시판에 보면, 자기는 한화 팬이라고 주장하면서 울분을 토하고 반드시 이번 시즌 끝나면 김성근 감독을 경질시키겠다는 놈들이 보인다. 가관이다. 수준이 보인다. 

 

이렇게 저렇게 썼지만, 얘들은 그냥 본능적으로 김성근 감독이 싫은 거다. 

 

일베 성향 애들이 싫어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보수 꼴통들도 같은 맥락에서 김성근 감독이 싫다. 원래 제대로 된 보수라면 김성근 감독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보수가 거의 없다. 권력 (프론트)에 승복하지 않고 야구에 대한 원칙이 확고해서 편법이 통하지 않고, 선수들을 제대로 통솔하는 감독의 존재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롯데 이종운 감독 같은 사람이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 감독상이다. 물론, 말 잘들으면서 야구도 잘하면 좋지만, 굳이 꼽자면 실력 보다는 말 잘듣는 사람이 더 좋은 거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자기의 선입관에 따라 사람을 먼저 판단한 다음, 사후적으로 그 근거를 여기저기서 찾아서 가져다 붙이는 것. 그것이 김성근 감독에 대한 엄청난 안티의 실체이다. 일베와 거의 겹쳐지는 애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족. 

 

일베애들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때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판단력과 그런 마음 밖에 가지지 못한 그들이 정말 불쌍하다. 그들은 친일파가 득세하는 기형화된 사회가 낳은 뒤틀림들이다. 야구는 그들이 마음을 붙일 좋은 대상이었나 보다. 

사람이 본질을 볼 수 있으려면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야 한다. 얕은 인격으로는 큰 그림도, 깊은 내면도 볼 수 없다. 이해의 한계다. 이미 굳어진 그들의 머리를 바꿔 놓을 방도도 없어 보인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사람으로 한번 태어나서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내가 기본적으로 김성근 감독님의 철학에 깊은 공감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김성근 감독을 까는 애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혹사, 착취, 무조건 희생 이런 것들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만일 김성근 감독이 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그 수많은 성과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한화 선수들이나 그동안 그 분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 다 바보인가? 

 

까대는 애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업적 자체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무리수다. 각 구단에서 김성근 감독을 꾸준히 불러서 쓰는 이유가 있는 거다. 더구나 본인이 비로소 야구에 눈을 떴다고 말씀하시는 시기는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 코치 시절 이후이다. 그 다음에 맡은 SK가 4년 동안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거둔다. (그 직전 성적은 6위였다.) 

 

고양 원더스에서는 무려 22명의 선수를 부활시켜 프로로 돌려 보냈다. 

 

한평생 야구만 해왔고,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쳤고, 한국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고 계시며, 1,200승 이상을 (김응용 감독에 이어 역대 2위) 거둔 분에게 개념없는 비난은 자기 수준에 대한 인증 이상은 아닐 것이다. 

 

바로 어제 두산을 9대1로 잡은 경기에서, 감독님은 김경언, 김태균, 이용규 (1,3,4번)를 빼고 시작했다. 김태균, 김회성은 전날 아쉽게 진 경기 이후에 감독님과 특타 훈련을 했고, 김회성은 결국 3점 홈런을 때렸다.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파격을 실행하는 감독이 과연 징징거리는 자칭 야구 전문가들보다 생각이 없고 능력이 없을까? 

 

 

(내가 전략 category 밑에 이 글을 쓴 이유는 리더십과 조직, 인재 관리 등에 관해 생각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