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위기
2011. 10. 11. 08:28ㆍ전략 & 컨설팅/STEEP
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조선비즈에서 퍼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11/2011101100215.html?news_HeadBiz
위기 앞에 무용지물주류 경제학의 위기
10일 노벨 경제학상에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 2명이 선정되자 주류 경제학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경제학은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설명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며, '학문을 위한 학문'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제학계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 연구는 사람의 마음과 제도도 고려해야 하는데, 기존 경제학은 수학과 통계에 파묻혀 버렸다"며 "금융위기 예측에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략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Desk에서만 작성된, 현장을 모르는 전략이 좋은 사례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극장에서 내가 일어서서 영화를 보면 나에겐 최선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개인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행위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는 개인에게 좋은 일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동일시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 사태가 벌어진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23일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헨리 왁스먼 미 민주당 의원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에게 "본인의 (경제학적) 세계관이 틀렸고, 현실과 맞지 않았음을 인정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린스펀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중앙은행이 일을 옳게 처리하고 있다고 확신한 채 무려 20년간 일했다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금융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경제학 이론이 틀렸음을 인정한 것이다. 198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의장을 맡았던 그린스펀은 재임 중 저금리를 유지해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결국은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2009년 7월 22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위기가 얼마나 큰 규모로 언제 찾아올지 예측하지 못한 것은 경제 시스템의 전체적인 위험성을 이해할 만큼 집단적인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문을 보냈다. 여왕은 2008년 11월 런던 정경대를 방문해 "왜 아무도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던져 경제학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영국학술원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9년 6월 경제학자, 재계, 정부 당국자를 모아 토론회를 열고 그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제학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는 시카고학파가 주류 경제학을 장악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1960년대에 개발된 효율적 시장 가설의 요지는 '자산(주식·채권)의 가격에 시장에서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가 즉시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 시장은 균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돈 되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반영해 즉시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거품이란 게 존재할 수 없다.
효율적인 시장의 완벽한 작동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핵심이고, 이 같은 논리는 정부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만 중시하는 신(新)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효율적 시장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를 두고 "그간 경제학은 (이론의) 아름다움을 진실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난에 시카고학파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현실을 모두 반영한 경제학 모델은 불가능하며, 단순화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인 경제학 모델이 현실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에는 제대로 답을 못하고 있다.
경제학이 금융위기 예측에 무능했던 것은 경제학의 여러 학문이 저마다 자기만의 성(城)에 갇혀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한 점도 일조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금융을 모르고, 재무 이론가들은 거시경제를 등한시하는 과정에서 실물과 금융과의 연관관계가 하나의 블랙홀로 남아 있다가 금융위기가 터졌다"고 말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11/2011101100215.html?news_HeadBiz
위기 앞에 무용지물주류 경제학의 위기
시장에 대한 맹신 - "효율적인 시장은 균형 유지, 정부가 개입해선 안돼"
新자유주의 주류 학자들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 실패
자기만의 城에 갇히다 - 사람의 마음 고려 안한 채 수학과 통계에만 파묻혀…
경제학 분야 간 소통 소홀, 실물·금융 연관성 파악 못해
10일 노벨 경제학상에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 2명이 선정되자 주류 경제학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경제학은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설명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며, '학문을 위한 학문'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제학계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 연구는 사람의 마음과 제도도 고려해야 하는데, 기존 경제학은 수학과 통계에 파묻혀 버렸다"며 "금융위기 예측에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략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Desk에서만 작성된, 현장을 모르는 전략이 좋은 사례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극장에서 내가 일어서서 영화를 보면 나에겐 최선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개인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행위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는 개인에게 좋은 일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동일시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 사태가 벌어진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23일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헨리 왁스먼 미 민주당 의원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에게 "본인의 (경제학적) 세계관이 틀렸고, 현실과 맞지 않았음을 인정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린스펀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중앙은행이 일을 옳게 처리하고 있다고 확신한 채 무려 20년간 일했다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금융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경제학 이론이 틀렸음을 인정한 것이다. 198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의장을 맡았던 그린스펀은 재임 중 저금리를 유지해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결국은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2009년 7월 22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위기가 얼마나 큰 규모로 언제 찾아올지 예측하지 못한 것은 경제 시스템의 전체적인 위험성을 이해할 만큼 집단적인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문을 보냈다. 여왕은 2008년 11월 런던 정경대를 방문해 "왜 아무도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던져 경제학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영국학술원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9년 6월 경제학자, 재계, 정부 당국자를 모아 토론회를 열고 그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제학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는 시카고학파가 주류 경제학을 장악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1960년대에 개발된 효율적 시장 가설의 요지는 '자산(주식·채권)의 가격에 시장에서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가 즉시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 시장은 균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돈 되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반영해 즉시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거품이란 게 존재할 수 없다.
효율적인 시장의 완벽한 작동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핵심이고, 이 같은 논리는 정부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만 중시하는 신(新)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효율적 시장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를 두고 "그간 경제학은 (이론의) 아름다움을 진실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난에 시카고학파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현실을 모두 반영한 경제학 모델은 불가능하며, 단순화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인 경제학 모델이 현실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에는 제대로 답을 못하고 있다.
경제학이 금융위기 예측에 무능했던 것은 경제학의 여러 학문이 저마다 자기만의 성(城)에 갇혀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한 점도 일조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금융을 모르고, 재무 이론가들은 거시경제를 등한시하는 과정에서 실물과 금융과의 연관관계가 하나의 블랙홀로 남아 있다가 금융위기가 터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