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에서 배우는 창조산업의 경쟁원리
2011. 5. 10. 21:57ㆍ전략 & 컨설팅/전략
좋은 시도인 것 같다.
1. Leadership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배가 산으로 간다.
2. 수평적/수직적 Communication이 원활해야 한다. 아무리 아랫사람의 이야기라도 최상위층까지 전달 될 수 있어야 하고, 이질적인 조직/인력의 상호작용을 통해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야 한다.
3. 인재를 뽑아서 잘 키워야 한다. 조직의 Vision이 명확해야 하고, 그 Vision에 걸맞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재가 조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고종원 기자 블로그에서 퍼옴.
저는 거의 모든 장르의 TV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개그맨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KBS의 <개그 콘서트> 외에는 이렇다 할 개그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한때 KBS 개그 콘서트를 위협했던 SBS의 <웃찾사>는 지난해 10월 폐지됐습니다. 당시 ‘컬투’가 맹활약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이 프로그램은 7년6개월로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갈갈이와 옥동자로 개그계를 선도했던 박준형과 정종철을 KBS에서 데려왔던 MBC의 <개그야>와 그 후속 프로그램인 <하땅사>도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본격 개그 프로그램의 몰락 속에서 개그 콘서트의 성과는 두드러져 보입니다. 1999년 시작된 이래 10년 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도 2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나오기 때문이죠. 개콘의 성공에는 시청률 5%대에 머물다 폐지된 경쟁 프로그램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개콘의 성공은 경쟁을 이겨낸 기업과 비슷합니다. 비슷한 상품군을 갖고 경쟁하던 기업을 따돌리고 시장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기업의 모습이 개콘에 투영됩니다. 개콘의 간판이었던 박준형과 정종철을 스카우트한 MBC <개그야>에서는 경쟁기업의 우수인재를 빼내간 기업의 모습이, 컬투로 개콘을 위협했던 <웃찾사>에서는 신개념 상품으로 상대방을 위협했던 2등 기업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했기에 개콘은 경쟁 기업이 도태되는 과정에서 1등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런 궁금증은 개콘이 홀로 남은 주요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되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개콘과 웃찾사의 작가, 개그맨, 연출자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를 만나면서 개콘의 강력한 경쟁력의 원인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개콘은 조직 내부에 벽이 없다고 합니다. 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웃찾사는 웃찾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몇몇 기획사들이 코너를 배분해서 갖고 있는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정당에 계파가 있어 내부적으로 자리를 배분해서 차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코너가 15개라면 한 기획사 소속 개그맨들이 만드는 코너가 각각 5개로 배분이 돼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그맨이더라도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른 코너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웃찾사의 경우 코너간의 경쟁이 있어 어떤 기획사가 만든 코너가 3개로 줄면 다른 기획사가 만든 코너가 7개로 늘어나는 방식이어서 기획사간의 경쟁은 존재했습니다.
이런 구조는 인재의 배분에서 큰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개콘은 전체 출연 개그맨 가운데 해당 코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뽑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전체 회사 또는 전체 그룹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개콘은 가능합니다. 반면 웃찾사의 경우 해당 기획사가 관장하는 프로그램 내부에서만 인재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마치 부서간의 장벽이 있거나 계열사 내부에 확실한 칸막이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업의 경우 이런 조직 구조의 차이는 과거처럼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기능 중심의 조직일 때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똑같은 상품을 어제 만들던 방식으로 오늘 만들고 또 내일 만든다면 인재보다는 정확한 관리와 이를 집행하는 메커니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를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재의 풀을 넓히고 최적의 인물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내야 합니다. 개콘은 전체로 최적화된 반면 경쟁 프로그램인 웃찾사는 부분 최적화만을 달성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개콘의 경쟁구조입니다. 개콘은 통상 15개 코너를 공개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3개 코너는 소위 ‘편집’을 당해 방송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개콘의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항상 긴장감이 흐르게 됩니다. 이는 잭 웰치가 GE를 경영할 때 하위 10%의 인력을 잘라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더욱이 개콘의 경우 개별 프로그램 내부에도 경쟁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봉숭아 학당’인데 일부 개그맨의 연기가 재미 없거나 공연장에서 호응이 별로였다고 판단되면 편집이 됩니다. 코너 내부, 그리고 코너 간에 경쟁으로 인한 긴장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조직의 계층구조마다 경쟁원리가 도입된 것이죠.
셋째, 아이디어를 수집할 때는 최대한 수평적으로, 그러나 코너에 대한 배치는 연기실력에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개그맨들은 소위 ‘군기’가 센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하는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콘을 만드는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경력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낸다고 합니다. 평등한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최대한 도출하는 것이죠. 개콘의 강점은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기력에 따라 개그맨을 코너에 재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전체 개그맨으로부터 수집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기력이 뛰어난 선배들이 코너를 다듬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프로세스가 정립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배 개그맨들은 선배들이 갖고 있는 암묵적인 지식을 체득하게 되고,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잘 아는 개그맨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6~7년 전 어설픈 무술 코미디를 했던 이수근과 김병만이 각각 감초 같은 사회자 역할과 ‘달인’이라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이름을 날리는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수평적 조직 분위기 속에서의 아이디어 도출, 선배들의 암묵적 지식 습득, 자신의 적성 발견과 역량 발휘라는 체계가 기업에도 확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교육과 성장 루트가 있었기 때문에 핵심 인재인 박준형, 정종철이 MBC로 떠났을 때 불거졌던 위기론을 개콘이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기업 환경은 계속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넘게 수십 가지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개콘의 조직운영 방식은 기업의 운영에도 시사점이 많습니다.
1. Leadership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배가 산으로 간다.
2. 수평적/수직적 Communication이 원활해야 한다. 아무리 아랫사람의 이야기라도 최상위층까지 전달 될 수 있어야 하고, 이질적인 조직/인력의 상호작용을 통해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야 한다.
3. 인재를 뽑아서 잘 키워야 한다. 조직의 Vision이 명확해야 하고, 그 Vision에 걸맞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재가 조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고종원 기자 블로그에서 퍼옴.
저는 거의 모든 장르의 TV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개그맨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KBS의 <개그 콘서트> 외에는 이렇다 할 개그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한때 KBS 개그 콘서트를 위협했던 SBS의 <웃찾사>는 지난해 10월 폐지됐습니다. 당시 ‘컬투’가 맹활약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이 프로그램은 7년6개월로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갈갈이와 옥동자로 개그계를 선도했던 박준형과 정종철을 KBS에서 데려왔던 MBC의 <개그야>와 그 후속 프로그램인 <하땅사>도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본격 개그 프로그램의 몰락 속에서 개그 콘서트의 성과는 두드러져 보입니다. 1999년 시작된 이래 10년 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도 2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나오기 때문이죠. 개콘의 성공에는 시청률 5%대에 머물다 폐지된 경쟁 프로그램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개콘의 성공은 경쟁을 이겨낸 기업과 비슷합니다. 비슷한 상품군을 갖고 경쟁하던 기업을 따돌리고 시장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기업의 모습이 개콘에 투영됩니다. 개콘의 간판이었던 박준형과 정종철을 스카우트한 MBC <개그야>에서는 경쟁기업의 우수인재를 빼내간 기업의 모습이, 컬투로 개콘을 위협했던 <웃찾사>에서는 신개념 상품으로 상대방을 위협했던 2등 기업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했기에 개콘은 경쟁 기업이 도태되는 과정에서 1등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런 궁금증은 개콘이 홀로 남은 주요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되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개콘과 웃찾사의 작가, 개그맨, 연출자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를 만나면서 개콘의 강력한 경쟁력의 원인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개콘은 조직 내부에 벽이 없다고 합니다. 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웃찾사는 웃찾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몇몇 기획사들이 코너를 배분해서 갖고 있는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정당에 계파가 있어 내부적으로 자리를 배분해서 차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코너가 15개라면 한 기획사 소속 개그맨들이 만드는 코너가 각각 5개로 배분이 돼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그맨이더라도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른 코너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웃찾사의 경우 코너간의 경쟁이 있어 어떤 기획사가 만든 코너가 3개로 줄면 다른 기획사가 만든 코너가 7개로 늘어나는 방식이어서 기획사간의 경쟁은 존재했습니다.
이런 구조는 인재의 배분에서 큰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개콘은 전체 출연 개그맨 가운데 해당 코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뽑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전체 회사 또는 전체 그룹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개콘은 가능합니다. 반면 웃찾사의 경우 해당 기획사가 관장하는 프로그램 내부에서만 인재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마치 부서간의 장벽이 있거나 계열사 내부에 확실한 칸막이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업의 경우 이런 조직 구조의 차이는 과거처럼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기능 중심의 조직일 때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똑같은 상품을 어제 만들던 방식으로 오늘 만들고 또 내일 만든다면 인재보다는 정확한 관리와 이를 집행하는 메커니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를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재의 풀을 넓히고 최적의 인물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내야 합니다. 개콘은 전체로 최적화된 반면 경쟁 프로그램인 웃찾사는 부분 최적화만을 달성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개콘의 경쟁구조입니다. 개콘은 통상 15개 코너를 공개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3개 코너는 소위 ‘편집’을 당해 방송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개콘의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항상 긴장감이 흐르게 됩니다. 이는 잭 웰치가 GE를 경영할 때 하위 10%의 인력을 잘라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더욱이 개콘의 경우 개별 프로그램 내부에도 경쟁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봉숭아 학당’인데 일부 개그맨의 연기가 재미 없거나 공연장에서 호응이 별로였다고 판단되면 편집이 됩니다. 코너 내부, 그리고 코너 간에 경쟁으로 인한 긴장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조직의 계층구조마다 경쟁원리가 도입된 것이죠.
셋째, 아이디어를 수집할 때는 최대한 수평적으로, 그러나 코너에 대한 배치는 연기실력에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개그맨들은 소위 ‘군기’가 센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하는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콘을 만드는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경력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낸다고 합니다. 평등한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최대한 도출하는 것이죠. 개콘의 강점은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기력에 따라 개그맨을 코너에 재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전체 개그맨으로부터 수집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기력이 뛰어난 선배들이 코너를 다듬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프로세스가 정립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배 개그맨들은 선배들이 갖고 있는 암묵적인 지식을 체득하게 되고,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잘 아는 개그맨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6~7년 전 어설픈 무술 코미디를 했던 이수근과 김병만이 각각 감초 같은 사회자 역할과 ‘달인’이라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이름을 날리는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수평적 조직 분위기 속에서의 아이디어 도출, 선배들의 암묵적 지식 습득, 자신의 적성 발견과 역량 발휘라는 체계가 기업에도 확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교육과 성장 루트가 있었기 때문에 핵심 인재인 박준형, 정종철이 MBC로 떠났을 때 불거졌던 위기론을 개콘이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기업 환경은 계속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넘게 수십 가지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개콘의 조직운영 방식은 기업의 운영에도 시사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