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과 핵심 경직성
2011. 4. 12. 09:51ㆍ전략 & 컨설팅/전략
주로 HBR 논문 위주로 쓴 글이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글.
우리는 아래의 내용을 실 생활에서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Core Competency라고 하니까 그것만 계속 추구하고, 이젠 Core Ligidity라고 하니까 경계를 하고 정말 그렇게 단순하게 경영 현장이 돌아가고 있을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경영진 (오우너)가 어떤 개념에 꽂히면 그 개념 위주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거기에는 항상 동전의 양면이 있는데, 반대쪽 면은 적어도 겉으로는 지적되지 않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과잉충성의 한 사례일 수도 있겠지만... 조직 내에서도 Communication이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운 얘기라도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핵심역량 외에도, 그런 유행을 탔던 개념들은 다음과 같다. (전체 List는 아니고 생각나는 것만...)
식스시그마, ERP, Globalization, Convergence, KPI, BSC, 제안제도, PI (혹은 BPR), 다운사이징 (구조조정 or Restructuring), 혁신, CDP, ABC (활동기준 원가), e-Sourcing (전자 구매 관련), ...
위클리 조선 비즈에서 퍼옴.
정창권 휴넷 이사 글
‘계영배(戒盈杯)’를 아시는지요? 경계 계戒, 찰 영盈, 잔 배杯. 즉 잔이 채워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로 절주배(節酒杯)라고 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하백원(河百源, 1781 ~1845)이 이 잔을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의 추오패(春秋五覇)중 하나인 제환공(齊桓公)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기 위해 곁에 뒀던 잔이지요. 최근엔 박근혜씨가 각 국 정상들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R) 논문도 계영배와 일맥상통합니다. 2008년에 나온 ‘성장이 정체될 때(When Growth Stalls)’라는 논문인데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칭찬 받을 때 겸손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경영 분야에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매튜, 드렉, 세스 등 3명의 컨설턴트는 오랜 연구 끝에 놀라운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기업들, 애플, 3M, 볼보, 뱅크원(Banc One), 다임러-벤츠(Daimler-Benz), 토이저러스(Toys "R" Us), 캐터필라(Caterpillar) 등 유명 글로벌 기업(포춘 100대 기업 포함)들을 1955년부터 2006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매출 정점에서 갑자기 매출이 급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50년간의 기업 데이타와 400여 개 기업을 연구한 분석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체시점(Stall year)에 이를 때까지 기업의 매출은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사한 모든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성장 정체(Growth Stall)라는 관문을 지나가게 됩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대부분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집니다. 전체 기업 중 87%나 됩니다.
이 늪에 빠진 기업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 번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이 기업들이 다시 떨쳐 일어나 성장정체의 관문을 통과한 확율은 46%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늪에서 허우적거렸다고 합니다. 이후에 살아남을 확율은 단 7%뿐입니다. 26%는 겨우 연명하고 나머지 67%는 아예 사라집니다. 즉 한 번 성장의 정체에 빠지면 계속 고전하거나 사라질 확율이 50%나 되는 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포춘100대 기업 수준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경영자들은 긴장하고 솔직해져야 합니다. 논문은 ‘남의 탓하지 말라’고 못을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이 밝혀낸 기업 침체의 원인을 보면,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 환경 요소 비중은 겨우 13% 밖에 되지 않다는 겁니다. 87%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원인입니다.
저자들이 지목한 주요 원인 4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원인은 ‘프리미엄 포지션 제약(Premium-Position captivity)’입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정신의 포로가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기도취적인 상태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이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 참조)
저자들은 ‘선두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크리스텐슨, 2010)와 맥을 같이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시아드의 이브 도즈 교수(이브도즈, 2009)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해서 생긴 성공의 저주(The Curse of Success)를 언급합니다.
90년대에는 일본 유수 기업들이 미국 본토에 상륙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 등이 주장한 핵심역량 개념이 ‘전가의 보도’처럼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버드 교수인 도로시 레너드(Dororthy Leonard-Barton)는 90년대 초에 핵심역량이 오히려 신 사업의 걸림돌이 된다는 ‘핵심경직성(Core Rigidities)’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바 있습니다.(Leonard-Barton, 1992) 이 기념비적인 논문은 이후 3,116회나 학술문헌에 인용됐습니다. 핵심역량의 이중성이야말로 경영의 현실이 아닐까요?
이제 다시 HBR 논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성장정체의 두 번째 원인은 혁신 관리 실패(Innovation Management Breakdown) 입니다.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성공확률이 높은 상품에 역량을 집중합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상품의 기능을 개선해 신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또 출시를 해야 하지만 모험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박을 낸 성공 제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옆에서 질문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대답하게 됩니다. ‘그래야지. 좀 있다가.’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은 경영학의 오래된 화두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자원과 상품을 '활용'해서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잘만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믿고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는 이슈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원을 할당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 걸린 문제입니다.
단기적(short run)으로는 활용이 탐색보다 효과적일 지 모르지만 장기적(long run)으로는 내부 리소스를 잘 활용하여 활용과 탐색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HBR 탐구 시리즈 원고 중 하나인 ‘아웃소싱 전략의 환상을 버려라(Pisano and Shih, 2009)’와도 연결됩니다. 벨 연구소와 제록스 파크 연구소는 핵심역량에 도움이 되는 연구만 했고 IBM과 코닝(Corning)의 연구소는 무관한 연구도 허용되었는데 결과는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성장 일변도에 있는 기업은 모니터링 레이다에 저가 경쟁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저가 경쟁자의 위협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듀폰처럼 오로지 프리미엄 상품만 집중 개발하는 업체도 있지만요.
성장 정체의 세번째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번 째 원인으로 언급했던 자만심이 더 발전해서 핵심사업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것만 추종하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탐색 활동은 필요한 것이지만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사업을 흔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블루 오션 전략은 시장을 재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핵심 사업 전략은 자산을 재 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입니다.
K마트(Kmart)는 핵심 자산이 있는 시장을 조기에 포기한 사례입니다. 1970년대 K마트는 ‘시어즈’라는 거대 공룡을 누르고 1970년대에 승승장구합니다. 1976년 로버트 드워(Robert Dewar) 당시 사장은 시장 포화를 우려하며 90년까지 매출의 25%가 신사업에서 나와야 한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K마트는 뷔페사업, 비디오-피자 연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월마트는 위성과 연계한 POS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추진, 1980년대말 K마트를 추월하게 됩니다. K마트가 핵심사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혈안이 되고 있을 때, 월마트는 물류역량에 집중해서 결국 승패를 갈랐습니다.
마지막 성장 정체 원인은 임원에 대한 이슈입니다. 논문은 내부 승진 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부 승진 제도를 통해 임원이 된 사람들은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부족하고 익숙하고 진부한 내부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부 경로 의존성이란 과거의 행위가 미래의 행위를 결정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하던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통계자료를 통해 고위 관리자의 외부 영입 비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0%~30%의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받아야 기업이 건강하게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업은 어떠신지요?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첫째, 당연시 여기는 믿음, 전략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
둘째, 사전 검시(檢屍)분석 시스템을 갖춰라. 사전검시 분석은 우리 조직이 망했다고 가정하고 왜 망했을까라는 점을 밝혀보는 것입니다. Gary Klein의 2007년도 HBR 기고문인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세째, 임원 후보그룹(그림자 내각)을 조직해서 의사결정을 보완시켜라.
네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도움으로 전략을 점검하라.
이 원인 중에 눈에 띄는 대안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활용하라는 대목입니다. 다분히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만 솔직히 가장 객관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아닐까요? ‘전략 만들기 : 행동함으로써 배운다 (Making Strategy: Learning by Doing)(HBR, 1997)’라는 논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선조들이 계영배를 통해 전하려 했던 지혜가 현대의 경영자들에게도 대물림되기를 바랍니다.
<기업 자기 도취 체크리스트>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 임원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3. 고위 임원들이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와 같은 시장 또는 같은 상품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할 지 모른다는 가정을 인정하지 않나요? 즉, 설마하면서 외면하고 있나요? Does the senior executive team resist the proposition that non-premium players operate in the same business or product category that we do?
4. 저가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우리의 High-end 시장을 침투할 가능성에 대해서 근거없이 무시하려 하나요? Do we commonly dismiss the possibility that non-premium rivals and low-end entrants will penetrate the upper ends of our markets?
##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조사활동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5. High-end시장에 쏟는 수준의 열정을 가지고 더 낮은 단계의 고객을 찾으려 하지 않나요? Do we fail to track shifts in secondary and teritiary customer-group behavior with the same rigor we use for our higher-end segments?
6. 언제가부터 경쟁자 분석에서 저가 경쟁자와 무시할 정도로 낮은 단계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침투하고 있는 경쟁자가 제외되었나요? Do we exclude non-premium players and low-end entrants from our tracking of competitive threats?
만약 Yes가 2개 이상이라면 시장 분석 및 경쟁자 분석을 다시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는 자사의 프리미엄 특성 대비 저가 경쟁자들의 성과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Yes가 4개 이상이면 비상계획Contingent Plan을 세워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저가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18개월 안에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계획에는 원가구조와 목표수익율까지 포함됩니다) How might the firm modify its current business model (including its margin requirements and cost basis) to respond to a low-cost entrant within 18 months?
우리는 아래의 내용을 실 생활에서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Core Competency라고 하니까 그것만 계속 추구하고, 이젠 Core Ligidity라고 하니까 경계를 하고 정말 그렇게 단순하게 경영 현장이 돌아가고 있을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경영진 (오우너)가 어떤 개념에 꽂히면 그 개념 위주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거기에는 항상 동전의 양면이 있는데, 반대쪽 면은 적어도 겉으로는 지적되지 않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과잉충성의 한 사례일 수도 있겠지만... 조직 내에서도 Communication이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운 얘기라도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핵심역량 외에도, 그런 유행을 탔던 개념들은 다음과 같다. (전체 List는 아니고 생각나는 것만...)
식스시그마, ERP, Globalization, Convergence, KPI, BSC, 제안제도, PI (혹은 BPR), 다운사이징 (구조조정 or Restructuring), 혁신, CDP, ABC (활동기준 원가), e-Sourcing (전자 구매 관련), ...
정창권 휴넷 이사 글
‘계영배(戒盈杯)’를 아시는지요? 경계 계戒, 찰 영盈, 잔 배杯. 즉 잔이 채워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로 절주배(節酒杯)라고 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하백원(河百源, 1781 ~1845)이 이 잔을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의 추오패(春秋五覇)중 하나인 제환공(齊桓公)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기 위해 곁에 뒀던 잔이지요. 최근엔 박근혜씨가 각 국 정상들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R) 논문도 계영배와 일맥상통합니다. 2008년에 나온 ‘성장이 정체될 때(When Growth Stalls)’라는 논문인데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칭찬 받을 때 겸손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경영 분야에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매튜, 드렉, 세스 등 3명의 컨설턴트는 오랜 연구 끝에 놀라운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기업들, 애플, 3M, 볼보, 뱅크원(Banc One), 다임러-벤츠(Daimler-Benz), 토이저러스(Toys "R" Us), 캐터필라(Caterpillar) 등 유명 글로벌 기업(포춘 100대 기업 포함)들을 1955년부터 2006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매출 정점에서 갑자기 매출이 급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50년간의 기업 데이타와 400여 개 기업을 연구한 분석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체시점(Stall year)에 이를 때까지 기업의 매출은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사한 모든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성장 정체(Growth Stall)라는 관문을 지나가게 됩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대부분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집니다. 전체 기업 중 87%나 됩니다.
이 늪에 빠진 기업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 번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이 기업들이 다시 떨쳐 일어나 성장정체의 관문을 통과한 확율은 46%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늪에서 허우적거렸다고 합니다. 이후에 살아남을 확율은 단 7%뿐입니다. 26%는 겨우 연명하고 나머지 67%는 아예 사라집니다. 즉 한 번 성장의 정체에 빠지면 계속 고전하거나 사라질 확율이 50%나 되는 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포춘100대 기업 수준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경영자들은 긴장하고 솔직해져야 합니다. 논문은 ‘남의 탓하지 말라’고 못을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이 밝혀낸 기업 침체의 원인을 보면,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 환경 요소 비중은 겨우 13% 밖에 되지 않다는 겁니다. 87%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원인입니다.
저자들이 지목한 주요 원인 4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원인은 ‘프리미엄 포지션 제약(Premium-Position captivity)’입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정신의 포로가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기도취적인 상태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이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 참조)
저자들은 ‘선두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크리스텐슨, 2010)와 맥을 같이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시아드의 이브 도즈 교수(이브도즈, 2009)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해서 생긴 성공의 저주(The Curse of Success)를 언급합니다.
90년대에는 일본 유수 기업들이 미국 본토에 상륙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 등이 주장한 핵심역량 개념이 ‘전가의 보도’처럼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버드 교수인 도로시 레너드(Dororthy Leonard-Barton)는 90년대 초에 핵심역량이 오히려 신 사업의 걸림돌이 된다는 ‘핵심경직성(Core Rigidities)’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바 있습니다.(Leonard-Barton, 1992) 이 기념비적인 논문은 이후 3,116회나 학술문헌에 인용됐습니다. 핵심역량의 이중성이야말로 경영의 현실이 아닐까요?
이제 다시 HBR 논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성장정체의 두 번째 원인은 혁신 관리 실패(Innovation Management Breakdown) 입니다.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성공확률이 높은 상품에 역량을 집중합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상품의 기능을 개선해 신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또 출시를 해야 하지만 모험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박을 낸 성공 제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옆에서 질문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대답하게 됩니다. ‘그래야지. 좀 있다가.’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은 경영학의 오래된 화두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자원과 상품을 '활용'해서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잘만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믿고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는 이슈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원을 할당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 걸린 문제입니다.
단기적(short run)으로는 활용이 탐색보다 효과적일 지 모르지만 장기적(long run)으로는 내부 리소스를 잘 활용하여 활용과 탐색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HBR 탐구 시리즈 원고 중 하나인 ‘아웃소싱 전략의 환상을 버려라(Pisano and Shih, 2009)’와도 연결됩니다. 벨 연구소와 제록스 파크 연구소는 핵심역량에 도움이 되는 연구만 했고 IBM과 코닝(Corning)의 연구소는 무관한 연구도 허용되었는데 결과는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성장 일변도에 있는 기업은 모니터링 레이다에 저가 경쟁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저가 경쟁자의 위협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듀폰처럼 오로지 프리미엄 상품만 집중 개발하는 업체도 있지만요.
성장 정체의 세번째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번 째 원인으로 언급했던 자만심이 더 발전해서 핵심사업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것만 추종하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탐색 활동은 필요한 것이지만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사업을 흔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블루 오션 전략은 시장을 재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핵심 사업 전략은 자산을 재 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입니다.
K마트(Kmart)는 핵심 자산이 있는 시장을 조기에 포기한 사례입니다. 1970년대 K마트는 ‘시어즈’라는 거대 공룡을 누르고 1970년대에 승승장구합니다. 1976년 로버트 드워(Robert Dewar) 당시 사장은 시장 포화를 우려하며 90년까지 매출의 25%가 신사업에서 나와야 한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K마트는 뷔페사업, 비디오-피자 연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월마트는 위성과 연계한 POS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추진, 1980년대말 K마트를 추월하게 됩니다. K마트가 핵심사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혈안이 되고 있을 때, 월마트는 물류역량에 집중해서 결국 승패를 갈랐습니다.
마지막 성장 정체 원인은 임원에 대한 이슈입니다. 논문은 내부 승진 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부 승진 제도를 통해 임원이 된 사람들은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부족하고 익숙하고 진부한 내부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부 경로 의존성이란 과거의 행위가 미래의 행위를 결정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하던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통계자료를 통해 고위 관리자의 외부 영입 비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0%~30%의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받아야 기업이 건강하게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업은 어떠신지요?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첫째, 당연시 여기는 믿음, 전략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
둘째, 사전 검시(檢屍)분석 시스템을 갖춰라. 사전검시 분석은 우리 조직이 망했다고 가정하고 왜 망했을까라는 점을 밝혀보는 것입니다. Gary Klein의 2007년도 HBR 기고문인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세째, 임원 후보그룹(그림자 내각)을 조직해서 의사결정을 보완시켜라.
네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도움으로 전략을 점검하라.
이 원인 중에 눈에 띄는 대안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활용하라는 대목입니다. 다분히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만 솔직히 가장 객관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아닐까요? ‘전략 만들기 : 행동함으로써 배운다 (Making Strategy: Learning by Doing)(HBR, 1997)’라는 논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선조들이 계영배를 통해 전하려 했던 지혜가 현대의 경영자들에게도 대물림되기를 바랍니다.
<기업 자기 도취 체크리스트>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 임원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3. 고위 임원들이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와 같은 시장 또는 같은 상품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할 지 모른다는 가정을 인정하지 않나요? 즉, 설마하면서 외면하고 있나요? Does the senior executive team resist the proposition that non-premium players operate in the same business or product category that we do?
4. 저가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우리의 High-end 시장을 침투할 가능성에 대해서 근거없이 무시하려 하나요? Do we commonly dismiss the possibility that non-premium rivals and low-end entrants will penetrate the upper ends of our markets?
##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조사활동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5. High-end시장에 쏟는 수준의 열정을 가지고 더 낮은 단계의 고객을 찾으려 하지 않나요? Do we fail to track shifts in secondary and teritiary customer-group behavior with the same rigor we use for our higher-end segments?
6. 언제가부터 경쟁자 분석에서 저가 경쟁자와 무시할 정도로 낮은 단계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침투하고 있는 경쟁자가 제외되었나요? Do we exclude non-premium players and low-end entrants from our tracking of competitive threats?
만약 Yes가 2개 이상이라면 시장 분석 및 경쟁자 분석을 다시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는 자사의 프리미엄 특성 대비 저가 경쟁자들의 성과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Yes가 4개 이상이면 비상계획Contingent Plan을 세워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저가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18개월 안에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계획에는 원가구조와 목표수익율까지 포함됩니다) How might the firm modify its current business model (including its margin requirements and cost basis) to respond to a low-cost entrant within 18 mont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