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마 & 니시자와
2010. 12. 12. 08:54ㆍ예술/etc.
건축의 실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 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도 잘 만드는 것, 건축을 만들면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관계성을 만드는 건축이다. 단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관계하면 어떤 관계를 만들까 서로 여러 상상을 시작하고 상상을 넓힌다.
이런 관점과 시야가 기업의 경영과 전략의 수립에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상상.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받은 日 세지마·니시자와… 건축과 삶을 말하다
가나자와(金澤)는 한국 동해 쪽의 일본 도시다. 역사적 자산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지만, 수도권과 멀어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도시에 지금 세계인들이 몰리고 있다. '21세기 미술관'이란 이름의 미술관이 개관한 2004년 이후의 일이다.
스페인 소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21세기 미술관은 전시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한 미술관이다.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공원처럼 개방적인 이 모던한 건축은 쇠락하던 고도(古都)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것은 일본의 건축회사 SANAA(사나아·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다. 회사 이름대로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54)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44) 콤비가 이끈다. 지난 3월 두 사람이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을 때, 일본 언론은 일본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리처드 마이어, 프랭크 게리, 알도 로시, 렘 콜하스, 장 누벨,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 건축가가 이름을 올린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 명단에서 일본 건축가 5명(수상은 5회)의 이름을 발견하면 새삼 일본의 저력에 놀란다. 단게 겐조(1987년), 마키 후미히코(1993년), 안도 다다오(1995년), 그리고 세지마와 니시자와(2010년)다.
세지마와 니시자와의 건축사무소는 공장 같았다. 어떤 칸막이도 없는 도쿄 한구석의 커다란 창고에서 그들은 세계 도시를 바꾸고 있었다.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 도쿄 오모테산도의 크리스찬 디오르 빌딩,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러닝센터, 서울 한남동의 현대카드 콘서트홀까지.
日 가나자와에 '21세기 미술관'
쇠락하던 '古都 이미지' 단숨에 바꿔
관광객 몰려와 지역 경제 활력…
한남동 '현대카드 콘서트홀'도 설계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
―일본의 나오시마, 에스파냐 바스크의 빌바오처럼 건축 예술이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도시 이미지가 경제와 활력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니시자와·이하 니) "지금까지 늘 일어나던 일이다. 오페라하우스(1973년 완공)에 의해 호주 시드니의 이미지가 국제적이 됐고, 1980년대 노먼 포스터(영국의 건축가)가 홍콩상하이뱅크를 만든 뒤 홍콩의 이미지가 단숨에 세계로 확대됐다. 파리의 퐁피두센터(1977년 완공)도 그렇다. 특별한 건축이 도시에 매력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매혹해 끌어당긴다. 물론 건축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나오시마의 경우 안도 다다오가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땐 사람들이 잘 몰랐다. 여러 아티스트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모였다. 이사 오는 사람도 생겼다. 주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마을의 아이덴티티도 생겼다. 커뮤니티의 힘이다. 지역은 건축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연환경, 역사적 재산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바오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은 구겐하임미술관이지만,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은 빌바오가 가진, 요리와 같은 독자적 바스크(Basque) 문화였다." --> 서울을 디자인한다는 분들이 이건 알고 있을까? 그냥 건물만 짓고 홍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세지마·이하 세) "역사적 재산을 가진 서울도 그렇다. 많은 사람이 흥미를 품는 도시다. 같은 모양의 건물이라도 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건축의 의미가 달라진다. 레스토랑의 요리가 프랑스 요리라도 서울의 프랑스 요리는 서울의 문화를 만든다."
―SANAA 건축의 특징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세)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공원엔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이 여러 목적을 가지고 공존한다. 홀로 휴식해도, 시끌시끌 놀아도 되는 공간이다. 각자 자신의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서로 개방되고 연결돼 있다. 무의식 속에서라도 그들은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건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 그런 철학에서 출발했다."
(니) "우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건축의 실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 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도 잘 만드는 것, 건축을 만들면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관계성을 만드는 건축이다. 단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관계하면 어떤 관계를 만들까 서로 여러 상상을 시작하고 상상을 넓힌다." ==> 회사의 경영이나 전략 수립도 마찬가지다.
―정원 문화에서 나타나듯 일본의 전통 건축은 건물만이 아니라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 발전해 왔다. '와비사비(한적과 고담의 정취)' '젠(禪)' 등 전통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SANAA의 건축을 보면 일본적이란 인상을 받는다.
(니) "일본에서 자랐으니까 일본 전통문화의 영향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건축가이기 때문에 '일본의 전통을 바꿔야지'하고 늘 생각한다.
일본의 전통문화가 지금까지 만들지 못한 것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일본 전통의 틀에 머물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도 해외에선 ‘일본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적이지 않은 것을 만들겠다고 해도 우리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결국 일본 전통의 일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일본인에게 야만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니) “대륙인들의 건축을 보면 인간적이다. 상당히 와일드하고 거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다이내믹하고 인간적인 에너지가 분출한다. 부분부분이 정밀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감동적이다. 유럽의 건축, 아시아의 건축에서도 일부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세) “일본은 성실하고 정교하고 깨끗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일본 건축 섬세함이 너무 지나쳐
거칠고 역동적인 대륙의 양식 좋아…
건축가의 자질은 상상력만이 아니다
실제로 구현하는 인내력이 필수"
■일본인에겐 ‘야만성’이 부족
―하지만 그래서 일본 건축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다.
(니) “일본 전통에 속해 있는 인간으로서 늘 일본 전통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나는 한국의 전통 가구를 매우 좋아한다. 많이 가지고 있다. 작은 상이라든가, 선반이라든가. 섬세하지 않고 거칠고 쉽게 만들어낸 듯하지만 아름답다. 작은 것을 강조하는 일본과 다르다.”
―좋아하는 일본의 전통 건축은?
(니) “도다이지(東大寺), 이세(伊勢)신궁, 교토고쇼(京都御所·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일본의 왕궁), 이쓰쿠지마(嚴島)신사, 무로우지(室生寺)…. 너무 많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다이나미즘이 있다.”
―이세신궁(신화상 일본의 시조를 기리는 곳)은 같은 자리에서 20년에 한 번씩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천궁(遷宮)을 반복한다. 1300년 동안 계속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독특한 전통이 일본의 건축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니) “신궁을 해체하면 목재를 하급 신사에 분배한다. 하급 신사는 그것으로 신사를 만든다. 전체적으로 (이세신궁이) 일본 각지에서 복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건축 기술을 역사 문화로 유지한다.”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건축가의 자질로 니시자와씨는 ‘이매지네이션(상상력)’을 꼽은 반면, 세지마씨는 ‘인내력’을 꼽은 적이 있다.
(세) “물론 상상력이 중요하다. 100년에 한 번, 1000년에 한 번 나오는 건축가라면 상상력만으로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확 떠오르는 상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을 실제 건물에서 구현하는 과정, 실제 건물에서 상상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내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장인들은 천재성보다 물건 만들기를 익히는 긴 과정을 중시한다. ‘수교(修業)’라고 하는데, 건축가 역시 장인과 같은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것인가.
(세) “생각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계해도 그것은 아직 2차원의 세계다. 이것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가는 수많은 공부를 한다.”
―지금 중국의 도시들은 세계 건축의 경연장처럼 변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도 중국을 따라 하려고 한다. 경이적이지만, 저런 변화가 정말로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세) “아직 중국에서 작업을 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시아에선 일본이 먼저 발전을 했으니까 잘 보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은 급성장한다고 ‘와’ 하고 지어버렸다. 일본은 그것을 지금부터 부수고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한국은 한국이고, 중국은 중국이다. 정말로 초고층이 좋은가, 아니면 초고층 대신 옛것을 보수해 좀 더 남겨두는 것이 좋은가, 고민해야 한다. 도시는 나라에 활력이 있을 때 건설된다. 파리가 그랬고, 지금 중국이 그런 시기다. 그전에 실패한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발전하는 와중에 다양한 인간들이 다양한 활동을 건축이라는 형태로 전개한다. 그것을 도시계획법이나 조례를 통해서 조절하는 것도 어느 선 까지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결국은 이 분야에서는 규제가 창의성을 제한하거나, 아니면 규제를 피한 이상한 건물이 지어지거나 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헐고 다시짓게 되지 않을까...
(니) “중국이든, 브라질이든 그들의 도시가 앞으로 ‘21세기 도시’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중국 도시의 변화는 중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의 과제다. 도쿄가 경험한 개발형, 소비형 도시와 다른 형태의 도시가 틀림없이 건설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과 시야가 기업의 경영과 전략의 수립에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상상.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받은 日 세지마·니시자와… 건축과 삶을 말하다
가나자와(金澤)는 한국 동해 쪽의 일본 도시다. 역사적 자산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지만, 수도권과 멀어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도시에 지금 세계인들이 몰리고 있다. '21세기 미술관'이란 이름의 미술관이 개관한 2004년 이후의 일이다.
스페인 소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21세기 미술관은 전시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한 미술관이다.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공원처럼 개방적인 이 모던한 건축은 쇠락하던 고도(古都)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것은 일본의 건축회사 SANAA(사나아·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다. 회사 이름대로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54)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44) 콤비가 이끈다. 지난 3월 두 사람이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을 때, 일본 언론은 일본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리처드 마이어, 프랭크 게리, 알도 로시, 렘 콜하스, 장 누벨,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 건축가가 이름을 올린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 명단에서 일본 건축가 5명(수상은 5회)의 이름을 발견하면 새삼 일본의 저력에 놀란다. 단게 겐조(1987년), 마키 후미히코(1993년), 안도 다다오(1995년), 그리고 세지마와 니시자와(2010년)다.
- ▲ 일본 건축가 세지마(오른쪽)와 니시자와. / 사진작가 오카모토 타카시 제공
日 가나자와에 '21세기 미술관'
쇠락하던 '古都 이미지' 단숨에 바꿔
관광객 몰려와 지역 경제 활력…
한남동 '현대카드 콘서트홀'도 설계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
―일본의 나오시마, 에스파냐 바스크의 빌바오처럼 건축 예술이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도시 이미지가 경제와 활력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니시자와·이하 니) "지금까지 늘 일어나던 일이다. 오페라하우스(1973년 완공)에 의해 호주 시드니의 이미지가 국제적이 됐고, 1980년대 노먼 포스터(영국의 건축가)가 홍콩상하이뱅크를 만든 뒤 홍콩의 이미지가 단숨에 세계로 확대됐다. 파리의 퐁피두센터(1977년 완공)도 그렇다. 특별한 건축이 도시에 매력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매혹해 끌어당긴다. 물론 건축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나오시마의 경우 안도 다다오가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땐 사람들이 잘 몰랐다. 여러 아티스트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모였다. 이사 오는 사람도 생겼다. 주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마을의 아이덴티티도 생겼다. 커뮤니티의 힘이다. 지역은 건축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연환경, 역사적 재산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바오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은 구겐하임미술관이지만,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은 빌바오가 가진, 요리와 같은 독자적 바스크(Basque) 문화였다." --> 서울을 디자인한다는 분들이 이건 알고 있을까? 그냥 건물만 짓고 홍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세지마·이하 세) "역사적 재산을 가진 서울도 그렇다. 많은 사람이 흥미를 품는 도시다. 같은 모양의 건물이라도 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건축의 의미가 달라진다. 레스토랑의 요리가 프랑스 요리라도 서울의 프랑스 요리는 서울의 문화를 만든다."
―SANAA 건축의 특징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세)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공원엔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이 여러 목적을 가지고 공존한다. 홀로 휴식해도, 시끌시끌 놀아도 되는 공간이다. 각자 자신의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서로 개방되고 연결돼 있다. 무의식 속에서라도 그들은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건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 그런 철학에서 출발했다."
(니) "우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건축의 실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 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도 잘 만드는 것, 건축을 만들면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관계성을 만드는 건축이다. 단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관계하면 어떤 관계를 만들까 서로 여러 상상을 시작하고 상상을 넓힌다." ==> 회사의 경영이나 전략 수립도 마찬가지다.
―정원 문화에서 나타나듯 일본의 전통 건축은 건물만이 아니라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 발전해 왔다. '와비사비(한적과 고담의 정취)' '젠(禪)' 등 전통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SANAA의 건축을 보면 일본적이란 인상을 받는다.
- ▲ '뉴 뮤지엄'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 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운데 하얀 건물). 2007년 개관한 이 건물에 대해 뉴욕타임스는“뉴욕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라는 우리의 믿음을 되살려주는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 SANAA 제공
일본의 전통문화가 지금까지 만들지 못한 것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일본 전통의 틀에 머물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도 해외에선 ‘일본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적이지 않은 것을 만들겠다고 해도 우리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결국 일본 전통의 일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일본인에게 야만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니) “대륙인들의 건축을 보면 인간적이다. 상당히 와일드하고 거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다이내믹하고 인간적인 에너지가 분출한다. 부분부분이 정밀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감동적이다. 유럽의 건축, 아시아의 건축에서도 일부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세) “일본은 성실하고 정교하고 깨끗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일본 건축 섬세함이 너무 지나쳐
거칠고 역동적인 대륙의 양식 좋아…
건축가의 자질은 상상력만이 아니다
실제로 구현하는 인내력이 필수"
■일본인에겐 ‘야만성’이 부족
―하지만 그래서 일본 건축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다.
(니) “일본 전통에 속해 있는 인간으로서 늘 일본 전통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나는 한국의 전통 가구를 매우 좋아한다. 많이 가지고 있다. 작은 상이라든가, 선반이라든가. 섬세하지 않고 거칠고 쉽게 만들어낸 듯하지만 아름답다. 작은 것을 강조하는 일본과 다르다.”
―좋아하는 일본의 전통 건축은?
(니) “도다이지(東大寺), 이세(伊勢)신궁, 교토고쇼(京都御所·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일본의 왕궁), 이쓰쿠지마(嚴島)신사, 무로우지(室生寺)…. 너무 많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다이나미즘이 있다.”
―이세신궁(신화상 일본의 시조를 기리는 곳)은 같은 자리에서 20년에 한 번씩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천궁(遷宮)을 반복한다. 1300년 동안 계속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독특한 전통이 일본의 건축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 '21세기 미술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일본 가나자와(金澤)의 21세기 미술관. 2004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대표적 현대 건축물로 꼽힌다. / SANAA 제공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건축가의 자질로 니시자와씨는 ‘이매지네이션(상상력)’을 꼽은 반면, 세지마씨는 ‘인내력’을 꼽은 적이 있다.
(세) “물론 상상력이 중요하다. 100년에 한 번, 1000년에 한 번 나오는 건축가라면 상상력만으로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확 떠오르는 상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을 실제 건물에서 구현하는 과정, 실제 건물에서 상상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내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장인들은 천재성보다 물건 만들기를 익히는 긴 과정을 중시한다. ‘수교(修業)’라고 하는데, 건축가 역시 장인과 같은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것인가.
(세) “생각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계해도 그것은 아직 2차원의 세계다. 이것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가는 수많은 공부를 한다.”
―지금 중국의 도시들은 세계 건축의 경연장처럼 변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도 중국을 따라 하려고 한다. 경이적이지만, 저런 변화가 정말로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세) “아직 중국에서 작업을 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시아에선 일본이 먼저 발전을 했으니까 잘 보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은 급성장한다고 ‘와’ 하고 지어버렸다. 일본은 그것을 지금부터 부수고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한국은 한국이고, 중국은 중국이다. 정말로 초고층이 좋은가, 아니면 초고층 대신 옛것을 보수해 좀 더 남겨두는 것이 좋은가, 고민해야 한다. 도시는 나라에 활력이 있을 때 건설된다. 파리가 그랬고, 지금 중국이 그런 시기다. 그전에 실패한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발전하는 와중에 다양한 인간들이 다양한 활동을 건축이라는 형태로 전개한다. 그것을 도시계획법이나 조례를 통해서 조절하는 것도 어느 선 까지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결국은 이 분야에서는 규제가 창의성을 제한하거나, 아니면 규제를 피한 이상한 건물이 지어지거나 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헐고 다시짓게 되지 않을까...
(니) “중국이든, 브라질이든 그들의 도시가 앞으로 ‘21세기 도시’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중국 도시의 변화는 중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의 과제다. 도쿄가 경험한 개발형, 소비형 도시와 다른 형태의 도시가 틀림없이 건설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