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5. 18:04ㆍ맛집/홍대 합정 망원 연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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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내가 좋아라 하는 Ba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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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격도 합리적이고 분위기도 좋고 좋은 Bottle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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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아마 연말 특집으로 희귀 바틀들을 50% 세일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행사였었다. (2022년 12월 23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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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룩라디 블랙아트 1994, 26년 숙성. 포트 샬롯과 옥토모어의 기억, 그리고 병 색깔 때문에 피트가 엄청 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의 느끼지 못함. 스프링뱅크와 같은 맥락으로 느껴지는 화사한 꽃향기. 좋은 바롤로에서 맡을 수 있는 흰꽃 계열의 바로 그 향기다. 마시지 않고 하루 종일 냄새만 맡고 싶다는 그 향기. 부드럽고 균형잡힌 맛으로 타격감 같은 것도 없지만 구조감이 있고 와사비처럼 뇌로 바로 찔러들어오는 느낌도 약하게나마 있다. 아주 잘만든 위스키. 난 이게 가성비로 보면 뒤의 스프링뱅크 독병보다 좋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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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란 레어 배치 Rare Batch 보르도, 15년 숙성. 비공식이긴 하지만 샤또 마고의 배럴을 가져다가 15년간 숙성시켰다고 한다. 똑같은 모양을 한 Argonne도 있는데 이건 비공식으로 앙리 지로의 배럴에 숙성시켰다고. 다음에는 그것도 마셔봐야겠다. 아무튼 향과 맛이 굉장히 풍성한 위스키였다. 난 셰리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얘는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스키를 마시면서 좀 모자라게 느껴졌던 요소들이 채워지는 느낌. 보다 직접적인 붉은과일, 하얀 과일의 향과 맛이 느껴졌다. 아주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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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 병은 럼으로. 이게 별로 고급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나름 가격대가 있는 아이였다. 지난번 Four Square 이후 다시 만난 훌륭한 럼. . 카로니 네이비 럼 Carnoni navy rum 51.4도. 90 Proof라도 되어있는데 영국식이라 45도가 아니라 51.4도이다. 그러나 extra strong 정도는 아니고, 럼 치고는 돗수가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달콤하고 약간은 끈적하며 아까 아란의 보르도 캐스크 숙성과 닿아있는 그런 느낌의 맛이었다. 훌륭하다. 트리니다드 토바코쪽에서 증류했고, 회사는 La Maison & Veli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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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망의 스프링뱅크 독병 Prefect Fifth의 25년 숙성. 캐스크 스트렝쓰 52.3도 . 이게 눈이 튀어나올만하게 비싼 아이였다. 그리고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향은 1번 브룩라디 Black Art 1994 보다 약간 더 화사한 바롤로 계열의 꽃향에 더 부드럽고 더 농축된 느낌이었다. 와사비처럼 뇌로 바로 치고 들어오는 느낌은 훨씬 더 강했다.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었던 바로 그런 위스키. . 그나저나 Perfect Fifth라는 애들도 참 대단하다. 1993년에 원액을 가져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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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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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칵테일: 맨하탄 성공한 사람인체 하려고 시켜봤다. ㅋㅋㅋ 아직 나에게는 좀 난해하다. 이것도 불렛라이를 기주로 쓰긴 했는데, 딱 '맛있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역시 성공은 씁쓸한 것인가? 언젠가는 뉴욕의 팬트하우스에서 야경을 내려다 보며 맨하탄 한잔을 하고 싶다. 그때는 정말 성공한 사람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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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터키 라이도 마셨는데 이건 사진이 없네.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아무래도 라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서비스로 주셨다. 이게 라이 중에서는 좀 백안시 당하는 애인데, 얘조차도 향이 취향저격이었다. 역시 나는 라이를 좋아하는 거였다. 라이 향을 맡으면 어렸을때 5살 6살 무렵의 추억이 떠오른다. 아마 풍선껌 같은 향 때문이 아닐까? 맛도 이 정도면 괜찮으니, 좋은 라이 위스키를 마셨을 때 내가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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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대략 6잔을 마신 셈인데.. 30ml씩이었으니 180ml이다. 상당히 취했다. 숙취없이 마시려면 3잔 정도를 상한선으로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행복한 경험이었고, 또한번 경험의 지평이 넓어진 느낌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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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벡 희귀바틀들은 다음 기회에 마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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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젠 Zen 분위기다. 그래서 이름이 술취한 스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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