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2. 00:42ㆍWine/이탈리아
RP 100점이라는 말에 집어오긴 했었는데, 오늘 찾아보니 아니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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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평소에 점수 신경쓰면서 마시지는 않았으니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들과 맛있게 마셨으니 만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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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안띠 클라시코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인 Castello di Monsanto의 Il Poggio 그랑 셀레지오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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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앞에 마신 와인들이 무려, LEROY 본로마네 2004와 Perliss the Ravens 까쇼 2013이었는데, 화려한 향의 폭탄인 르로아에는 미치지 못했어도, 라뚜르를 보는 듯 했던 펄리스의 구조감에는 미치지 못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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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 주었다. 아무리 Gran Selezione지만, 끼안티 클라시코가 이정도의 클래스를 보여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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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오히려 LEROY 본로마네 2004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었고 (향이 워낙 압도적이긴 했지만), 부드러움과 접근성, 음식과의 어울림은 Perliss the Ravens 2013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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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M을 통해 산지오베제의 포텐셜은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를 통해서도 다시한번 인정하게 되었다. 웬만한 와인들은 오늘 명함도 못내밀었을텐데... 심지어는 펄리스보다 더 일찍 완판되기까지 했다. 접근성이 좋고 음식하고 더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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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행해서 마신 와인들이 워낙 개성이 특별하다보니, 아무래도 느낌은 더 주관적이고 왜곡될 수 밖에 없지만, 일단 산미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르로와가 워낙 산미가 엄청나다보니..) 탄닌도 튀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균형잡히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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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2시간 전에 오픈해놨었고 서빙한지 30분~ 1시간 후부터 제대로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르로아로 마비되었던 코와 혀가 다시 기능을 하기 시작했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당도를 느낄 수 있었고, 약간의 자두향, 체리, 아주 미약한 딸기 느낌. 그리고 말린 꽃과 같은 은은한 배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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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을 베이스로한 음식과도 마리아주가 괜찮았고, (문어장, 소고기 구이) 심지어는 갓김치, 보리굴비 하고도 무난히 잘 어울렸다. 한식을 먹으면서 시다거나 떫다거나 튀는 느낌이 없이 잘 포용해주었다. 덕분에 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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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지역에서 처음으로 superiore, reserva, grand selezione 등급을 도입한 와이너리가 바로 이 Monsanto 인데, 오늘 마신 와인은 가장 위 등급인 Grand Selezione로 2.5년간 병숙성을 해서 출시한다. 이탈리아가 워낙 들쑥날쑥해서 정확히 지켜지는 기준인지는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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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위 지도에서는 Florence)아랫동네 이탈리아의 북서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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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와 남쪽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끼안티인데, 결국 두 도시국가의 다툼 때문에 수탉 문양과 끼안티 클라시코가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참고로 닭이 먼저 우는 쪽이 유리한 게임이었는데, 승자는 닭을 굶겼던 피렌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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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왼쪽 (서쪽)에 꽤 번화한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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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Santo는 성스러운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Bianchi 가문이 이 일대를 인수하면서 와이너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 정도부터다. 현재는 아버지를 이어 딸인 Laura Bianchi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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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 홈페이지 주소: https://www.castellodimonsanto.i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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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으며, 예약을 통해 방문하면 시음, 투어 등이 가능하다. 아마도 토스카나에서 한 번 가볼만한 와이너리로 늘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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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평균가격은 내가 산 가격의 반도 안된다. 이럴 때는 좀 현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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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Grand Selezione에 대해서 로버트 파커 아저씨는 94점을 줬다. 엄청나게 칭찬을 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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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참, 와인 마시기 싸고 좋은 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와인 마시는게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