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6. 00:57ㆍWine/이탈리아
메롤로 100%의 뚜아리타 최상급 와인, 레디가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미있는 와인들이 있겠지만 내 경우는 우선 레디가피를 꼽고싶다. 2007년 4월 6일 금요일 저녁 병호형이 하던 한남동 와인바 르꺄뱅 (지금은 없어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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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였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일본에서 레디가피와 떼누따 디 트리노로를 저렴하게 구입해 와서, 같이 마실 사람을 찾아 병호형이 번개를 친 거 였다. 내가 운좋게 발견하고 참석했던 거고.
저 당시까지 마신 와인들 중 가격대가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했고, 특히 떼누따 디 트리노로와의 비교 테이스팅이 정말 좋았다. 와인이 단순히 포도로 만든 술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경험이 되고,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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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서 마셨는데, 나머지 두 명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좋은 와인을 이렇게 넉넉하게, 몇 시간에 걸쳐서 서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셔 보는 경험은 저 때가 처음이었고 일행 중 최소 한 명은 떼누따 디 트리노로가 더 좋았다고 했지만, 나는 레디가피가 확실히 더 좋았다. 이렇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주관적인 선호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싸울 일도 아니고, 너는 그게 그런 이유로 좋구나, 나는 이게 이런 이유로 좋은데라고 서로 이야기 하는게 참 좋았었다.
요새 다양한 갈등들 (남녀/여야/보수진보/세대/지역 등등) 도 좀 이렇게 이야기가 되면 좋을텐데.. ㅋㅋㅋ
병호형하고 르꺄뱅 이야기는 나중에 풀기로 하고,
떼누따 디 트리노로 이야기도 나중에 하기로 하고, (까베르네 프랑 + 메를로 + 까쇼 + 약간의 쁘띠 베르도, 안드레아 프랑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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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가피에 좀더 집중해 보자.
이탈리아 메를로 100% 와인들은 수퍼 투스칸으로 category가 되어지는데,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가 레디가피와 함께 3대 메를로 100% 이탈리아 수퍼 투스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찾아보니 오르넬라이아는 보르도 블렌딩이었다. 기억에 의지해서 쓰다보니까 이런 실수가 있다. 머리는 쉽게 풍화되고 왜곡된다... 메를로 100%는 마세토하고 레디가피만인걸로! )
가격대는 마세토가 가장 높고, 그 다음 레디가피, 그 다음 오르넬라이아 정도인 것 같다. 100만원 이상 --> 50만원 이상 --> 30만원 이상 정도? (국내가격)
위치를 보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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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축소해 보면 바다에 매우 가까운 입지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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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 섬이 바로 앞 바다에 있고, 아니 잠깐.. 몬테크리스토 섬? 저게 혹시 그건가?
찾아보니 맞네 ;;; 나폴레옹의 막내동생의 아들과 뒤마가 여기를 방문했었는데 접근금지라 상륙을 못했는데, 뒤마가 미안해서 이 섬 이름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저런,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유명하지만 나폴레옹 왕자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레디가피가 몬테크리스토백작까지 연결되는 이 놀라운 확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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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뒤마와 나폴레옹 왕자는 그 여행에서 맛있는 토스카나 지방의 산지오베제 와인들을 많이 마셨겠지만, 레디가피는 못 마셨을 것이다. 와이너리가 1984년에 설립되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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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Virgilio Bisti (~2010)과 Rita Tua는 (와이너리 이름은 성과 이름을 바꾸어서 만든 것) 티레니아해 Tyrrhenian Sea에 접한 Colline Metallifere (영어로 Metalliferous Hills: 금속이 엄청많은 언덕들) - 여기는 아펜니이노 산맥의 일부로 판단됨 - 에 2헥타르의 땅을 사면서 와이너리를 시작했다. (현재는 22헥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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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지역으로는 Val di Cornia D.O.C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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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아 리타는 이탈리아어로 '너의 리타'라는 뜻이 되어서 굉장히 친숙한 이름이라고 한다.
와이너리 홈피: https://www.tuarita.it/?lang=en
R. Parker가 이탈리아 와인 중 최초로 100점을 준 와인이라고 한다. (2000년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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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는 점토질의 흙하고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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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a Rita가 위치한 언덕은 금속이 풍부하다고 하니, 다양한 미네랄이 여기에 더해진다. 중금속은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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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와인들에 철분 뉘앙스와 약간의 소금기가 있다고 써놨네. 레디가피에는 바닐라 느낌이 더해진다. 이게 세련된 유질감이 철분과 만나서 생겨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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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위가 대표를 맡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손자까지 Family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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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레디가피는 좀 저조하네.. 9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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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쪽에서 특히 엄청난 찬사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데 가격도 꽤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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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레디가피를 구해봐야겠다.
2019년 레디가피 25주년 빈티지는 라벨이 아주 멋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