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7. 01:10ㆍ책 & 영화
쉽게 읽히는 책이다. 물론 내용중에 화학적인 것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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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나오고 지방 중소기업 들어가서 회사에서 인정도 못받고 만년 주임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노벨상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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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은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시사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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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큰 희망도 꿈도 없이 다만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사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꾸준히 연구를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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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대기업이나 교수가 되지 않은 것이 그를 노벨상으로 이끈 셈이 되었다. 지방 중소 화학회사였기 때문에 반도체 소재 쪽으로는 알아주지 않았고, 본인도 회사의 방침상 논문을 발표할 수 없었고 워낙 3류대학 출신이라 남들이 다 하는 쪽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본능적으로 반대편 길을 갔는데 그게 성공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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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청색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아지는데, 따라서 LED에서 밝고 오래가는 청색은 구현이 불가능하고 생각되었었다고 한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로, 기존에 빛을 내는 형광등이나 백열등이 빛을 내는 동시에 열이 발생하여 수명이 짧고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데 반해,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빛만 내는 특성이 있고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어서 인류의 문명을 한단계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소재이다. 그러나 그런 특성 때문에 파장이 짧을 경우, 에너지가 커지고,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고착시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고휘도 청색 LED를 만드는 것은 연금술과 마찬가지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다고 인식되어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고휘도 청색 LED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증명한 논문까지 나왔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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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오랫만에 물리 공식 보니까 추억돋네)
E=hν이고 λ=c/ν이므로 파장이 짧으면 진동수가 커져 에너지가 많아진다. (h : 플랑크 상수, λ : 파장, ν : 진동수, c : 빛의 속도). c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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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청색이 필요했을까? 일단 RGB로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데 Blue는 필수 요소였고, RGB를 모으면 백색광을 만들 수 있다. 조명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레이저의 파장이 짧으면 광저장장치에서 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블루레이가 고용량 저장장치인 이유이다. CD나 DVD는 적색을 광원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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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사에서 10년을 고생하면서 주임에 머무르고 후임들이 자기 선임으로 승진하는 부조리함 속에 자포자기 심정이 되고 드디어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이유는 이 시골 회사의 인사관리가 엉망이라 회의에 참석을 안해도, 지각을 해도, 논일이 바빠서 도와주고 왔다고 하면 무사통과되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처음에 회사 창업주에게 개발 허가를 받았고, 창업주 회장이 어느 정도 back이 되어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와 창업주의 사위인 신임 사장과는 관계가 무척 안 좋았다고 한다. (나중에 회사를 나오게 되고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이유. 일본인들은 정말... 이런 음습한 괴롭힘이 있다. 나카무라는 그래서 일본 사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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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스트레스에 의한 자포자기적 '폭발'로, 불가능하다는 고휘도 청색 LED를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남들이 다해서 또 연구해봤자 삼류대학 삼류기업의 연구자가 튀어나올 수 없는 셀렌화아연이 아닌 질화갈륨을 선택했다. 당시 연구 분위기는 셀렌화 아연이 99면 질화갈륨이 1이 안될 정도로 편중이 심했다고 한다. 셀렌화아연은 원자 간격이 같은 갈륨비소를 기반으로 하여 안정적으로 결정박막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반면, 질화갈륨은 원자 간격이 같은 어떤 물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결정화 시키지 못하게 되면 울퉁불퉁해지고 구멍이 많아져 빛 이외에 열이 발생하게 되고 열에 의한 변형이 발생하여 수명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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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택은 결국 나중에 옳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남들이 다 옳다고 하는 방향은 거부하겠다는 똘끼의 발현이었다. 그 정도로 나카무라는 스트레스를 받고 궁지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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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미주알 고주알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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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회사에서 뻘짓을 하며 10년을 보내는 동안 예산이나 직원이 없어서 자기 손으로 실험기구를 만들고 수정해가며 연구를 했던 경험은 결국 그가 혼자서 고휘도 청색 LED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한 자산이 되었다. 다른 대기업이나 학교에서 역할이 나누어지고 분업화 되어 정보가 단절되고 시간이 소요가 되는 것을 나카무라는 1인이라는 틀 안에서 극단적으로 효율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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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로까지 보이는 것은 그가 고휘도 청색 LED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어도 회사는 그에게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니치아 화학공업은 청색 LED분야 세계 1위 기업이고 직원 200명짜리 농촌기업이 매출 3조원의 회사로 성장했는데 그는 오히려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고 사장이 정한 다른 연구 분야에 홀로 투입되었다. 그가 혼자서 개발한 사업부에는 최신 기자재와 연구원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이 되었는데 말이다. 그가 받은 보상은 2만엔의 성과금과 과장 승진이 다였다. 나카무라가 회사를 상대로 200억엔의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것은 '직무발명'이라는 분야의 이야기이다. (이 소송은 결국 8억엔으로 화해가 이루어져서 끝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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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간 부분은 '고독과 집중'에 과한 다음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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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개발비를 대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아직 안됐어?'라며 성화같은 재촉을 합니다. 실험실로 상사가 찾아와 장황하게 의견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빨리 개발될 리는 없습니다. 그러면 점차 회사도 내게 정나미가 떨어져, 개발비도 내지 않는 대신 참견도 하지 않게 됩니다. 반년 정도 지나니 자주 얘기하러 찾아왔던 동료들도 안 오게 됩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오지 않고 회사로부터 외면당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집중해 연구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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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연속 실패를 맛보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계속 생각을 하다가 실패하여 낙담하는 매일을 보냅니다. 자기혐오도 생기고 '어차피 안되는구나'라며 낙담도 합니다. 그러나 낙담하면 할수록 저는 더 집중하게 됩니다. 낙담이 이어지면 마지막엔 '이제 죽기살기다. 지옥에나 떨어져라'라며 다시 돌변해 일어나는 경지에 도달합니다. '끝까지 떨어지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지옥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더 실패해야 한다.' 라고 낙담이 마치 좋은 현상이라도 되는 듯 느끼게 됩니다. 좀 너무 낙관적이기도 하지만, 추락할 때까지 끝없이 추락해 '이제 기어 올라갈 일만 남았군'이라는 상태가 되면 제대로 된 것입니다. 깊이 떨어질수록 높이 점프할 수 있는 트렘펄린과 같은 것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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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져 머릿속이 깨끗해졌습니다. 회사와 집을 왔다갔다하며 운전할 때에도 신호를 무시하거나 사고날 정도로 그것에 집중한 적도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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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위 잡음과 나 자신의 잡념이 없어졌고, 끝없이 추락하여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말해 '고독과 집중' 패턴으로 스위치가 On이 되었던 어느날, 첫 혁신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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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금융지주사 미래 전략 연구소에서, 나는 정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잡다하게 많았다. 은행원으로서는 그게 맞는 것이겠지만 전략가로서는 죽을맛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지주사 연구소의 환경이 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개인적인 이유였는데, 이거 두개가 겹쳐지니까 집중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 전 단계인 '고독하기'가 안되었으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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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기 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밌고 유익한 내용들이 있으므로, 이 책을 추천한다. 술술 읽히는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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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앉아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