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바이오팜 - 전략가는 좋은 투자자가 되지 못하는가?

2020. 7. 5. 22:54전략 & 컨설팅/전략

20년 이상 전략 컨설팅 업무를 해오고 있다. 

중간 중간 일반 기업에 취업한 적도 있고, Venture를 창업한 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업무는 주로 전략수립 및 기획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략가 관점에서 SK 바이오팜 주가의 엄청난 폭등은 사후적으로 이유는 알 수 있을지언정, 사전에 예상 가능하지 않았다. 

지금도, 저건 적정 가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반인들, 기관 투자자들의 욕망과 사고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그게 전략가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전략가로서 좀 더 발전한다는 것은 그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사그라다 파밀리아: 빛은 스테인드 글라스를 거치면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  

 

거듭거듭 비슷한 경험을 해오고 있는데, 3가지만 되돌아 보자. 

 

1. 컨설턴트 2~3년차 정도 시절 (1990년대 말)

 

SK Telecom, POSCO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회사들이 밖에서 받는 평가는 과장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내부에서 보니까 정말 안 좋은 점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이 더 못하니까 그들이 선도기업이겠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객관적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주식을 살 생각을 안했다. 

몇 년 뒤에 삼성전자를 컨설팅하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한 10년차 정도부터 극복했던 것 같다. 내 눈에 약점으로 보였던 것은 오히려 보편적인 거고, 모든 기업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 다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나마 어떤 강점이 확실하면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2. 비트 코인: 2010년대 중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도 저건 말이 안되는 일종의 사기극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거기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수백억의 돈을 벌었다.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건데... 실제로 투자가 되고 수익이 엄청나게 발생했다.)

이때 깨달았다. 아, 객관적으로 가치를 평가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들이 인지하는 가치가 중요한 거구나. 

당연히 나중에 하방되겠지만, 일단 흐름이 있다면 거기에 올라타서 수익을 실현할 수는 있는 거구나. 

 

3. 주택/부동산: 2010년대 후반~ 

 

인구구조 변화와 국가 성장동력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봤을 때, 주택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성향을 봤을 때,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며 서민을 위해 주택 가격을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중국 특히 베이징, 상하이 집값을 보면서 지역에 따라서 (예를 들면 서울 강남) 전반적인 흐름과 달리 그 희소성이 유지되며 집값이 계속 상승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단연코 현재와 같은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상식을 넘어선 무능과 내로남불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난 비트코인의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 

컨설팅을 하고 전략을 세우면 처음에는 객관적 data와 분석에 편향되게 된다.  그 부분이 일단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용이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리학, 인간의 욕망, 거시경제적 요인들, 정치적 요인들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략가는 왜 좋은 투자자가 되기 어려운가? 논리적 객관적 분석과 인사이트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대중이 취하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뻔히 안되는게 보이는데,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객관적 분석을 넘어서 시장을 어떻게 읽는 지가 앞으로 내가 넘어야 될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내 job이었다면 제대로 분석해냈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곁다리로 살짝 관심만 가지는 수준이라 제대로 된 분석을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제발 그러기를...) 

 

SK 바이오팜: 

SK 그룹에 대해서 한 때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었다. 의료나 바이오 쪽도 나름 아는게 많았다. 아는게 독이 되었는지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전망이 그렇게 밝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잘 안될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앞길이 험난하다는 정도. 

그래서 SK 바이오팜의 공모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고, 작금의 미친듯한 가격상승도 뜻밖이었다. 

내가 뭘 놓쳤지? 

아마도 시장의 유동자금, 나만 남겨질 것 같은 조바심의 심리, SK 그룹에 대한 기대의 크기?

일단 객관적으로는, 바이오가 아닌 화학합성신약에 치우친 SK 바이오팜은 한계가 확실하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잡고 있는 대형 제약사나 기존 업체의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가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제휴 영업 정도가 한계일 것이고.. 즉 수익성 이슈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딱 두개의 상품만이 FDA 승인을 받았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추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는 전체 주식의 10% 정도 밖에 안되니 가격 변동이 클 수 밖에 없다. 아마 널뛰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인 투자자는 첫날에 상당량을 매도해서 차익 실현을 했다.

종합적으로는, 역시 현재 주가가 적정주가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내가 만약에 내부 직원이어서 청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도 아마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보수적으로 청약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전략적 판단의 수준이 높았다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트코인이 미친듯이 상승했던 이유가, 그게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게 가치가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고, 혹은 그런 사람들을 등쳐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니까.

 

문제는 타이밍인데, 그게 아마 엄청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만일 정말 내 일이고, 내 앞에 내 돈이 들어간다면 제대로 한 번 잡아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누구도 장담 못하는 타이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