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20. 6. 22. 20:45책 & 영화

 

 

 

 

남들 다 볼 때 못 보고 이제서야 봤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영화도 이어서 봤다. 

 

애니메이션 여주 보다가 영화 여주 보니까 너무 gap이 크다. 역시 나는 2d가 이상형인건가? 

 

영화를 먼저 봤다면 영화도 눈물 쏟으며 봤을 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이 너무 좋았다. 

 

내 최애 text 중 하나인 '어린 왕자'가 잘 녹아 들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약간 옆길로 새지만, 어린왕자는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에 반감이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보고나서는 완전히 이해했다. 

 

내게도 췌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 

 

해왔던 모든 선택들이 하나 하나 쌓여서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한 단계들을 만들어 왔던 것 같았던 사람. 

 

사쿠라가 갑자기 떠난 것처럼,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사람하고 잘 될 수도, 아니면 다시는 못 볼 지도. 

 

 

죽음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강렬한 감정과 상실감은 죽음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그 치명적인 불가역성 때문에 오히려 인류에게 축복인 측면도 있다 할 수 있겠다. 

 

죽음이 없는 인류는 얼마나 밍밍하고 가벼운 존재들일 것인가? 

 

벚꽃이 짧은 기간 동안 피었다 사라지지만 다음 개화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처럼, 내게 소중한 그 사람은 나의 일부가 되어 나와 같이 살아 있는 것이다. 다음 생이나 사후 세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감정을 느껴봤으니 잘 태어났고, 삶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준비 되어지나 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과 자아에 집중하는 사람. 둘 다 균형이 있어야 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계 중시 쪽에 가깝기는 할 것이다. 

 

내게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그리고 자신의 본성을 바꿔서 균형을 이루는 그 모습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무릇, 사랑하는 사이는 저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컨텐츠. 

 

 

 

p.s. 네이버 영화평 보니까 1점 주고 욕하는 애들이 꽤 많던데.... 그들의 영혼이 너무 불쌍하다. 아 이걸 못 보고 못 느낀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 

 

국민학교 4학년 무렵, 어린왕자를 처음으로 읽었었다. 어른이 어린이 세계를 이해하는 양 쓴 재미없는 동화라고 판단했다.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4점 정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읽었다. 울었다. (10점 만점에 9점) 

 

이 차이는 사랑을 경험하고 이해해 봤는 지, 아닌 지에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도 다시 읽었었는데 더 절절했다. 10점 만점에 1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