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4. 22:50ㆍ책 & 영화
역자 이덕환 교수 인터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512029005
2017년 독서 제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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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권을 목표로 새해를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겨우 1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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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탄 화학자 로얼드 호프만 Roald Hoffmann이 쓴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The same and not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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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작년에 빌렸는데 빨리 가져다 줘야 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더 읽기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몸살만 나으면 바로 가져다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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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인데 번역이 문제다. 물론 영어로 읽었다면 한 4배쯤 시간이 더 걸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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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과였던 나는 학력고사 선택이 물리/화학이었다. 물리는 쉬웠는데, 화학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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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애들은 1. 산/염기에 대한 이해 부족. 2. 화학적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점 (예를 들면 물리나 수학은 추상적인 논리 세계에서 그렇겠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오는데, 화학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않나? 라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고... ) 1번도 2번의 구체적인 사례에 불과.
3. 탄소화합물 외우기 싫음. (C와 결합한 메탄, 에틸렌, 프로필렌을 시작으로 무슨 기, 무슨 중합물 등등... 외울만큼 내 공부의 양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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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기율표는 정말 너무너무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만물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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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이후로 오래 떠나 있었던 화학을, 물론 정유/화학회사 프로젝트 하면서 잠깐씩 들여다 보긴 했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연륜을 느끼면서 다시 조망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번역/화학 지식의 한계로 잘 안 읽히는 부분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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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대칭성, 위상기하학적으로 동일한 구조인지의 여부 등과 관련이 있는, 화학에서는 이성질체, chirality, 거울상체 등을 설명하는 것에서 왔지만... 뒤로 가면 결국 분석, 합성, 메카니즘, 무기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 생화학, 고체화학, 표면화학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학이, 결국은 인위적 분류로 이해 되기 보다는 원래 하나인 세상을 그대로의 생동감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생각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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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복수 전공했고, 박사 전공 선택시 인문학으로 끊임없는 유혹을 받았던 Roald Hoffmann 의 특성이 이 화학책 같기도 하고 미술책 같기도 하고 철학책 같기도 한 저서에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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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역시 내가 관심이 있는 배타성의 상호보완성 개념을 이 분도 화두로 삼고 있음을 확인해서 즐거웠다. 사람 생각이 비슷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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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부 생동하는 이원성
합성 - 분석
창조 - 발견
이상 - 현실
드러내어질 것 - 감추어질 것
표현방식의 냉정함 - 의도된 감동적 표현
자연적 - 비자연적 (이원론)
정적인 것 - 동적인 것
실용성 - 피해
필수적 긴박감 essential tension
신뢰 - 의심
관찰 - 간섭
순수 - 불순
분산 - 응집
일정성 -변화성
다수 - 단수
복잡성 - 단순성
부분 - 전체
수학 - 유물론적 모형
표현 - 실체
환원주의 - 신성주의
불연속 - 연속
해체 - 통일
차별 - 통합
노벨상 수상자이며 예술가인 (Hoffmann 교수님은 노벨상 수상 후 시집을 내면서 시인 활동을 시작했다.) 훌륭한 지성과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한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은 힘들었지만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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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중고등학생일 때 이런 관점에서 누가 한번이라도 설명해 줬다면 나는 화학을 매우 잘하는 학생이 되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