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4. 23:59ㆍ전략 & 컨설팅/전략
동병상련의 느낌이랄까...
1. 습관을 바꾸겠다고 덤비는 것은 엉터리다.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다음에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그럼 습관이 바뀐다.
2. 약팀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리더로서 강해졌다.
이 두가지가 특히 마음에 남네.
조선비즈
입력 : 2013.04.24 03:09 | 수정 : 2013.04.24 09:18
그는 지난해 삼성생명·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LG유플러스·GS·효성·하나은행·기업은행에서 특강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강의를 총 13번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고경영자 과정,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도 초청했다. 지난해 4월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은 그를 '가장 본받고 싶은 리더'로 꼽기도 했다.
불황의 시대, 요즘 기업인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 하는 그는 원로 기업인도, 교수도, 독설로 무장한 유명 강사도 아니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의 야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나는 꼴찌팀, 약팀의 감독이었다. 기업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부도 위기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사장과 비슷한 처지였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사람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리더'와 '조직'에 대해 말했다. 40년이 넘는 감독 생활로 쌓인 그의 이야기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1909~2005)의 말과 닮아 있었다. 그는 고교 야구팀에 빗대서 소설 형식으로 드러커 경영학의 핵심을 풀어 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 ▲ 김성근 감독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나는 리더가‘답’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1964년 영구 귀국한 그에게는 재일동포의 말투가 남아 있었다. 감독실에는 그가 매서운 눈빛을 하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명원 기자
◇약팀 전문 감독의 비(非)상식
야신(野神·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그의 감독 생활은 고단했다. 1984년 프로야구 감독이 됐지만, 23년 만인 2007년에야 SK 와이번스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는 "나는 약팀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리더로서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시절을 자주 얘기했다. 전년도 꼴찌팀이었지만, 그가 지휘봉을 잡은 그해에 정규리그 2위로 올라섰다.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벌떼 야구'를 선보였다. 2007년·2008년·2010년 3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SK 와이번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베스트 멤버를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선수를 내보냈다. 투수 교체도 잦을 수밖에 없다. 벌떼 야구를 정상적인 야구가 아니라고 비웃는 것은 야구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들은 지갑에 10만원 갖고 있는데 나는 1000원밖에 없다고, 그래서 못 이긴다고 하면 리더가 아니다. 새로운 발상,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돌파해야 한다. 강훈련이 상식을 벗어난 비상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상식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지갑에 1000원밖에 없다면 비상식적인 방법이라도 써보는 것이 상식 아닌가."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진지함이다
그는 "나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맡아본 적이 별로 없다. 방법은 훈련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훈련을 따라오는 선수들이 있다면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은 "처음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할 자질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진지함이다"라고 한 드러커 어록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는 진지하게 훈련을 따라오는 선수들은 '순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중소기업 오너들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 대졸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직원들의 능력을 탓하지 말고,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 그들을 믿고, 그들이 리더를 믿도록 만들면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선수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직원들을 길가의 돌멩이 보듯이 하는 CEO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지난 3월에 나온 그의 네 번째 책 제목은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이다).
지난 13일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내가 직원들을 믿어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나를 믿어줄 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김 감독의 강의를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기회는 예측할 수 없다. 늘 준비하라
그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이번 공 외에 다음 공은 없다는 각오를 가져라)’다. “집중을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들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뜻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 야구는 9회까지 세 번의 찬스가 온다. 기회를 잡는 팀이 승리하고, 놓치는 팀은 패한다.” 드러커 교수는 저서 ‘매니지먼트’에서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는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강의를 갔더니 화장실에 ‘성공한 사람은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는 말이 붙어 있더라. 습관을 바꾸겠다고 덤비는 것은 엉터리다. 먼저, 생각을 바꾸고, 다음에 행동을 바꿔야 습관이 바뀐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제일 먼저다. 이건 야구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