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2011. 11. 6. 20:45맛집/Food Story

셰프는 요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이다.... 라....

나도 시간이 많아서 요리를 실컷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유에서 좋은 요리가 나온다. 음.. 좋은 생각도.



중앙일보 퍼옴.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440/6597440.html?ctg=1200&cloc=joongang|article|headlinenews
‘2011 서울고메’ 참석한 스페인 출신 세계적 셰프 호안 로카
“분자요리로 된장 튀김, 스페인서 통했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린 ‘2011 서울고메(Seoul Gourmet)’에는 파스칼 바흐보(프랑스·미슐랭 3스타), 상훈 드장브로(벨기에·미슐랭 2스타), 비에른 프란첸(스웨덴·미슐랭 2스타) 등 세계적인 셰프 6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진경수·어윤권·오세득·최현석·강경진 등 국내 정상급 셰프들과 어울려 한식 조리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고, 자신들의 레시피에 한식재료를 적극 도입한 각자의 ‘마스터 클래스’와 디너를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단연 돋보인 존재는 스페인 최고의 현역에 셰프 호안 로카(Joan Roca, 47). 영국의 요리 월간지 ‘산 펠레그리노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에서 세계 2위 레스토랑에 랭크된 스페인의 3형제 레스토랑 ‘엘 세예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 의 맏형이다.

소믈리에(둘째)와 파티시에(셋째)인 동생들과 함께 분자요리, 수비드 등 최첨단 과학적 조리법을 구사하는 스페인 요리의 상징적 존재다. 그는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의 접점을 강조하며 한국 식재료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긍정적 전망을 표현했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한국의 흑마늘을 스페인의 대표적 요리인 ‘아코블랑코’에 적용했다. 액체질소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구사해 절묘한 태극문양으로 형상화한 메뉴를 시연해 보였다.

지난해 행사 때 방한한 막내 조르디 로카의 강력한 추천으로 올해 참여하게 됐다는 그는 이미 본인의 레시피에 된장?고추장 등 한식재료를 도입하고 있었다. 2일 저녁 그를 만났다.

호안 로카는 자기 요리의 창의성을 이상주의·전통·기억·대범함·풍경·마법·유머 등 11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마스터클래스에서 선보인 코스 메뉴는 각각의 키워드를 뒷받침하는 디시들로 한결같이 나름의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축구사랑이 각별한 바르셀로나인답게 축구장 자체를 형상화한 디저트 메뉴는 그의 시그니처 디시라 할 만했다.

특수제작한 축구공 모양 그릇에 진짜 잔디를 깔고 공이 지나가는 길을 내어 FC 바르셀로나 소속 월드스타 메시가 현란한 드리블로 숙적 레알마드리드 선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는 과정을 표현했다. 길을 따라 계란 흰자로 만든 머랭들을 차례로 처치한 뒤 동그란 공 모양 캐러멜을 골네트 모양 칩을 뚫고 요구르트에 빠트려서 버무려 먹는 것.

특유의 풀냄새까지 증류시켜 뽑아내고, 서빙 시 아이팟을 함께 가져가 실제 중계방송 장면의 흥분한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그 기쁨을 공감각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맛보는 것. 그의 요리철학이 몽땅 담긴 이 메뉴는 마스터클래스의 압권으로 큰 웃음과 많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축구장 디저트가 매우 인상적이다. 로컬하면서도 글로벌한 것을 추구하는 당신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탄생했나?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에서도 축구 사랑이 남다른 곳이다. 우리 형제들도 축구를 엄청 좋아해 축구를 영감으로 한 요리를 꼭 만들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미친 짓일지 모른다 생각했다.

그런데 조르디가 한 인터뷰에서 ‘메시가 골을 넣은 순간과 같은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그것이 기사 제목으로 나가자 우리가 ‘메시 골 창조식당’으로 알려지게 됐다. 아직 만들지도 않았는데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삼형제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제일 비싼 코스를 시켜야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코스 메뉴들은 매우 정교하고 어떤 의미에서 심각한 음식들이니, 식사가 끝난 뒤 큰 웃음으로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은 뜻을 담은 거다. 꼭 코스를 시켜야 하는 건 아니고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가격은 6유로(약 1만원)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올리지 않았다. 축구열정이 강한 나라라 바르샤팬이 아니면 기분 나쁠 수도 있기 때문에 알고 주문하는 사람에게만 만들어준다.”

-메시는 와서 먹고 갔나?
“아직 본인은 못 왔지만 자기 가족과 친척을 모두 보내 먹게 했다.”

-분자요리, 수비드 등 주로 재료에 화학적 변화를 추구한다. 최근 트렌드는 채집요리 등 직접 텃밭에서 키운 싱싱한 야채의 건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텃밭에서 채소를 기른다. 하지만 맛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 거기에 과학을 적용하는 거다.”




-신선한 야채에 화학적 변화를 주면 영양이 손상되어 아까운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그 반대다. 과학을 사용한 요리는 맛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익지 않은 음식을 익히는 것이 바탕이고, 영양분을 유지하면서 맛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한다. 밥과 콩이 만나 영양이 증진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모님 레스토랑에서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웠는데, 부모님은 당신의 과학요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카탈루냐 전통음식을 만드는 부모님을 11세 때부터 거들었다. 14살 때 스페인의 ‘Escuela de Ostereria’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24세 때 프랑스 ‘Novel Quisine’으로 유학한 뒤 86년 삼형제 식당을 열게 됐다. 카탈루냐 음식은 스페인에서도 매우 특징적인 음식으로 산과 바다, 단맛과 짠맛 등 극과 극이 조화를 이룬다.

전통을 존중하고 단골고객이 많아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 형제식당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은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카탈루냐 음식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개선해 가는 것이 우리 스타일이다. 부모님도 우리 요리를 좋아하신다. 최신 메뉴 중 한국·멕시코·페루·레바논에서의 여행경험을 반영한 지구본 모양 애피타이저가 있는데, 이는 여행을 가보지 못한 부모님께 음식을 통한 여행을 시켜 드리려 만든 것이기도 하다.”

-세계 2위 레스토랑에 올랐다. 미슐랭 스타가 강등돼 자살한 셰프도 있다는데 최고 자리에 부담감은 없나?
“별 3개를 얻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감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요리를 하지 경주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 자체로 행복을 전할 뿐 집착은 없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오랜 명성을 누리던 엘부이가 휴점을 하고 메뉴 데이터를 공유하는 요리정보센터로 변신 중이다. 페란 아드리아가 왜 그런다고 보나.
“두 시간은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최정상에 있을 때 멈춘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유명 식당의 요리법이 영업비밀인데, 진정한 정보공유가 가능한가?
“스페인이 음식 면에서 발전한 계기는 정보교환 외에는 없다. 공유할수록 발전기회가 넓어진다. 어려운 것은 비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짜여진 메뉴의 최상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10년 새 매스컴에서 스타셰프가 주목받고 있다. 셰프는 숙련에 이르기까지 매우 힘든 직업인데 화려한 면만 부각되어 문제라는 우려도 있다. 셰프란 어떤 직업인가?
“물론 힘들지만 셰프란 요리를 통해 영양보충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이다. 정을 나눠주고 애착을 전해주고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우리에게 요리란 인심·정·행복 등 많은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삶의 방식이다. 만약 돈을 내고 요리를 해야 한다면 그것도 감수할 것이다.”




-마스터클래스에서 선보인 흑마늘요리에서 한국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에 새로 만든 레시피인가, 아니면 실제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메뉴인가?
“우리 레스토랑 정식 메뉴다. 지난해 조르디가 한국에 다녀온 뒤 개발하게 됐다. 맛을 보고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해 4개월 전 완성했다. 흑마늘은 한국 것을 가져다 쓴다.”

-된장을 사용하는 메뉴도 있던데, 손님들 반응은 어떤가?
“지구본 메뉴의 일부로, 액상 된장을 액체 질소에 담갔다가 튀김옷을 입혀 볼로 만든 것이다. 대부분 좋아한다. 우리 식당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열린 마음으로 오기 때문이다. 나는 된장이 아주 흥미로운 식재료라 생각한다. 매우 강력한 맛이다. 일본에도 간장·된장이 있지만 요리계에서는 일본 것보다 한국 것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쌀을 섞어서 중화된 맛을 만들지만 한국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맛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일식의 경쟁력은 어디 있다고 보나?
심플한 것에 비결이 있다. 일본은 스시 등 비교적 손쉽고 간단히 흉내낼 수 있는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김밥도 가능성이 풍부하다. 비빔밥도 비주얼이 인상적이고 한 그릇에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는 등 특징이 강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다. 홍삼도 연구 중인데 언젠가는 활용할 예정이다. 전주에서 맛본 홍삼아이스크림도 아주 맛이 좋았다.”

-태국이나 동남아요리도 유럽인에게 사랑받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태국에는 관광객이 들끓지 않나. 사람들은 그곳에 가봤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음식을 찾는다. 한국 음식은 뛰어난 데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먼저 관광객을 더 유치해야 하고 외국에 더 많은 식당을 열어야 한다.”

-한식의 전통 한상차림과 코스메뉴로 바꾼 모던한식은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을까?
“외국인 입장에서는 조금씩 맛을 알아가고 싶기 때문에 코스메뉴가 적절하다고 본다. 인사동에서 맛본 한식 코스요리는 매우 훌륭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열정적인 한국인들에게 정이 많이 간다. 스페인을 대표해서 한식을 알리는 외교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약속드리고 싶다.”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분자 구조에 따라 음식의 맛과 향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식재료의 성질과 상태를 변형하는 요리
*수비드(Sous-vide)=진공 상태로 저온에서 장시간 요리하는 조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