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리 사원

2010. 9. 23. 01:43여행/네팔 (2010)


쿠마리는 고대 힌두여신 '탈레주'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소녀이다.

보통 5~6세 때에 32가지의 조건을 만족하는 여자아이를 찾아서 쿠마리로 삼는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후손인 '샤카'성을 가지고 까만 눈동자일 것, 이가 가지런할 것 등등... 이런 조건을 통과하고 나면 소, 돼지, 양 등 동물의 시체와 피가 낭자한 곳에서 하룻밤을 혼자 새워야 한다고 한다. 이때 울거나 무서워 하면 탈락이라고 한다.
또한, 몸에서 한방울이라도 피가 나게 되면 부정하게 되어 자격이 박탈된다. 가시에 찔려도 안되는 셈이다.

초경이 시작되면 민간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과거에는 쿠마리였던 여성은 남편이 일찍 죽게 되거나 집안이 망하게 한다고 해서 결혼도 못하고 혼자 외로이 살다가 죽게 되었다고 한다. 요새는 그런 속설들을 신경쓰지 않고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함.

티벳의 달라이 라마와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될듯.
쿠마리가 누리는 권력은 축제에서 국왕의 절을 받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물론 지금은 국왕이 없어져서 이런 일은 없을 듯), 가족과 분리되서 사원에서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불행한 여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쿠마리는 네팔에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지역에 다수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10여 명이 존재한다고 함)
내가 본 것은 카트만두의 두르바르 광장에 있는 쿠마리 사원이었다.



수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안뜰이 있다.
좌하단에 있는 붉은 표지판은 왼쪽: 외국인의 출입을 금함.   오른쪽: 쿠마리의 사진을 찍는 것은 금함.
그리고 그 사이의 문이 쿠마리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함. (자물쇠로 잠겨져 있음)
그런데 곳곳에 쿠마리의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완전 금지는 아니고 어떻게든 사진을 찍을 수는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 실제로 바로 쿠마리 사원 문앞에서 쿠마리 사진을 팔고 있었음.

파내어 진건지, 닳아 없어진 건지 모르겠으나...
어쩜 저게 쿠마리를 나타낸 것인지도.  Identity가 모호하다는? ..

굉장히 고요한 곳이다.
음기가 많다는 느낌? 비둘기들이 여러마리 있는데 (힌두교 관련 장소에는 이상하게 비둘기가 많다.) 비둘기 날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저 조각은 어디 유럽 성당에서나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여기 있다.

창문에서 의식의 흔적이 보인다. 노란색, 빨간색.
창문 조각 하나도 허투르게 하지 않았다.

쿠마리가 사는 곳의 문.
자물쇠가 밖에서 채워져 있다. -_- ;
문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 분이 원래 '탈레주' 정도 되시지 않을까 싶다.
상당히 분위기 있으시다. -_-  팔도 여러개고...

쿠마리는 공부도 하지 않으므로 민간인으로 돌아온 후 사회 부적응으로 비참하게 사는 경우가 많은데, 금년에 처음으로 15살의 쿠마리 하나가 (차니라 바즈라차리야) 중등교육과정 졸업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경영학을 공부해 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한다. 2008년 네팔 법원이 쿠마리의 학습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대인 접촉 제한 전통을 깨고 개인 교사를 붙여서 공부를 시킨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