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변형하지 마라

2010. 5. 13. 08:02맛집/Food Story

파리, 빈 등지에서 변형된 한식을 먹어보고 식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좋은 요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맛이 없었다.

현지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 내지는 철학이 부족한 결과일 것이다.

일본은 스시, 롤, 초밥, 라멘,  중국은 볶음밥, 탕면, 덮밥... 이런 것처럼 한국은? 하면 나오는 음식들이 있긴 해야 한다.  불고기, 비빔밥, 전, ??? 다 세계화 충분히 가능한 음식들이다. 난 개인적으로 한식이 정말 자랑스럽다. (인공 조미료는 지양해야 한다만.)




"한식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선보여야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한국의 맛으로 세계화의 승부를 거세요." 이런 말을 여느 셰프가 했다면 시큰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가 했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세계적인 셰프 장 조지 봉게리히텐(Vongerichten·55)이 한국을 찾았다. 4번째 방문이지만 이번 방한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계 부인 마르자(Marja·35)와 함께 한식 기행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과 주한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마르자는 4살 때 미국에 입양됐다. 장 조지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등에 20여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레스토랑 재벌이다.

한식기행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게 된 세계적인 셰프 장 조지 봉게리히텐과 아내 마르자. 12일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마르자는“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부부는 내년 1월 미국 공영방송 PBS를 통해 방영될 13부작 다큐멘터리 '스톱 앤 밥 코리아(Stop and Bap Korea)'를 찍는다.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순두부"라고 밝힌 장 조지는 김치와의 '첫 만남'도 소개했다. "아내와 결혼한 후,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플라스틱에 무언가 냄새가 특이한 것이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뭐지?'하고 깜짝 놀랐지만, 점점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 그는 "요리사는 새로운 식재료의 조합을 창조하는 게 임무"라며 "한국의 식재료는 조합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장 조지 부부는 13일 제주도에서 한식 기행을 시작, 토속 맛집에서 음식을 맛보고, 제주도 해녀와 제주에 살고 있는 이왈종 화백도 만난다. 마르자는 이에 더해 안동, 속초를 찾아가 자신의 뿌리를 더 깊이 탐구할 계획이다. 어머니로부터 한식을 배우고 있는 마르자는 "고추장과 된장을 직접 담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 조지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장 조지는 한식이 "여러 가지 풍부한 맛이 넘치고 지방이 적은 건강식"이라며 "한식을 (외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1980년대 중반, 뉴욕의 태국 음식은 달고 맵기만 했어요. 그래서 뉴요커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하지만 태국 본토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뉴욕식으로 바꾸려다 잘못된 것이지요. 한식은 그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