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특이점이 온 것 같다

2024. 11. 10. 17:12생각중

 

세 식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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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좀 그렇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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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확실히 더, 내가 일반인 다수와 생각이 분리되어 다른 곳에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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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일반인에게 자기 전문 분야를 설명할 때, 일단 용어에서 부터 막히고, 그 다음에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상대방이 원하는 수준/목표까지 이해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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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기 분야를 확실히 모르는데도 전문가인양 하고 있을 때는 제대로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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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케이스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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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도 이상으로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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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고 하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 수고를 하기가 좀 막막하고,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서도 가만히 그걸 듣고 있을 인내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그런 지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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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족한 것이 많은 인간이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긴 하지만, 그나마 지적 능력이나 사회/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재능으로 인해 남들보다 뛰어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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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특이한 객관성, 논리성, 중립성은 어리고 경험 없을 때는 확실한 약점이었지만, 이제 5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많은 경험이 더해진 후에는 오히려 더 날카로운 통찰의 근거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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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을 통해 더욱 성장한,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과 결합하여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본질을 남들 보다 상당히 빨리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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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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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합숙소에서 남들은 다 자고 있는데 혼자 깨어 있고, 거기에 귀신이 들어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본 단 하나의 목격자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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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그런 목격자를 시인, 예언자, 혹은 미치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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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에서는 그나마 시인이 제일 낫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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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가그런 비슷한 상황에 진입이 되었고, 나는 점점 더 사람들과 분리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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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리와 혼자됨이 처음 하는 경험도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환영하고 즐기는 마음까지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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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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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쓸데 없는 오지랍까지 있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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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걸 하고 있나라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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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가을 축제 거리 공연: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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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진심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그걸 표출한 적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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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그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갑론을박 하지 않고 초기에 그냥 다툼을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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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내가 설득한다고 그 생각에서 빠져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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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을 들여 설득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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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인간들이 많아서...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읽더라도 '병신이 되게 잘난체 하네' 정도의 소감밖에는 없을 것이라 예상이 되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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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공간은 나 혼자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그냥 호수에서 돌팔매질 하듯, 불특정 다수에게 내 생각을 표출하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근래에 화두가 되고 있는 내 머리 속의 변화를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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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뇌의 피크가 몇 살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빨라질 것이고, 병에 걸려도 빨라질 것이고, 그런 상황이 없다면 아마도 70대 초중반이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때부터 다시 어린아이같은 지능을 향해 내리막을 타겠지만, 그 전까지, 아마도 나는 어떤 능력은 감퇴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점점 더 날카로와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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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 하나님께서 이런 재능을 주실 적에, 고독을 즐기는 재능, 혼자서도 잘 노는 재능도 같이 주셔서.. 아마 광인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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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모습과 특성에 감사 드리고, 외로움에 불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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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있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에는 반성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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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발전해 가는 내 모습이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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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걸어가야 겠다. 

 

요약: 나는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지고 있다.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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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본적으로 욕심, 욕망이 있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욕망이 이끄는 방향으로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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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경향성이 상당히 작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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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결핍이라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부모님 덕분에 사랑, 능력, 돈, 평판, 외모, 운동 능력, 재능, 지능,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는 유리한 상황에 있었고, 굳이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결과를 달성하는 삶을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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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까지는 못해도 3등 정도는 그냥 땀흘리지 않고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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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게 남들보다 쉽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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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수백 억 ~ 수천 억의 돈이 거의 손 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불확실해진 일이 있었다. 그 과정과 지금까지의 진행을 돌이켜 보면 난 영향을 덜 받았고, 덤덤했다.  그런 기회가 또 올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고, 그런 기회가 오지 않고 이대로 생을 지나가더라도 나는 나로서 행복하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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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쓸 일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 조차도.. 내가 노력해서 달성한 게 아니라, 그냥 주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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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단점과 모자란 점이 있는 나이지만, 주제에 집중해서 쓰다 보니 그런 점들까지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이렇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