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달 - 홍성덕 작가 사진전

2024. 9. 12. 16:45예술/사진이론

달.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의미를 가진 달이 있을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달을 바라봤는지의 경험과, 어떤 생각의 깊이로 달을 봤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달을 보게 되었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달은 우리 개개인의 숫자 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밝게 빛나며 뜨겁게 낮을 비치는 태양보다, 달은 어두운 빛이지만 밤에 빛나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끌며 더 친숙한 마음들을 훨씬 더 많이 끌어 모았을 것이다. 

과학적 아이러니는.. 저 빛이 사실은 달빛이 아니라, 태양의 빛을 반사한 것 뿐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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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자신의 빛인 것처럼 우리를 속여 왔으니... 

그러나 인류가 천문학을 발전 시키고, 망원경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태양계의 운행 원리를 깨닫게되기 전까지, 누가 그걸 알았을까? 

태양과 달은 서로 전혀 다른 천체이고 (이건 맞다) 그 빛도 서로 전혀 다른 빛인 것으로 알아왔을 것이다. (이건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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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달은 가깝지만 자세히 보기엔 먼 그런 존재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을 보며 천문학적 지식을 떠올리기 보다는 그냥 달 그대로를 보고 가슴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https://www.instagram.com/daryavaseum/ 퍼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하여 들이대기 전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달의 적나라한 모습은 인류의 인지 범위 밖에 있었다. 

https://www.instagram.com/daryavaseum/ 퍼옴. 다

달은 지구를 도는 단 하나의 위성이며, 

대기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운석 충돌의 흔적 - 크레이터들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와 마찬가지의 힘에 의해 창조되어 산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바다도 있는 그런 천체이다. 다만 물이 없어 모든게 우주로 적나라하게 보여질 뿐. 

달에는 토끼도, 계수나무도, 절구도 공이도 없었다. 

절대 영도에 가까운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공기가 없으니 소리도 없는 황량하고 메마른 흙과 암석의 세계일 뿐. 

 

https://www.instagram.com/daryavaseum/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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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너어~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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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현대 과학의 조명하에 살풀경하게 사진으로 객관화된 달을, 다시한번 옛날 어릴 적의 감성으로 되돌린 사진작가가 있다. 

홍성덕 작가의 '나만의 달' 전시를 보며 나는 그런 걸 느꼈다. 

사실 홍성덕 작가의 전시에 나타난 달들은 달처럼 보일지언정 정확히는 달이 아니다. 

주로 나무와 가지, 나뭇잎들을 통해 마치 달과 같은 정서를, 그리고 추억을, 감성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위의 진짜 세밀한 달 사진과 아래 홍성덕 작가의 달처럼 보이는 달 사진을 비교하자면, 

내게는 밑의 홍성덕 작가 달 사진이 더 달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만 그런가? ^^;; 

 

소장 예정인 달 작품

 

17세때부터 달을 생각하고 사진으로 찍고 나만의 달로 간직하고 싶었던 소년은 어느덧 60대의 사진 작가가되었다. 

처음에는 여느 사진 작가들이 그렇듯, 달을 그대로 눈에 보이듯이 찍거나, 아니면 좀 더 세밀하고 아름답게 찍으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마도 2002년, 갑자기 원형(동그란 모양)이라는 원형(元型: archetype, 독일어  Archetyp )을 통해  달을 표현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시도는 구형으로의 입체적 시도를 거쳐 소형 달 작업에 이르게 된다. (2009년) 

2013년에 우리는 홍성덕 작가의 달을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홍성덕 작가 작업 연혁 및 작업 노트 일부

 

왼쪽의 연혁 보다는 오른쪽의 고등학교 1학년 일기장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소년과 같은 순진함과 순수함이 우리가 어떤 원숙한 대(大)작가에게서 불현듯 감동을 느끼는 지점이 된다. 

그리고 그 달은 많은 사람의 경험과 감정과 느낌을 담아, 홍성덕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전시된 달들의 모습들

 

하나 하나 따로 놓고 볼 때와 이렇게 한꺼번에 놓고 볼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다. 화려한 걸 좋아하는 사람, 단순한 걸 좋아하는 사람, 붉은색 계열이 좋은 사람, 조용한 느낌이 좋은 사람, 나무의 모양이 살아 있는 것이 좋은 사람, 달처럼 보이는 느낌이 좋은 사람.... 

그런데 그런 취향은 또 명확한 것이 아니어서 아침에는 이게, 점심에는 저게, 술 마셨을 때는 또 다른게 좋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다양한 달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풍부함은 또 다른 감사의 요소이다. 

 

아래 두 사진에서 왼쪽은 천체사진작가의 진짜 달, 오른 쪽은 홍성덕 작가의 달이다.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10m 떨어져서 본다면, 30m 떨어져서 본다면... 왼쪽의 사실주의적인 달을 좋아하는 사람도, 오른 쪽의 핑크 빛 나는 나뭇잎들의 달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술이라면 나는 오른쪽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관점과 미학과 감성이 녹아 있다. 그리고 절제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거기에는 잘 계산된 작업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출된 최적값이 녹아 있다. 이게 예술이다.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달 다섯 개를 나란히 늘어놓고 보는 것도 좋다. 

 

전체를 다 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48종류의 달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집에 이렇게 48종류의 달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면,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두뇌 발달과 정서 발달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릴 적 장마철 벽지에 번진 곰팡이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던 나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달 48종은 또 홍성덕 작가의 미인도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김홍도의 미인도를 64종의 colour variation으로 표현한 작품: '색채도'

 

이쪽이 더 담백하고 단순하고 조선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미인도와 달은 전혀 다른 작품 처럼 보이지만 홍성덕 작가를 통해 동일한 DNA를 공유하는 사촌같은 작품이다. 

 

조선과 스페이스 싸이버 펑크는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플랫폼 위에 놓여 있다.

 

이쪽에서 찍어 보고, 저쪽에서 찍어 보고 하면..

우주선의 창문이나 미래의 AI Computer 서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감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48개의 달은 각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가 개인마다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다양성 작업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 대상이 달이라는 것은 그래서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달만큼 보편적이고 사람의 마음에 다양하게 그러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물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무까지 섞었다. 

나무도 달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으며, 엄청난 복잡성과 친숙성을 가진다. 

주저리 주저리 썼지만... 그냥 잡설이고.  보고 느껴야 한다. 

난 이런 달같지 않은 달도 좋다. 

아주멀리 간 총천연색 달. 그러나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이와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달의 모습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마음 속의 달, 나만의 달을 더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https://www.instagram.com/daryavaseum/ 퍼옴.

포스팅이 좀 늦어졌지만.. .지난 7월 말에 방문했던 HNH 갤러리 전시 모습. 

(HNH 갤러리: 충무로 역 근처) 

https://naver.me/GbUh0w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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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나와서 이날 남산을 걸어 올라갔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남산타워 건물도 파란색, 초록색, 핑크색 등으로 '색채도'를 그리고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대개 보편적인 시각적 형태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남산타워는 그 가장 단순한 표현이 아닌가 싶네. 

의미있고 즐거웠던 전시였다. 


2024년 9월 10일~ 29일까지 달 사진을 포함한 홍성덕 작가님의 개인전이 스페이스 중학에서 열리고 있다. 

시간 되시는 분은 가보시면 좋을 것 같다. 

 

https://naver.me/xv0Y6E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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