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6. 01:20ㆍ전략 & 컨설팅/전략
2011년에 썼던 글을 다시 보완/수정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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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성의 상호 보완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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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성의 상호보완성'은 물리학에서 양자론의 토대를 세운 '닐스 보어' (덴마크, 1885~1962)가 주장한 이론으로,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모순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원리를 '불확정성의 원리'와 연계하여 해석한 것이다. 닐스 보어는 이 개념을 현실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심지어는 자기 가문의 문장에 새겨 넣었을 정도였다. 이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의 아들까지도 197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닐스 보어는 일반인들이 잘 모를 수 있지만 양자론의 뼈대를 세운 매우 20세기 물리학계의 핵심 인물이며, 그의 특징은 기존의 통념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독특한 역량에 있었다. 빛이 파동이라는 많은 증거들이 있었고, 빛이 입자라는 또 다른 많은 증거들이 쌓여 가는 와중에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 개념을 생각해 낸 것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상식의 파괴였고 마침내 인류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물리학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현실세계나 인문학 분야에서도 많이 응용되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어떤 하나의 모습에는 그와 정 반대되는 다른 모습도 동시에 있고 그 둘이 합쳐져야 온전한 원래의 모습이 설명 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그 사람을 일상화하고 평범하게 여기려는 마음이 동시에 내재되어 있다. 그 두 마음 사이의 적절한 균형 감각이 사랑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고, 더 풍성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사랑이란 오직 좋아하는 마음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 빨리 실망하고 포기할지도 모른다. 가슴이 뛰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도 사랑일 수 있다. (원래는 빛과 어두움이라는 개념으로 예를 들고 싶었지만, 너무 상투적이기도 하고, 위에서 이미 물리학적인 빛의 이야기를 해버려서 혼선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보편적인 다른 주제 -사랑- 으로 대신했다.)
전략과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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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략에서는 이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현상의 파악 분야이다.
전략의 기본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파악이다. 이 분석력/파악력에 이후 전략의 방향성 및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이분법적이고 직선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세상은 '상호 보완성'의 모순적 원리로 돌아가는데, 이분법적 사고로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실적 악화 및 직원들의 이직률 증가로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하자. 창업자인 사장님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 및 개선을 지시했다.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자체 진단이 내려졌고, 해결책으로 BSC와 식스시그마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기만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사실 문제는 경영총괄 부사장이었다. 이 분은 국내 최대의 그룹에서 많은 경험과 실적을 올린 분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떨어지는 이 기업의 사장님이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사장이 가진 역량이 '국내 최고기업'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과 소통방식을 업계 20위권 기업에 맞춰서 변화시켰어야 했다. 자신이 성공했던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하니 통하지 않는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깨닫지 못하고 원인을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서라고 몰아붙이니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식스시그마니 BSC니 하는 혁신 프로그램들이 Leadership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강요되다보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활동에 머물게 되고, 오히려 혁신 활동이 진정한 혁신을 방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게다가 사장님은 자신이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부사장에 대해 객관적 시선이 닫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고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임원이 중위권 기업에서 최악의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그 임원의 과거 실적 때문에 그 임원의 현재 문제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좋은 성과와 나쁜 성과는 서로 배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임원 안에 두 가능성이 하나로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현실에서는 바로 도출되는 쉬운 답이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제대로 분석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시야와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에서 성공했던 전략이 다른 조직에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같은 조직 내에서도 외부 환경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그런 실패 요인들 내에서도 또한 취할 부분이 있다는 것 등... 여기 쓰고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건들이 실제로는 너무도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혁신이 혁신을 방해하고, 성공이 성공을 방해하는 사례가 많다.
경영위기 속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회사 카페테리아의 공짜 커피를 없앤 노키아의 사례를 통해, 현상 파악에서의 배타성의 상호보완성을 다시 한 번 더 이해해 보자. 커피에 들어가는 원가와 직원들이 한가롭게 노닥거리는 모습만 봤지, 회사에서 커피타임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견 교환과 아이디어 개발의 모습은 보지 못한 것이다. 직원들은 공짜 커피가 없어지자, 이를 회사가 직원들을 수단으로만 보고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잘못된 현상파악과 원인분석으로 회사는 조직 문화를 망쳐 버리고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많은 재능들이 모여 있던 이 IT 회사에서, 커피는 노닥거리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업무 스트레스를 풀며 서로 소통하는 매우 생산적인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둘째, 전략의 수립 및 실행에 대한 큰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래로 그의 작전참모였던 '조미니' (Jomini, 1779~1869)의 목적지향적, 분석적 전략 방법론이 전략의 본질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전략의 특징은 현상의 분석에 기반하여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논리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힘있는 전략이란 (대개) 그러한 따분하고 행정적인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한 '판을 새로짜는' 것이다. 이런 맥락의 전략을 주장한 사람이 비슷한 시기의 프러시아 전략가 '클라우제비츠' (Clausewitz, 1780~1831)였다.
그러나 조미니의 전략은 이해하기 쉽고 일반인들도 쉽게 수행할 수 있기에, 클라우제비츠의 독일어로 된 난해한 전략 (칸트의 저서들을 생각해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보다 훨씬 널리 퍼졌다.
조미니의 전통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이 마이클 포터이다. 그의 5 forces나 경쟁론 같은 이론들을 보면 많은 부분이 '전략적 직관'의 실행 보다는 현상의 분석에 focus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마이클 포터의 이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나 전자사업을 하면 안되었다.
전략 수립분야에서의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은 클라우제비츠와 조미니를 결합하는 것이다. 언제나 클라우제비츠와 같이 아이디어를 빵빵 터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반면 조미니처럼 현상 유지적인 전략만 가지고 이 살벌한 시대에서 생존하기도 힘들다. 조미니의 실용적인 분석 도구돌을 잘 활용해서 루틴한 환경과 역량의 파악에 대해 만전을 기하는 한편, 판을 새롭게 짜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클라우제비츠의 접근과 사상을 원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견 배타적으로 보이는 두 관점의 상호 보완이 이루어진다.
다만, 문제는 '전략적 직관'을 이해하고 실행할만한 역량있는 인재가 한국의 기업과 컨설팅 업계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한국의 교육이 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사회의 실패이기도 하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세번째의 의미는 사람에 대한 시각이다.
경영에서는 사람에 대한 경영을 제일 상수로 친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일단은 CEO나 한 부서의 장으로서 생각해 본다면 일단은 자신의 성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변에 어떤 인물을 둘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가장 마음이 편한 것은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 원리를 생각해 보면 나와 정 반대 성향의 사람을 적절하게 주의에 두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직관리 쪽의 기본 상식은 homogenious한 group은 일정한 수준의 성과를 내지만, heterogenious한 그룹은 아주 탁월하거나 아주 안좋은 성과를 내는 '모아니면 도'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탁월함의 추구를 위해, '다양성'은 그래서 중요한 화두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돌진하는 조직은 그게 우연히 환경에 맞는 방향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험에 노출되고 공멸하기 쉽다. 그래서, 전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을 옆에 두고, 시시 때때로 대화를 하면서 나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삼국지에 나온 조조의 용인술을 보면 마치 이러한 관점의 교본을 보는 것 같다. 그는 효웅이었고, 교활한 면이 있었지만, 인재들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그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또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와 code가 맞지는 않지만 장점을 가진 직원을 어떻게 내 옆에 두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 되겠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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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선형적 단순 사고를 벗어나 '배타성의 상호 보완성'이 가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지금까지 여러분은 너무 고민을 하지 않으면서 타성적으로 살아왔다. 아니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통상적인 고민만을 너무 열심히 해왔다.
전략은 남들이 생각 못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들을 압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천편일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