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4. 19:52ㆍ맛집/전라도 광주 군산 나주 목포
전북 군산시 신창동 2-1
심은하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바로 앞에 있다.
일본식 건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군산의 구도심 영화동 일대이다.
한일옥 간판글자 밑에 "평범한 무우국이 명품이 아닌가? 군산 최초의 최강달인집. 영업시간 오전 3시~ 오후 9:30까지" 라고 써 있다.
뭔가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생활의 달인을 잘 안봐서 최강달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9천원으로 좀 비싼 가격의 소고기 무국을 시키면 기본찬하고 뜨겁게 뚝배기에 담긴 맑은 국물의 무국이 대령한다.
깍뚜기, 김치와 콩나물 모두 맛있고, 고추와 마늘도 포인트로 역할을 한다. 나머지 반찬 하나는 잔 멸치였던듯.
온도가 높아서 국물이 끓으면서 공중으로 비산하고 있다.
소고기는 그닥 특별할게 없고 좀 질기기까지 한데, 소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찾아가서까지 먹을 맛일까?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집에서 끓여서 이 맛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마법가루의 공이 큰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느끼지 못했다.
다음에 군산에 또 가게되도 다시 찾아갈 것인가? 답은 예스다.
9천원이라는 가격이 군산에서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다.
어쩌면 저 곳도 세월의 맛을 먹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새로 지은 집 같지만 속에 들어가보면 노포 느낌이 딱 난다. 나무 탁자.
근처 차 대는 곳 담벼락에 붙어있던 군산상고 카퍼레이드 사진.
1972년 7월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운동장 야구장에서 벌어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군산상고는 창단 4년밖에 안된 팀이었으나 야구 명문 부산고등학교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8회에 3점을 내주고 4대 1로 뒤지던 9회말에 6번 타자 김우근의 안타, 7번 아웃 이후 두 타자 연속 볼넷으로 얻은 1사 만루의 찬스에서 1번 김일권이 몸에 맞는볼로 밀어내기 한 점.
이후 2번 양기탁의 안타로 동점을 만든 후, 3번 김준환이 극적인 끝내기 좌전안타로 4대3 역전승을 하고야 만다.
이때부터 군산상고의 닉네임은 '역전의 명수'가 되었고, 이후 군산 역전에서 명수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익숙한 이름들이 나오는데 김일권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도루왕으로 이름을 날렸고, 김준환도 역시 해태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저 역전 드라마에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시 4번은 김봉연이었다. 프로야구 초기 해태의 홈런타자 김봉연.
군산상고의 역전우승 주역들이 실업팀을 거쳐 해태 타이거즈로 죽 이어져 간 것을 알 수 있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니 10년 후.
오늘날은 프로야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고교야구가 중심이었다.
나도 어릴때 청룡기, 봉황기, 황금사자기 이런 고교야구 경기들을 중계해주던 게 기억이 난다. 우리도 고시엔 못지 않은 고교야구의 열기와 야구 소년들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실은 우리나라 고교팀 80개 vs. 일본 고교팀 4,253개, 선수만 17만 여명 (2005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