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도 모르는 유성기업의 진실

2011. 6. 19. 10:12전략 & 컨설팅/전략

뭐 새로울 건 없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구매 부서가 적극적인 협력사 육성이나 상생 활동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일단 경영진이 그런 마인드가 없고,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는다.  협력사라는 개념을 가진 거의 유일한 대기업은 삼성인데, 삼성도 이건희 회장의 그런 뜻을 직원들이 제대로 공유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협력사 관리는 Balancing Action이다.
너무 과하게 압박해도 안되고, 너무 풀어줘도 안된다. 구매 부서는 보통 비리를 근절한답시고 인력을 몇년 주기로 바꾼다. 그래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제대로 된 협력사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협력사에게 휘둘리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이란게 결국 납품 단가를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납품하라는 정도일 것이다. 일명 '팔비틀기'이다.  일부 구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상생의 기본 철학이 없어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개선해야 될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적에 따라 냉정하게 협력사를 잘라버리기도 하는 그들의 방식 보다는 끈끈하게 오래가는 우리의 방식이 더 나은 점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아직 제대로 된 협력사 관리를 하는 회사가 없는 우리나라가 제조업에서 세계적 수준이 되고 있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협력사들도 나름대로 이런 구조에 적응을 한 결과가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다른 국가에서도 성공적인 협력사 관리를 하기는 요원하다. 진정한 Global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Potential을 갉아먹는 것이기도 하고.  




한겨레21 퍼옴
http://h21.hani.co.kr/arti/COLUMN/131/29834.html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끝난 유성기업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후진적 노사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지만,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대·중소기업 간 왜곡된 하도급거래의 숨겨진 진실을 보여준다.

유성은 자동차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 실린더라이너 등을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에 공급하고 해외에도 수출하는 상장업체다. 유성의 부품 공급 중단이 현대·기아차의 생산 차질로 즉각 이어졌듯이, 유성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제품별로 60~70%에 이른다. 하지만 유성은 2007년 이후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2.6%를 기록했다. 특히 2008년 이후 내리 3년간 영업이익이 적자 행진이다. 이는 분명 미스터리다. 유성과 같은 독점적 성격의 기업은 다른 일반 업체에 비해 많은 독점이익을 얻어 이익률이 높은 게 상례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왜 숫자놀음 했을까?

유성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파업으로 중단된 조업을 정상화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와 잦은 파업·태업 탓으로 돌렸다. 한 임원은 “노조의 잦은 파업과 태업으로 유성기업의 가동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낮다”며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에서 종업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인 게 일반적인데, 유성은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성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82.5%다. 현대·기아차의 95%대에 비하면 많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또 유성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종업원 급여총액 비중은 18.4%로, 현대·기아차의 11~12%보다 높다.

하지만 유성의 노조 간부는 “지난해의 경우 일부 조업 중단이 있었지만 길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010년의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속히 감소하기 이전인 2007년의 83.3%와 별 차이가 없다.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론에도 항변한다. “장부상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이 5700만원(이명박 대통령과 보수 언론은 7천만원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이지만, 기본급 비중이 50%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하루 2시간의 시간외근무, 매주 토요일 7.5시간의 특근, 격주로 이뤄지는 야간근무를 통해 겨우 채워진다.”


노조는 겉으로 드러난 회사의 경영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노조의 한 간부는 “회사가 노조와 임금협상을 할 때 영업적자에 대해 ‘어차피 숫자놀음 아니냐’고 말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회사는 왜, 어떻게 ‘숫자놀음’을 했을까?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실제로는 영업이익를 내고도 적자가 난 것처럼 거짓으로 장부를 꾸미는 분식회계의 가능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요즘도 기업 비자금 의혹이 심심찮게 터지는 것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도 금호석유화학, 오리온그룹 등 한두 곳이 아니다.

둘째 가능성은 유성이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계열사로 이익을 유출시켰을 경우다. 이는 부품업체를 상대로 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거의 살인적 수준인 한국 현실에서 충분한 개연성을 갖는다. 아무리 저승사자 같은 대기업이라도 영업적자가 난 부품업체들에는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순이익률이 높은 이유

실제 유성은 독특한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유성기업의 매출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유성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한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3개의 비상장 계열사와 3개의 합작사, 1개의 대주주 개인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사들여 완성차업체에 공급한 부분이다. 유성의 지난해 매출 중에서 7개사로부터 사들인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8.2%에 이른다. 특히 유성피엠공업, 와이엔티파워텍 등 3개 계열사는 평균적으로 생산 제품의 80% 를 모회사인 유성에 납품했다. 흥미로운 것은 3개 계열사의 지난 4년간 평균 순이익률이 9.5%로, 모회사인 유성(3.7%)의 2.5배를 넘는다는 점이다. 지배권을 갖고 있는 모회사가 자회사보다 이윤율이 낮다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다.

유성이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플러스의 순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관계사들의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유성은 자체 생산 제품으로는 이익을 못 내지만, 계열사나 합작사가 이익을 낸 것의 영향으로 장부상 흑자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지분법평가에 의해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대상 기업에 손익이 발생하면 지분 보유량만큼 반영하도록 돼 있다.

증권사의 한 자동차업종 전문 애널리스트는 “유성은 자신은 마진을 남기지 않고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떨어낸 것도 영업이익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의 노조도 회사의 이익률이 계열사들보다 낮은 이유를 납품단가 인하 요인에서 찾는다. “현대·기아차가 정기적으로 제조원가를 직접 조사한 뒤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현대·기아차는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 지적에 펄쩍 뛴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유성은 현대·기아차가 사용하는 피스톤링의 70%를 공급하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이고, 유성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절반 정도는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국내외 완성차업체와 중장비, 농기계, 내연기관 생산업체에 판매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항변한다.

현대차는 유성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자기네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럴 뿐이다. 현대·기아차의 구매총괄본부는 최근 유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한 임원은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피하려고 계열사로 이익을 유출한 게 확인되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는 후폭풍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이 그동안 계열사로 이익을 유출해왔다고 하더라도, 국제 회계기준의 채택으로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실적을 합쳐서 보여주는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삼기 때문이다.

납품단가 인하 안 한다더니

현대차는 지난해 초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몽구 회장이 단가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품질관리를 위해 부품협력사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은 현대차가 ‘품질 비상사태’를 부품사와의 상생 협력으로 돌파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며, 수천 개에 이르는 현대·기아차의 협력사에 희소식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올해는 말이 바뀌었다. 현대차 임원은 “2009년과 2010년은 1차 부품협력사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가 아예 없었지만, 올해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일부 시행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일률적 인하나 강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의 납품단가 인하는 늘 있었고, 그것도 매번 협상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형식에 그쳐왔다고 하소연한다. 과연 누구 말이 진실에 가까울까?

마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기아차와 모비스가 강제로 부품협력사들의 납품단가를 내린 혐의를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기아차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의지가 강해지자 자신 대신 현대모비스를 통해 납품단가 인하를 추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정착하려면 대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특히 총수들의 인식 전환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재벌 총수는 말로는 동반성장 의지를 강조하는데, 정작 대기업들은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협력업체는 이를 피하려 눈속임식 재무제표를 만드는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은 언제나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