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을 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2011. 2. 2. 10:08전략 & 컨설팅/STEEP

자기 밥줄과 동료,선후배 문제이기에...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거론했다. 예전에도 선수들이 승부 조작 하는 이야기를 중국팀 감독으로까지 밀려났던 분이라... 이분의 정직한 성향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다른 차원으로 더 굉장하다.

축구만이 문제겠는가? 한국에서 모든 운동이 다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승부에 대한 집착으로 어린 선수들의 명줄을 끊어 놓는 시스템. (... 이라고는 해도 사실 사람이 문제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었다.

한번 올렸다 내렸다 다시 올린 걸로 봐서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 지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판이 제대로 먹히지가 않는다. 기득권 패거리들이 소심한 일반인들을 선동해서 묻어버린다. 그리고 선수를 위해 승부를 포기한 감독들은 이미 현장에 남아 있지도 못할 거다. 짤려서... =_=

어쨌든 차 감독님의 용기와 직관에 감사드리며 응원을 보낸다. 존경합니다.



차범근(58)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박지성 은퇴를 두고 ‘부상병동’ 한국 축구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자기반성을 했다.

차 감독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C로그’(c.cyworld.com)에 올린 글에서 “30살도 안 돼 지성이가 은퇴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무책임함이 배경에 있다”라고 썼다.

차 감독은 “지성의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것은 어려서부터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이유”라며 선수를 혹사시키는 한국 축구의 풍토에 직격탄을 날렸다. 차 감독은 “초등학교 선수가 기초 공부조차도 하지 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살도 안 되는 선수들이 하루에 세 번씩 프로선수들처럼 훈련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조차도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는 “너무 오래된 악습이기 때문에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고백했다.

차 감독은 “지성이가 어떤 스피치(연설)를 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맞으면서 축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유독 그 얘기를 했다. 그동안 어린 선수들이 불에 타서, 지도자에 맞아 세상을 떠난 적이 있다”고 개탄했다.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했던 게 축구를 오래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밝힌 차 감독은 “그동안 내가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는다. ‘한국 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 게 뭔데?’ 나의 용기 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다”고 글을 맺었다. 차 감독은 이날 오전에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지만 인터넷에 글이 남자, 다시 게재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