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학자 민츠버그 교수

2010. 12. 4. 22:52전략 & 컨설팅/전략

합리적 전략/경영이라는 허구를 지적한 분.

하버드의 마이클 포터와는 여러 의미에서 대조적인 사람인데, 난 이 분을 좋아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체계적 전략과 경영은 환경이 복잡하지 않을 때에는 나름 성공적일 수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에서는.... 잘못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각종 혁신 활동이나, ERP나, KPI나 BSC나... 다 마찬가지다. ....

서구의 Main Stream 경영학은 ... 신기루에 가깝다.

 



아래는 조선 이코노미 플러스에서 퍼온 글이다.



연구한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헨리 민츠버그의 주장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심지어 이단적이었다. 민츠버그는 주류 경영학계에서 주장했던 내용들을 때로는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경영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곤 했다. 그 때문에 민츠버그의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된 당시에는 항상 논란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른 후 그의 연구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민츠버그는 경영학의 ‘이단아’이면서도 새로운 이론의 ‘선구자’임이 분명하다.
 
경영자의 역할-좌뇌와 우뇌의 조화

민츠버그는 1973년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정리한 첫 번째 저서 <경영 업무의 본질(The Nature of Managerial Work)>을 출간하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75년과 76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두 편의 글을 통해 명성을 알려나갔다. 특히 75년에 발간된 논문인 <경영자의 역할: 통념과 현실(The Manager’s Job: Folklore and Fact)>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주는 그 해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민츠버그는 일반 대중이나 심지어 경영자 스스로도 자신의 실제 업무에 대해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기업 경영자들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민츠버그는 실제 경영자들의 일상을 관찰한 결과 그들의 역할이나 업무가 그동안 생각했던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측면 외에도 직관적이고 경험적 측면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경영자의 업무는 모두 10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조직의 얼굴 역할, 리더 역할, 연결 역할을 중심으로 한 대인(interpersonal) 업무, 정보 수집자 역할, 보급자 역할, 대변인 역할을 중심으로 한 정보(informational) 업무, 기업가 역할, 동요 처리자 역할, 자원 배분자 역할, 협상자 역할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decisional) 업무가 그것이었다.
민츠버그는 이 같은 경영자의 실제 업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인 경영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첫째, 경영에서 많은 문제는 경영자들이 접하는 정보가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구두 매체를 선호한다. 하지만 조직의 많은 자료가 경영자 머릿속에 국한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만약 그들이 업무를 그만둔다면 조직 내에서 정보까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들에게는 가치 있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핵심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한다든지, 중요한 내용을 구술로 녹음하거나 문서화된 내용을 제한적으로 돌려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의 고착 상태를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경영자의 피상적인 일처리 관행이 문제다.

  뛰어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숙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문제를 획일화시켜 함부로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때로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도 있다. 경영자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업무처리에 관한 최고의 모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영자 자신의 시간 관리에 관한 문제이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의례적인 업무를 실제 성과로 연결시키고,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실제 업무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 사실 경영자들은 의례적인 업무 수행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 일을 단지 의무라고만 생각한다면 조직에서 어떤 성과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공적인 경영자들은 의례적인 업무를 이점으로 활용한다. 연설은 목적 달성을 위해 로비할 기회이고, 회의는 비효율적인 부서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다. 
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이러한 민츠버그의 새로운 통찰은 소위 좌뇌와 우뇌의 균형을 강조한다. 76년에 발표한 논문

<좌뇌로 계획하고 우뇌로 경영하기(Planning on the Left Side and Managing on the Right)>

는 이러한 그의 사상을 잘 정리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좌뇌로 상징되는 합리성과 분석력 못지않게 우뇌로 상징되는 감수성과 직관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그는 거대화되고 더욱 복잡해지는 기업 조직에서 경영자들이 직접적인 경험과 친밀한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수성과 직관력을 자칫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영자가 균형을 잃게 되면 합리성과 말로써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80년대 들어 민츠버그는 기업의 조직구조에 대한 연구에 심취했다. 79년에 출간된 그의 역작 <조직구조(The Structuring of Organizations)>와, 이 책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요약 정리해서 83년 재출간한 <5가지 조직구조(Structure in Fives)>, 그리고 89년 경영자와 조직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정리한 <민츠버그의 경영론(Mintzberg on Management)> 등이 대표적인 저서들이다.


효과적인 조직설계-5가지의 조직 유형

민츠버그는 5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5라는 숫자는 인간을 상징하며, 우주와 마찬가지로 질서와 완벽을 추구하는 신성한 숫자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조직의 5대 구성요소인 최고 경영층, 중간 관리층, 현장 관리층, 전문 스태프(technostructure), 지원 스태프(support staff) 등의 구성 형태에 따라 조직구조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 즉, 단순 구조, 기계적 관료제, 전문적 관료제, 사업부 형태, 임시적 조직 등이 조직구조의 기본 유형들이다.
이때 최고 경영층은 최고 경영자와 이사회 등 조직의 전반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집단으로 직접적인 감독 활동, 외부 환경과의 상호 작용 활동, 전략 수립 활동 등 3대 핵심 과제를 추진하는 사명을 맡고 있다. 현장 관리층은 제품과 서비스를 산출하는 기본 업무를 담당하며, 표준화를 통해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중간 관리층은 공식적인 권한 체계를 통해 최고 경영층과 현장 관리층을 서로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상하 간의 명령 전달이나 피드백 활동을 담당한다.
민츠버그의 조직구조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2개의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스태프 조직이다. 전문 스태프는 전략 기획, 경영 분석 및 평가 등과 관련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조직 활동의 표준화에 기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성숙한 조직에서는 전문 스태프가 조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장 관리층에는 품질관리 시스템, 중간 관리층에는 지식 관리 시스템, 최고 경영층에는 전략 계획과 재무 시스템 등을 구축해 줄 수 있다. 반대로 지원 스태프는 인사, 구매, 회계, 총무 등 현업 부서를 지원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민츠버그가 제시한 5가지 기본 조직구조 중 첫 번째인

단순 구조(simple structure)

는 최소한의 관리 계층만 갖춘 창업형 조직으로 모든 조정 활동은 상하 감독 체계로 이루어진다. 최고 경영층이 주된 역할을 하며, 창업 외에도 기업 환경이 악화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집권적 조직형태다. 기계적 관료제(machine bureaucracy)는 대규모 조직에서 고도로 표준화가 이루어진 형태로서, 공식적 권한 체계에 따라 의사소통과 결정이 이루어진다. 안정적인 환경, 성숙된 조직, 대량 생산이 중시되는 조직에 적합한 유형으로 전문 스태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전문적 관료제(professional bureaucracy)

는 병원이나 대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조직구조로, 표준화된 과업이지만 많은 학습과 시간이 투입되어야만 숙지할 수 있는 과업을 담당하는 현장의 숙련공이나 전문 인력에 의해 주도되는 조직 형태를 의미한다. 권력의 원천이 공식적인 지위에서 나오는 기계적 관료제와 달리 전문적 관료제에서는 전문성이 권력의 원천이다.
사업부 형태(divisionalized form)는 기업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조직구조로서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다. 분권화를 기반으로 하며 중간 관리층이 주된 역할을 한다. 끝으로 임시적 조직(adhocracy)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혁신 과제를 수행하는 고도로 유기적인 조직구조를 의미한다. 환경이 복잡하고 동태적일 경우 매트릭스 조직, 프로젝트팀, 태스크포스팀 등 다양한 형태의 임시적 조직이 고도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물론 기업 현실에 존재하는 조직구조는 이들 다섯 가지 유형보다 훨씬 더 다양할 것이다. 민츠버그 자신도 다섯 가지 유형은 순수한 이론적 유형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혼합 방식으로 더 다양한 조직 형태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의 조직구조론은 복잡한 현실 조직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단순 조직은 기업가형 조직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최고 경영층의 적극적인 역할과 권한의 집중화를 통해 조직을 강력하게 끌고 가는 형태이다. 마찬가지로 기계적 관료제는 기계적 조직, 전문적 관료제는 전문가 조직, 사업부 형태는 다각화된 조직, 임시적 조직은 혁신 조직의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이 구축하고 싶은 조직구조를 결정할 때, 민츠버그의 제안대로 다섯 가지 기본 형태를 기반으로 업무 표준화의 범위와 분권화의 정도를 고려해서 조직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계획의 허상-경영자는 코끼리 더듬는 장님

민츠버그는 94년 <전략 계획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Strategic Planning)>, 98년 <전략 사파리(Strategy Safari)> 등의 저서를 잇달아 출간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전략 분야까지 확장하였다. 사실 그는 이미 87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전략 만들기(Crafting Strategy)>라는 논문으로 두 번째 맥킨지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면서 전략 계획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진행된 전략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을 10개의 학파로 분류하였다. 민츠버그에게 있어 전략은 코끼리 같은 존재였고 경영자는 장님에 비유되었다. 즉 코끼리를 만지고 있는 장님과 같은 존재가 현실에서 전략을 다루는 경영자의 실제 모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전략에 관한 기존 연구를 10가지 학파로 분류하고, 각각의 학파가 주장하는 전략의 본질을 설명함으로써 경영자들이 빠질 수 있는 전략에 관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했다.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한 학파는 전략 분야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 학파(design school), 계획 학파(planning school), 그리고 포지셔닝 학파(positioning school)였다. 이들 세 학파는 학계와 컨설팅 업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주류의 관점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전략이란 외부 환경과 내부 능력에 대한 합리적 분석을 통해 미리 설계할 수 있는 의도된(intended) 목표와 계획을 의미했다.
민츠버그는 이러한 주류의 시각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첫 번째 오류는 주류 학파들의 확고한 믿음, 즉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는 환경이 안정적이거나 적어도 변화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 경영자들이 당면하는 외부 환경은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다. 주류 학파들이 가정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전통적으로 주류 학파들은 전략 결정을 실제 기업의 운영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 조직에서 소수 나이 든 중요한 사람들은 생각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행동하라는 식이다. 민츠버그는 이를 ‘분리의 오류’라고 명명했다.
물론 잭 웰치나 스티브 잡스처럼 때로는 뛰어난 소수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민츠버그는 오히려 뛰어난 전략가는 자잘한 일상의 업무로부터 물러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일상 업무에 열중하면서 그로부터 전략적 메시지나 의미를 잘 추출하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민츠버그의 결론은 전략 결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이고, 모든 창조적 활동이 그러하듯 전략 결정도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활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많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보면, 사전의 완벽한 분석과 이에 근거한 의도된 전략보다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우발적인 전략(emergent strategy)이 더 큰 역할을 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민츠버그는 합리성과 논리성으로 포장된 분석 중심의 사고를 경계했다. 분석이 종합(synthesis)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아무리 분석을 엄격하게 하더라도 그것을 보다 창조적으로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전략 계획(strategic planning)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최근 민츠버그는 너무나 당연시 되던 MBA 교육방식을 비판하면서 MBA가 아니라 진정한 경영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의 이단적, 아니 선구자적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기사: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dhlee67@catholi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