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SCM - LG 전자를 중심으로.

2010. 7. 14. 14:24전략 & 컨설팅/전략

HERI 한겨레 경제 연구소 기사이다. 2010. 6.22 by 서재교.

LGE에서 SCM 프로젝트를 잠깐이나마 수행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흥미 있는 기사이다.

LGE의 문제점은 삼성 만큼의 관리 수준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 째가 아직 삼성도 달성하지 못한 가치 중심의 SCM 철학 정립이다. 이 두번째를 아래 기사는 주로 지적하고 있다.

내가 볼때는 그 전제조건인 첫번 째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아마 경영진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할 거다.  문제점이 지적된지 오랜 시간이 됬고 여러가지 노력이 있었지만, 상황이 그대로 라는 것에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을 지는 모르지만.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와 IT. 덕분에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화학 등 업종 대표기업들의 주가도 역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글로벌 IT 기업이 있다. 바로 LG전자다.

 

LG전자는 2009년 3월 초, KOSPI시장이 저점을 찍고 상승하던 시기, 외국인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종목 중 하나였다. 2009년 2분기와 3분기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전, TV, 휴대전화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권 업체들을 위협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2009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올해 1분기에는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남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6월 이후에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글로벌 IT업체들이 호황을 겪는 가운데, LG전자의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증권 애널리스트 및 IT 전문가들이 다양한 원인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2009년 LG전자에 4천억 원이 넘는 비용 절감을 안겨준 공급망관리(SCM)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08년 LG전자는 다국적 기업 HP에서 약 20년 간 공급망관리 분야에서 근무한 디디에 쉐네보(Didier Chenneveau) 부사장을 CSCO(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로 영입해 본사와 사업본부, 해외지역본부와 법인을 망라하는 전세계적인 공급망관리 조직 구성을 마무리했다. LG전자는 반도체나 LCD와 같은 장치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협력업체로부터 조달받은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물류비 개선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 순이익의 20%를 담당했던 SCM은 사실, 이번 도요타 사태에서도 보듯 ‘양날의 칼’이다. 양적 확대로 인한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협력업체의 불만과 통제접점 확대 등은 또 다른 비용이 될 수 있다.

 

SCM의 대명사로 불리던 델은 창립 20주년인 2004년 세계 PC시장 1위에 등극했다. 고성장 비결은 ‘직접 판매모델(direct model)’로 불리는 공급망 전략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 후, 델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2009년에는 급기야 3위로까지 밀려났다. 정보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한 신제품 개발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지속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매년 470만∼480만 대를 생산하던 도요타는 2000년부터 생산량을 늘려 2007년에는 853만 대를 생산해 미국 GM을 제치고 일약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 차량에 들어갈 부품을 현지 조달했지만 거래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협력업체들에 대한 제어 능력에 누수가 생겼다. 비용 절감 노력이 또 다른 비용을 부른 셈이다.

 

LG전자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0년 2월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탁기 분야에서 부품 문제로 105만대에 이르는 드럼세탁기를 리콜 해야 했고, 같은 기간 대표적인 해외 진출 성공사례로 불리던 브라질 법인 현지 직원들이 장려금에 대한 약속 이행 및, 몇몇 중역들이 저지른 부도덕적인 성 희롱에 관해 항변하는 파업을 한 달 넘게 지속해 곤란을 겪었다.

 

뿐만 아니다. 국내 모 할인마트에서 PC제품을 대판하던 신우데이타와 불공정거래 및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1차 하청업체였던 미래지원으로부터는 LG전자의 수장인 남용 부회장이 특수절도협의로 형사고발 당해 있는 상태다. LG전자를 둘러싼 SCM 전반에 균열 및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SCM 강화보다는 협력 네트워크 전반의 가치를 향상시키라고 조언한다. 완제품 업체는 신기술 및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제품 수명 주기와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해 협력업체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거대한 조립형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전자의 사업특성상 SCM강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개념과 철학은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1분기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대수는 세계 3위였다. 매출액은 5위 영업이익은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비용절감형 SCM보다는 제품위주의 혁신과 LG전자를 둘러싼 기업생태계 전반의 부가가치 개선 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