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플랫폼 하나로 20여 종 생산

2011. 12. 16. 14:43전략 & 컨설팅/전략




조선비즈에서 퍼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15/2011121502994.html

GM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작년 대비 12.7%, 영업이익은 34.3% 올랐다. 포드도 비슷한 수준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업계 1위를 넘보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영업이익은 94.4%나 높아졌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부각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선두권 업체들도 만만찮게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체질 강화에 성공한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공유' 생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각기 다른 차종을 생산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플랫폼은 차체 밑바닥인 플로어 패널에 조향·구동·제동장치, 서스펜션 등 각종 기본 장비들이 장착된 것으로, 차의 '뼈대'에 해당한다. 레고 블록을 조립할 때 넓적한 판 위에 작은 부속 조각들을 쌓아올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GM이 1960년대 중형 후륜구동 세단용 플랫폼으로 쉐보레·뷰익·폰티악·올스모빌 등 여러 하위 브랜드 차를 만들면서 이 방법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최근 들어 이 방식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부품 모듈화 덕분이다. 소형 플랫폼을 하나 만들고서 만들려는 차 크기에 맞게 변형하고, 여기에 주요 부품들을 덩어리로 얹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백만 대에 적용되는 '메가 플랫폼'이 속속 탄생하는 중이다.

뭉치고 합쳐 '메가 플랫폼' 부상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A플랫폼(PQ35)'이라 이름 붙은 중소형차 뼈대로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골프·비틀·제타·티구안, 아우디 A3·TT·Q3, 스코다 옥타비아와 세아트 레온 등 20가지 차를 만들었다. 생산량이 총 312만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됐다. 이 플랫폼을 잡아 늘려 폴크스바겐 중형차 파사트와 아우디 A4도 만든다. 아반떼와 포르테 등을 구성하는 현대·기아차의 소형차 플랫폼도 작년에 231만대 생산됐다. 일본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포인(Fourin)'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자동차 업체에서 100만대 이상 생산한 메가(Mega) 플랫폼이 17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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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최근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20년에는 모듈형 횡적 플랫폼(MQB)으로 95%의 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1000만대에 달하는 규모다. 11개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회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임러그룹과 르노·닛산이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소형차 플랫폼 공동 개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폴크스바겐만큼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와 손을 잡아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사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차도 앞바퀴 굴림 방식의 중형차 플랫폼 하나로 쏘나타·K5·그랜저·K7·싼타페·쏘렌토R 등 6개 주력 차종을 만들고 있다. 이 플랫폼을 약간 변형해 i40 같은 곁가지 모델도 생산한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약간의 디자인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어, 최근 이런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2002년에만 해도 29개의 모델을 각기 다른 플랫폼으로 일일이 만들었지만, 불과 10년 만인 올해는 통합 플랫폼으로 전체의 67%를 만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3년까지 플랫폼을 6가지만 남길 계획이다. 소형·중형·대형 플랫폼으로 웬만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SUV)을 모두 만들고, 나머지 차들을 쿠페와 소형 상용, 기타 SUV 플랫폼으로 제작한다.



진화하는 플랫폼… 양날의 칼

각 업체들이 최근 들어 플랫폼 통합에 더욱 매달리는 이유는,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선진국 수요는 급격히 쪼그라드는데 중국 등 신흥국에선 차가 없어서 못 파는 복잡한 수급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뼈대로 전 세계 각지에서 요구하는 사양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가 절실해졌다. 실제 포드 CEO는 중형차 포커스를 만드는 'C카' 플랫폼으로 10가지 '월드카'를 만드는 '원(One) 포드'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100만대를 만들 경우, 40만대를 만드는 것에 비해 한 대당 700달러(81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대수를 200대로 늘리면, 비용 절감폭은 대당 1000달러(116만원)로 커진다. 폴크스바겐은 플랫폼 공유로 차 제작비용의 20%를 줄이고, 조립 시간을 30%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용 절감에 치우친 나머지 플랫폼 통합의 정도가 지나치면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모델 간 차별화가 어려워 같은 브랜드 모델끼리 서로 경쟁하거나, 한 부분의 실수로 대량 리콜을 해야 할 우려도 있다. 현대차가 '신개념차' 벨로스터를 내놨지만, 아반떼와 같은 플랫폼에 같은 엔진을 장착해 '껍데기만 다른 복제차'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포드와 재규어도 후륜구동 플랫폼 하나로 포드는 최고급 세단 링컨 LS를, 재규어는 S타입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재규어는 영국 고급차의 멋을 잃었다는 비판을, 링컨은 어설픈 고급차 흉내로 미국차다운 넉넉함마저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결국 조기에 단종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개발비용을 줄이고 탄력적인 생산 증대를 위해 양산차 업체들이 플랫폼 통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그러나 역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차종별·시장별 면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플랫폼(Platform)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얹는 기본 골격(하부 판)을 말한다. 해당 차가 앞바퀴 또는 뒷바퀴 굴림식인지, 엔진이 앞 또는 뒤에 어떤 모양으로 배치되는지 등에 따라 이 골격이 바뀐다. 차를 만들 때 플랫폼부터 모두 새로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플랫폼을 그대로 두고 껍데기만 변형하거나(쏘나타와 K5), 플랫폼 구조를 소폭 변형하고 엔진 등을 바꿔달면(쏘나타와 i40)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