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 22:12ㆍ전략 & 컨설팅/전략
조선비즈 2013년 1월 2일 기사 발췌
새해 첫날 주식시장에선 온종일 음원 관련주가 요동을 쳤다. 일부 음원 유통업체들이 서비스 가격을 2배가량 올린 후 첫 거래일이었다. 국내 음원 유통 1위 업체인 멜론은 1일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 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사이트에 접속해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것)의 월 이용료를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대폭 올렸다. 멜론은 MP3다운로드•무제한 듣기 등 다른 상품도 요금을 모두 올렸다. 후발주자인 엠넷과 벅스, 소리바다 등도 일부 요금을 인상했거나 요금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음원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이번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 첫날 주가, 로엔•KT뮤직 울고 CJ E&M 웃고
앞으로 음원 유통 시장이 어디로 튈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속내가 2일 주가에 그대로 드러났다.
음원 관련주 중 안정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린 종목은 CJ(001040) (124,500원▲ 6,000 5.06%)E&M이 유일했다. 이 회사는 음원 유통 서비스 업계 2위인 엠넷을 보유하고 있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77% 상승한 2만7500원. 사흘 연속 상승이었다. 다른 관련주들은 혼조세였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SK그룹 계열사인 로엔(016170) (13,750원▼ 100 -0.72%)은 오전 중 몇 차례 반짝 반등을 시도하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0.72% 하락한 1만3750원에 장을 마쳤다. 그나마 장 마감에 앞서 하락폭이 준 것이었다. KT뮤직(043610) (3,435원▲ 5 0.15%)은 오후 2시까지 1% 가까이 상승하다 결국 1% 하락한 33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소리바다(053110) (2,385원▼ 60 -2.45%)가 1% 이상 하락했고 벅스뮤직을 서비스하는 네오위즈인터넷(104200) (11,900원▲ 0 0.00%)도 0.42% 내렸다.
(이하 생략: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2/2013010201550.html?right_hotnews )
일단,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전제는 아닌 걸로 하자.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반영하지, 실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향후 공이 어떻게 튈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단 며칠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핵심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왜 서비스 가격이 2배나 갑자기 올랐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2배라는 숫자를 보고, '어 이상하게 높은 숫자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본문에도 일부 나오지만, 일반적인 시장에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믈다고 보아야 하고, 결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시, '음원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말이 보인다.
정확히는,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나오지만, 정부가 2013년 1월 1일부터 곡당 음원 단가를 스트리밍 12원 (기존에는 단가 없음), 다운로드 600원 (기존 63.9원) 으로 인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음원 권리자의 수익 비율을 기존의 스트리밍 43%, 다운로드 53%에서 일괄적으로 60%로 인상하도록 했다.
결국, 원가가 높아지니 이를 반영해서 사업자가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간단한 검색으로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로, '그럼 왜 기존에는 가격이 저가였고, 음원 권리자들이 낮은 수익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차례다.
이렇게 Root Cause와 Historical background를 이해하는 것이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는 소리바다 및 MP3, 불법 웹하드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저작권 침해와 음반 유통 시장의 붕괴에 기인한다. 비단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화, 만화 등 컨텐츠 전반에 걸쳐 공통된 문제인데, Digital화가 진행되면서 용이해진 copy & paste에 따라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정부의 단속이 이에 따라가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아예 한푼도 못 버느니 조금이라도 벌자'라는 생각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합법적인 유통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속도 (Data 전송 속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른 우리 망 인프라와, 이를 IT 기술 수준의 척도로 착각한 정부의 무지몽매함이, 정당한 댓가 없이 이익을 추구하려는 성향과 버무려지면서 나오게 된 결과다.
이제 엄청난 크기의 비합법적 (공짜) 시장이 생겨 버렸는데 이를 정당한 댓가를 주는 것으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 주도의 가격 인상이 업계 Player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Player들에 대한 이해와, 이들의 이해 관계, 전략 등의 파악이 필요하다.
Player들은 정부, 저작권자, 기획사, 유통업자, 고객 등이 있을 수 있고, 유통업자들도 업계 1위인 SKT의 로엔 (멜론)과 경쟁사인 KT (KMP 홀딩스), CJ E&M, 소리바다, 벅스 등 각자의 위치와 역량과 강/약점, 영향력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할 것이고, 기획사도 대형이냐 중소형이냐 등에 따라 여러가지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고객도 다양한 Segmentation이 존재할 것이고, 전략에 따라서는 Potential 고객층이 매우 중요해 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
이런 것들이 뭉뚱그려진 것이 현재 음원 시장이다.
예전에 CD나 Tape을 2~3만원씩 구매하던 것에 비하면 월 3천원이 월 6천원으로 변한 것은 싸다고 해야 될까?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가격이 2배로 오른 것이니 비싸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매우 작은 분야의 매우 작은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2011년 기준 4,160억원 규모?) 이는 다른 컨텐츠 시장의 움직임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볼 수도 있고, Apple이 iTunes를 통해 Platform Player로 등극한 것처럼, 더 거대한 서비스/플랫폼/제조업 시장으로 연계가 되는 중요한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 본 것처럼, 변수가 많고 이해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하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독특한 시장이다.
전략 기획자로서는 매우 재미있고 도전적인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각 음원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설문을 통해서 가격 탄력도를 예측 하면서 무수한 변수를 녹여낸 Simulation을 돌리면서 머리가 빠지게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가격을 얼마로 해야 우리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거야?'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참고로 가격은 정부에서 정해 주지 않았으므로, 업계 자율인 상황)
'담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공감대를 가지고 업계 전체가 일정한 가격 수준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으나... 다양한 Player가 존재하고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므로,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등등 여러가지 생각의 Simulation이 가능할 것이다.
그냥 신문 기사에는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 그 배경이나 Player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복잡하고 머리아픈 문제가 될 수 있는 지를 한번 풀어 보았다.
Tip: 위에 쓴 내용은 아마도 전체 복잡성의 1/100도 안될 것이나, 핵심이 뭐고 이해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 지라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충실한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현상에서 핵심이 무엇인지에 따른 기승전결을 전개할 수 있는 역량이 전략에서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