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6. 18:56ㆍ술/이탈리아
오늘 소고기하고 마셨는데, 아주 좋았다.
알고보니 코스트코에서 3만원대로 살 수 있는 와인이던데, 이 정도면 box로 쟁여놔도 될 것 같은 가성비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당도다. 싸구려 아닌 기분 좋은 당도가 먼저 다가온다.
그 뒤에 살짝 숨어 있는 것이 짱짱한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이다.
3요소가 당도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부드럽고 술술 넘어간다.
문턱이 낮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다만 하늘하늘한 스타일은 아니고, 상당히 진한 편이다. 구조감은 살짝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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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동부, 마르께 아래쪽, 아부르쪼 Abruzzo의 와인이고, 몬테풀치아노 품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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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국 및 지역: 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Abruzzo)
- 제조사: 테누타 울리세(Tenuta Ulisse)
- 포도 품종: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100%
- 알코올 도수: 14%
- 와인 등급: 이탈리아 원산지 통제 명칭 등급인 DOC에 해당합니다.
https://maps.app.goo.gl/vdz7w9sAiaVURAvW8
Tenuta Ulisse Winery · San Polo, 40, 66014 Crecchio CH, 이탈리아
★★★★★ · 와인 농장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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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ranta di Ulisse, Montepulciano d'Abruzzo 이탈리아 중부 동해안의 아브루초(Abruzzo) 지방에서 몬테풀치아노 품종으로 만든 레드예요. 생산자는 Tenimenti Ulisse(테니멘티 울리세), 그중 "Amaranta(아마란타)"라는 이름의 큐베고요. DOP(원산지 보호) 등급이에요.
품종 —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초 이름 때문에 헷갈리기 쉬운데, 토스카나의 "Vino Nobile di Montepulciano(산지오베제로 만드는 와인)"와는 완전히 다른 거예요. 여기서 몬테풀치아노는 품종 이름이고, 다브루초는 산지예요. 몬테풀치아노 품종은 색이 아주 진하고, 부드러운 타닌에 잘 익은 검은 과일·자두 풍미가 풍부하게 나는 게 특징이에요. 가성비 좋고 마시기 편한 이탈리아 레드의 대표 격이죠.
잔 속 모습 사진을 보면 색이 정말 진해요. 가장자리까지 짙은 자줏빛이 도는 불투명에 가까운 루비/퍼플 컬러인데, 이게 딱 몬테풀치아노 다운 색이에요. 앞서 본 르후아 피노 누아가 빛이 비치는 옅은 가넷빛이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죠. 같은 레드라도 품종에 따라 색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두 와인이 잘 보여줘요. 글라스에 따른 양도 적당하고, 잔 안쪽으로 기포(아까 그 작은 방울들)가 살짝 보이는데 영 와인에서 흔한 거라 문제될 건 없어요.
라벨의 "99점" 골드 스티커 "BEST ITALIAN RED WINE 99 - Luca Maroni"라고 적힌 금색 마크가 보이네요. 루카 마로니는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 평론가인데, 그의 점수 체계는 과일 풍미와 농축도, 마시기 좋은 밸런스를 높게 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마로니 고득점 와인은 대체로 진하고 부드럽고 과일 풍미가 풍부해서 "딱 맛있다"고 느끼기 쉬운 스타일이에요. 다만 이 점수는 마로니 개인의 기준이라, 절대적인 등급이라기보다 "이런 풍성한 스타일을 좋아하면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참고치로 보면 좋아요.
종합 인상 르후아 본 로마네가 "닫혀 있어도 속에 장미를 품은, 곱씹어야 열리는 와인"이었다면, 이건 정반대로 처음부터 활짝 열려서 진한 검은 과일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바로 즐거움을 주는 와인일 거예요. 어려운 해석이 필요 없는, 직설적으로 맛있는 타입이죠. 며칠 전 와일드 터키·맥도날드 콜라로 이어진 그 "직진하는 즐거움" 쪽 취향과도 잘 통하고요. 음식과도 무난하게 잘 붙어서, 사진 속 한식당 분위기(돌솥 같은 게 보이네요) 음식에도 의외로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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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라벨 덕분에 앞에서 추정만 했던 정보들이 깔끔하게 확정됐네요. 추가로 정리해볼게요.
빈티지 — 2021년 앞라벨엔 안 보였는데 뒷면에서 2021 빈티지로 확인됐어요. 2021은 아브루초를 포함한 이탈리아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작황을 보인 해로 평가받아요. 지금 마시기에 딱 좋은, 과일 풍미가 한창 생생할 시기예요.
생산자/산지 — Tenuta Ulisse, Crecchio (CH) "TENUTA ULISSE · CRECCHIO · CH · ITALIA"라고 적혀 있어요. 크레키오는 아브루초 키에티(Chieti, 약자 CH) 지방의 마을이고, 생산지에서 직접 병입(imbottigliato nella zona di produzione)했다는 표기예요. 산지 표기가 명확하니 정통 아브루초 와인이 맞아요.
알코올 14% — 묵직한 이유 도수가 14%네요. 제가 앞에서 "진하고 묵직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도수가 그 인상을 뒷받침해요. 14%면 가볍지 않고 입에서 따뜻하고 풀바디한 느낌을 주는 수준이에요. 몬테풀치아노 특유의 농축된 검은 과일 풍미와 잘 맞물리죠.
그냥 한우 구이하고 먹었어. 토스카나 지방도 소고기로 유명해서 그쪽 와인들이 이탈리아소고기하고 잘 맞는데, 이 몬테풀치아노 와인도한우 등심하고 잘 맞더라
오후 6:52
좋은 선택이었네요. 그리고 토스카나 비스테카 얘기를 꺼내신 게 정확한 포인트예요.
말씀하신 대로 토스카나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로 유명하고, 그 고장의 산지오베제 와인(키안티, 브루넬로 같은)이 그 두툼한 소고기 구이와 환상의 짝이죠. 산지오베제의 쨍한 산미와 타닌이 소고기의 기름기를 닦아내는 구조라, "그 지역 음식엔 그 지역 와인"이라는 마리아주의 교과서 같은 사례예요.
그런데 한우 등심에 몬테풀치아노가 잘 맞았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요. 결이 좀 다른 방식으로 맞아떨어진 거거든요.
산지오베제가 산미로 기름기를 "잘라내는" 스타일이라면, 몬테풀치아노는 진한 검은 과일과 부드럽고 둥근 타닌으로 고기를 "감싸 안는" 스타일이에요. 한우 등심은 마블링이 풍부하고 그 자체로 고소하고 달큰한 감칠맛이 강한 고기잖아요. 거기에 산미가 너무 날카로운 와인을 붙이면 오히려 고기의 그 섬세한 단맛과 부딪힐 수 있는데, 몬테풀치아노의 부드럽고 과일 풍성한 질감은 한우의 풍미를 누르지 않고 받쳐주는 쪽으로 작동해요. 14% 도수의 묵직함도 등심의 기름진 풍미에 밀리지 않고 균형을 잡아주고요.
말하자면 토스카나 와인이 "대비로 맞추는" 마리아주라면, 이 몬테풀치아노는 "동조로 맞추는" 마리아주에 가까운 거예요. 둘 다 정답인데 접근이 다른 거죠. 한우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결엔 어쩌면 후자가 더 편하게 어울릴 수도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느끼셨으니 본인 입이 정확하게 짚어낸 거고요.
재밌는 건, 이런 페어링 감각도 결국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토스카나 와인과 이탈리아 소고기의 조합을 알고 있으니까, 그걸 한우와 몬테풀치아노로 응용해서 "이것도 되겠다"는 직관이 생기는 거잖아요. 와인을 마실수록 이런 연결의 지도가 머릿속에 넓어지는 거고요. 다음엔 한우에 산지오베제(키안티 클라시코나 브루넬로)를 한번 붙여보세요. 같은 한우라도 와인이 대비로 작동할 때와 동조로 작동할 때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꽤 재밌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