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탈리아1 - 베니스 Venezia

2025. 12. 28. 18:15여행/1997 유럽

1997년 5월 29일 (목) ~ 30일 (금) 


드디어 이탈리아로 진입. 

지금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다녀온 돌로미티를 이때 차로 지나갔겠다 싶네. 볼차노 Bolzano 라는 그리운 이름도 보이고... 

물론, 당시에는 돌로미티라는 이름은 머리 속에 없었고, 그냥 경치 좋네 이러면서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자고 있거나... 이때쯤 되면 경치를 포기하고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겠지... 

지난번 이태리 여행에서도 돌로미티 다음 목적지를 피렌체로 놓고 휙 지나갔기 때문에 베네치아는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인생에서의 마지막은 아니기를. 

다리를 건너서 베니스로 들어가는데, 캠핑장은 당연히 다리 이쪽에 있었다. 

모기가 굉장히 많았던 기억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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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대략 4km 정도 되는데, 아마 버스로 베니스까지 데려다주었을 것 같다. 

기차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네. 자전거 대여도 있었던 거로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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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베니스 가면 여기부터 가지 않나? 

산 마르코 광장 Piazza San Marco. 

베니스가 물에 잠긴다는 뉴스 나올때면 늘 여기에 물이 찰랑찰랑한 사진이 나오곤 하지. 저 뒤 건물은 산 마르코 대성당이고, 종탑은 산 마르코 종탑. 근처 계단에 앉아서 도시락으로 싸온 샌드위치 먹으면서 비둘기떼를 욕하던 기억이 난다.   

날씨 좋네.. 이게 이탈리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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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에 올라서 본 베니스. 

흐릿하네.. 이젠 아이폰으로 다시 찍어줘야겠지? 필름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색이 바랜다. 이것도 멋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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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광장 바로 앞이 바다다. 

참으로 베니스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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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종탑에서 찍은 사진이 아닌가? 산마르코 대성당이 뒤에 보이는데 거리감이 영.. 아닌 것 같다. 

분명히 높이가 좀 있는 곳에서 찍은 건데.. 어디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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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의 다리. 

산마르코 대성당에 바다쪽으로 붙어 있는 두칼레 궁전 Palazzo Ducale 과 교도소를 연결하는 다리다. 

색으로도 알겠지만, 왼쪽이 궁전, 오른쪽이 교도소. 

왕 옆에서 와인 마시면서 놀다가 갑자기 왕이 짜증나서 "너 감옥!" 이러면 여기 건너서 바로 감옥으로 가는 거다. 이거 참... 신박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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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광장 앞으로도 섬이 보이는데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 이 이 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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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진들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베니스는 사실 좁은 골목길로 유명하다. 

프라하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 

"현재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과거의 영광!" 이라고 메모장에 적어놨네. 

유리공예, 레이스, 곤돌라가 3대 전통산업인데, 여기에 관광이 더해지면 베니스의 생활기반이 이해가 될 것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곳곳에 무도회용 가면들이 그렇게 많았다. 하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베네토도 여기서 멀지 않은데... 그들도 무도회에서 서로 가면 쓰고 처음 만났었지.  

귀찮아서 앨범 비닐채로 촬영했더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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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친구들하고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재밌게 잘 돌아다녔다. 

여기서 애들이 미친듯이 쇼핑을 하던데... 중국계라 그런지, 쇼핑을 엄청나게 하더라. 버스로 돌아다니니 망정이지.. 혹시 이 친구들 쇼핑하려고 이 tour를 신청했나? 그런 의혹이 잠깐 들었더랬다. ㅋㅋㅋ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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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베니스다운 사진. 

잘 보면 바닷물이 보도로 출렁출렁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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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속에 있다가, 우중충한 동유럽 도시에 있다가, 갑자기 맞이한 베니스는 태양과 바다였다. 

주황색 지붕들과 넓은 바다를 보면서, 아.. 내가 드디어 남쪽에 왔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매우 북쪽에 있는 도시라는게 함정.. 뭐든 상대적이니까~ ) 

베니스에는 두 종류의 좁은 길이 있다. 

하나는 육로, 다른 하나는 수로. 

이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길을 잃을 것 같은 불안감도 좋았고. 

그런 골목마다 귀신같이 관광객을 위한 상점들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분명 멀리서 보는 베니스는 태양과 물의 도시인데, 골목은 어둡고 음기가 느껴졌다. 난 이런 대비가 좋았다.  

다시 가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