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 (과잉확신)

2021. 4. 8. 12:55전략 & 컨설팅/전략

코넬 대학교의 David Dunning (대학원생) 과 Justin Kruger (교수) 가 1999년에 발표한 이론이다. 대학원생 이름을 앞에 놓다니, 깨어있는 교수님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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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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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란드 러셀: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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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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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를 보면, 유독 엄청나게 많은 댓글이 달리고 난장판이 된 분야가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김성근 감독에 관련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정부 비판에 대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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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 안 들어왔다가 엄청나게 달린 댓글과 다툼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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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야 워낙 방구석 전문가들이 많고, 일단 욕부터 박고 시작하는 분야니까 그렇다 치고, 정부 비판도 뭐... 그 종교만큼 무섭다는 이데올로기와 연결되어 있어서 이것 역시 험악한 표현이 난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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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정치가 통하는 데가 있는 것도 당연한게, 일종의 전쟁이고, 무리를 지어서 하고, 지도자와 행동대장이 있고, 우리편이 못하면 엄청 열받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적개심까지 가지게 되는 심리 등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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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댓글들은 더닝크루거 효과에 해당이 된다. 특히 일단 욕부터 박고 시작하거나 비아냥 거리는 댓글들이 거의 다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겸손해 보이는 댓글들도 결국 무지하기는 마찬가지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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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크루거 효과를 쉬운 말로 바꾸면, '무식하면 용감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상식적인 사안인데, 박사님들이 연구해서 객관화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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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키보드만 두드리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더닝크루거 효과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혹시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복붙의 부작용으로 잘못된 정보가 한도끝도 없이 퍼져나간다거나, 대동소이한 얕은 지식/정보밖에 안 보인다거나 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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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 없이 선동당하거나 세뇌되어서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좀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는 전문가 뺨치는 인사이트와 안목을 가지고 있고,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확신을 한다. Path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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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열하게 자기 객관화를 매일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일년에 어려운 책을 10권 이상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습관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그 주장의 근거나 오류에 대해서 자동적으로 검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밥벌어 먹고 살기 바쁘고, 경제 활동을 안하는 사람은 TV, 유튜브, 넷플릭스 등 즐길거리가 넘쳐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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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많은데, 다 마찬가지다. 암기력 좋고 성실해서 좋은 학교 간 게 지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멍 때리다가도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희소하고 소중하다. 사회생활에는 안 맞을 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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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의 그림으로 보자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1번 단계에 있고, 또 비관적인 사람들은 일부 2번 단계에 있으며, 3,4번에 해당하는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도 있기 힘들다. 그런데 아마 설문조사를 해보면 다들 자기가 3번이나 4번에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쯤되면 코메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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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기가 1번인지 아니면 3/4번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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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름대로 기준을 한 번 제시해 본다. 다음 10가지는 당신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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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0년동안 자신의 major한 관점과 생각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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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변에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동조해 준다. 
(그런데 뉴스 같은데 보면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저런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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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을 멀리한다. 사실 책을 읽으려고 해도 잘 집중이 안된다. 지난 1년간 읽은 책의 양이 10권이 안된다. 
   (전문성 없는 흥미 위주의 잡지, 판무, 할리퀸 등의 부류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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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배타성의 상호보완성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서로 배타적인 논리가 어떻게 동시에 참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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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황금률이 있다는데, 나야 말로 그 황금률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다. 난 척하면 척 이해한다. 다만 아닌 건 아닌 거니까 그걸 확실히 주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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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상에는 멍청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나같이 똑똑한 사람이 거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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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물의 이치와 근본원리에 대해서 전혀 궁금하지 않다. 호기심? 그런건 저 잇템을 어디서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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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공부는 정말 싫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무슨 현실적 가치를 가지는가? 나는 원래 똑똑한데 학교 공부와 안 맞을 뿐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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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골치아프고 어려운 이야기는 싫다. A는 훌륭한 사람이니까 그냥 A가 말하는 걸 믿으면 된다. (우리편이 무조건 옳다. 왜냐하면 우리편은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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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숫자는 과학이다. 과학적인 결과는 늘 신뢰할 수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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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0개중 4개 이상 해당하면 일단 본인이 1번 위치일 가능성이 높은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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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자존심은 중요한 거긴 한데, 자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거없이 자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이제 자기가 대단하기 때문에 남을 공격하고, 멸시하기 시작한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서로 얼굴 볼 거 아니니까 스트레스 해소도 할 겸 폭주하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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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도 않아, 자기 자신의 오리지널 생각도 없어,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냐, 그렇다고 사색을 많이 하는 것도 아냐, 여기저기 사이트나 클릭하면서 히히덕 거리는 거 밖에 열중해서 하는 게 없는 인간들이 그 알량한 사고 수준과 지식 수준을 가지고 남을 평가하고 욕을 하는 것을 보면 '바보' 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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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기가 변호사니까, 국회의원이니까, 임원이니까, 서울대 나왔으니까, 박사니까... 등등의 이유로 위에 적은 사람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면서도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알량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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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자기가 모른다는 거는 인지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게 일단 시작점일 것 같다. 문제의 인식과 정확한 위치파악. 그러면 거기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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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주제파악 잘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만 있는 사회도 잘 상상이 안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짜증은 나지만, 이렇게 엉망진창, 오해와 착각 속에 티격태격하고 살아가는게 인간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목표는, 지금 1,000명 중에 한 명인 지혜로운 사람의 비율이 1,000명 중에 다섯 명 정도로 (다섯배나!) 상승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될 놈 되고 안될 놈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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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확률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일 수 있고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운 좋으면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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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투자제안할 때도 이 비슷한게 있는데, 진짜 제대로 된 사업 제안서는 퇴짜 맞는 확률이 매우 높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어 보여서... 그런데 엉터리 혹은 사기에 가까운 제안은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확신에 차서 이야기 하니까. (그리고 운 좋으면 성공도 하는 거지. 대부분 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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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시대의 평균적 인간으로 근심없이 살아가느냐, 아니면 시대와 불화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이걸 돼지와 소크라테스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 어떤게 더 행복할까, 어떤게 더 인간적일까? 그게 무엇이든 생긴대로 사는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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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좀 적고 나니까 이제 저 악플과 바보논리들을 좀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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