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2. 17:51ㆍWine/미국
작년에 재발견한 와인 폭스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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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가성비 와인? 데일리 와인 정도로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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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아이는 차원이 다른 성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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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어디 가서도 메인을 담당할만한 그런 와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와인메이커의 눈물 겨운 스토리도 그 뒤에 있는 것 같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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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마셔 본 것은 까쇼, 샤도네이, 피노누아, 그리고 얼마 전에 이 진판델 이렇게 네 종류인데... 모두들 매우 훌륭하다. (내 마음 속의 1등은 피노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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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판델은 내게 익숙하지만 낯선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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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의 진판델 이미지는 미국 와인이고, 퍼플 칼라에 풍선껌같은 강한 임팩트를 가지는 좀 싸구려? 품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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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바꿔준 것이 메틀러 Old Vine Zinfandel이었고, 진판델로도 하늘하늘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그리고 고급진 와인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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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이 폭스 글로브 진판델..... 과연 진판델의 세계도 다양하고 넓구나. 보르도 최고급 와인들에서 느끼던 향을 여기서도 느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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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그 향을 정확히 뭐라고 규정 짓지 못하고 있는데, 뭔가 고급 와인들은 이런 향이 나는 경향이 있더라. (피노 누아에서는 나지 않는다.) 오픈 초기에는 나지 않지만, 최소 1시간 이상 지나고 뭔가 와인 자체가 제대로 풀려서 정점을 찍고 살짝 내려오는 상황에서 나는 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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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뒤뱅 아로마 키트에서도 못 느껴 본 향이니 이게 향이 아니라 다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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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로 3일째 이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이틀째에 느꼈다. 오늘은 정말 부드럽고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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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단단하고 수줍은 인상은 맛은 있었지만 아직도 진판델에 대한 이미지를 확고히 가지고 있지 않은 나에게 뭔가 새롭고 다가서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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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비로소 폭스글로브 진판델이 가진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베리류, 붉은 꽃 향이 풍성하게 피어났고, 맛에서도 구조감과 '맛있다'고 생각할만한 부드러움과 실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녀에서 젊은 여인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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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날에는 확실히 포도 특유의 과일스러움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50대 아줌마 같은 부드러움과 편안함까지. 어이.. 하루 사이에 너무 빨리 나이들었잖아? 그러나 여전히 사랑스럽고 마시기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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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이 더워지면 3일째의 느낌은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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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O ROBLES은 캘리포니아의 도시인데 와인과 올리브로 유명하다. 위치는 샌프란시스코와 LA의 딱 중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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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으로도 유명하며, 와인은 1797년에 스페인 점령군과 프란시스코 수도회에 의해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상업적으로는 1882년부터, 인디애나에서 이주해온 Andrew York에 의해서 본격화. 현재 인구는 약 3만명 수준이고, 와인 지역으로 따지면 Paso Robles AVA (American Viticultural Area)에 속한다. 25종 이상의 포도를 기르며 약 25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존재한다. 진판델의 비율은 8% 정도이고 까쇼 (39%), 메를로 (14%), 시라 (9%) 등에 비해서 높진 않으나 미국인 이상, 이 지역의 대표 품종 중 하나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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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품종은 그러나 론 계열인 것 같다. (시라, 그라나슈, 무르베드르, 비오니에) 이탈리아 쪽 품종인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바르베라도 꽤 키운다. 대개 이 지역의 와인은 뽕따 계열로 어려서 마시는 쪽이지만 일부 고급 와인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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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시라가 진판델에 소량 추가되어 구조감과 색깔, 그리고 숙성력을 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내가 마신 폭스글로브 진판델에도 어쩌면 쁘띠 시라나 다른 품종이 소량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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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글로브는 Digitalis (디기탈리스)라는 학명을 가진 식물이다. 꽃말은 열애, 불성실,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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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듯이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 보다 밑에가 더 취향이긴 하다. 왜 와인에 Foxglove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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