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안티얄 Antiyal 2009

2021. 8. 2. 22:51Wine/남미

푸코가 인스타에서 보더니 '앤틱'이네요 .. 라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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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셀러에서 10년을 잠자고 있던 안티얄 마지막 병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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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번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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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HBC (해방촌) 고깃집을 갔는데, 원래 맛있는 집이라고 정보를 듣고 갔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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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혼자 모든 걸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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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갈비살을 주문했더니, 한 달에 한 두번 밖에 주문이 없어서 메뉴에서 뺄 예정이고,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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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슬픈 풍경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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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해방촌에서 맛있는 고기로 유명했던 이집은 이제 이태원을 거쳐 서초동 남부터미널 앞으로 왔는데... 젊은 애들이 싼 맛에 무한리필 시켜 먹는 집으로 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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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고기 질이 엄청 안 좋다거나 한 건 아니고... 저렴하지만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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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을 뿐... 한우 아니고 미국소인데 이정도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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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얄은 1박스를 샀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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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육영식당에서도 먹었었고... 고기 먹을 때 많이 들고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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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고보면 나름 칠레의 유명 와인 메이커가 칠레 최초의 (요새로 치면) 네츄럴 와인으로 만든 귀중한 아이다. 2009년에는 3,954병을 생산했고, bottle에 넘버링이 손글씨로 적혀 있다. 알바로 에스피노사 아저씨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2007년 이래 칠레 최초의 친환경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데 동력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사용하며 달의 기운을 받기 위한 월광창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 죽기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당당히 올라가 있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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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최초의 갸라지 와인이고, 1998년에 처음 생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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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산은 까르미네르 41%, 까쇼 35%, 시라 24%의 블렌딩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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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따자마자 한 모금 마시면 달다라는 느낌이 나는데, 역한 단 맛이 아니라 훌륭한 단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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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은 소비자가격 40만원이 넘는 까르민 데 페우모하고 비슷한 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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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집에서 고기냄새 맡으면서 시끌벅적 할때 먹던 것과 지금은 아주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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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훌륭할 수가!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믿기 힘든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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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오픈 이후 지금 5시간 정도 경화했는데, 이 12년 된 와인은 아직도 쌩쌩하고 어린 느낌이 난다. 알콜향이라기보다는 박하향 느낌에 더 가까운 시원한 느낌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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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산미가 은은하게 뒤를 받치는 가운데, 유칼립투스와 검은 후추의 느낌이 살짝 있으면서 양고기가 생각나는 정향이 깔린다. 전체적으로는 잘만든 쎙떼밀리옹 와인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목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는. 검은 숲과 검붉은 과일들이 떠오른다. 전체적으로 과일 폭탄에 가깝다. 숙성 포텐셜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과일의 농축된 단맛의 느낌이 향을 통해 바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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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와 목넘김은 벨벳과 같이 부드러우며 초반에 느꼈던 강한 탄닌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혀를 꽉 쪼이지는 않는다. 처음 입에 들어올때의 단 맛은 목을 통과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지나간다. 이것조차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단맛과 쓴맛의 공존과 교차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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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C 고깃집 등심. 미국산이지만 나름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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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하고도 잘 어울리지만, 이렇게 집에서 다시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마셔보니 또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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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도 잘 만드는 집들이 많이 있지만, 이 안티얄은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음을 고려하면 정말 한 번 꼭 마셔볼 와인이 아닐까 싶다. 칠레 특유의 약간 설익은 풀향 같은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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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얄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 바로 남쪽의 유명 와인 산지 Maipo Valley에서도 또 남쪽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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