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in de Peumo by Concha y Toro

2020. 6. 21. 23:01Wine/남미

 

기억은 이렇게 불완전하다. 

까르민 데 페우모 2007년산. 까르메네르로 만든 최고의 와인. 

 

이걸 한 병만 산 줄 알았더니 2병을 사서 한 병은 얼마 안되서 마셨었구나. 

기록이 없었다면 전혀 기억해내지 못할 뻔 했다. 

역시 기록은 하는게 좋다. 

 

2007년 빈티지를 10년 정도 셀러링 해서 마셔 봤다.  대만족. 

소비자가격은 40만원 이상 했었나 보다.  뒤에 19만 9천원이라고 쓰여 있는 거 보니까... 아무튼 당시에 칠레와인을 그 가격에 사는 건 거의 미친짓에 가까웠을 텐데. 

 

그러나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20만원을 주고 이걸 다시 살거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Yes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익었지만 아직은 어린 보르도 5대 샤또급 그랑크뤼의 느낌이었는데 나중에는 슈발블랑을 연상케 하는 민트와 유칼립투스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고, 마시기 좋지만 구조감과 발런스가 좋고 향과 탄닌, 여운까지 매우 훌륭했다. 

 

10년 전의 기억을 (기록 덕분에) 다시 소환해서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10년 뒤에는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에 마신 80년대 빈 도미누스도 정말 좋았는데 다만 그녀석은 보르도 특급 특유의 뒷맛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페우모는 확실하게 그것까지 표현해 주었다. 작정하고 보르도 특급을 겨냥해 만든 녀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칠레 와인이라고 알고 먹으니 칠레 특유의 느낌이 아주 아주 미세하게 나는 것 같은데, 블라인드로 먹었으면 절대 몰랐을 거다. 

콘차 이 토로에게 박수와 경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