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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잃은 일본 20대

창공의 카프카 2012. 2. 11. 19:55
이게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이 아니라도, 멀지않은 장래에.
요새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부모님들한테 용돈 받는게 없다면, 청년실업으로 인해 소비력이 없다.

주류, 자동차, 해외여행에 돈을 쓰지 않는 젊은이들.
그런데 아마 핸드폰이나 기타 ICT 관련 비용은 오히려 더 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것도 유행이다.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는 VW이 아니라 애플이나 삼성일지도 모른다.



조선 비즈 퍼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0/2012021001454.html

일본의 인구 구성에서 15~34세 젊은 층 인구는 과거 10년(2000~2010년) 사이 17% 줄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감소율은 쿠바에 이어 둘째로 큰 폭이다. 1992년 일본에 '소자화(少子化)'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래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시기에 소자화 현상을 막지 못한 것은 젊은 층 전체 인구를 현저하게 줄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젊은 층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산업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시대를 앞서나가 유행을 창조한다'고 일컬어지는, 과거 젊은이들의 역할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젊은이가 중심이 된 새로운 소비문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러한 움직임이 선구적인 변화로 확산되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상세하게 들어가기 전에 우선 왜 젊은 층의 소비가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 힘든지 설명하고자 한다. 젊은 층의 소비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20대가 될 때까지 지녀온 기호가 그 후에도 강한 습관이 되어 지속된다는 데 있다.

많은 이가 학생 때 유행했던 놀이, 사회인이 돼서 처음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배웠던 오락을 나이가 들어서도 버리지 못한다. 화장품·패션·취미·공부 등 젊은 시절의 습관은 60세가 넘어서도 지속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20대는 과거 습관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 즐기기'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감성은 과거의 스타일에 대한 집착이 약할수록 잘 정착돼 새로운 유행으로 성장하게 된다. 휴대전화를 예로 들자면, 우선 젊은 층에서 보급률을 높이고 그때부터 중년층, 고령층으로 진행해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젊은 층이 전체 소비를 움직이는 역량은 크게 축소돼 버렸다. 그 이유는 소자화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라는 데 있다. 인구추계를 조사해 보면, 15~34세의 젊은 층 인구는 2010년부터 2020년에 걸쳐 14.8% 감소한다.

최근 일본 소비산업계에서 '젊은 층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수차례 화제가 됐다. 실제로 젊은 층이 소비에 소극적이 되었는지 여부를 총무성 '가계조사'에 기초해 분석해 보겠다. 전체 소비에서 젊은 층 소비 변화에 주목을 해 보면 20·30대 세대주의 소비율은 2002년 총 세대 평균 20.3%에서 2010년 평균 16.4%로 3.9%포인트 낮아졌다. 개인 소비액으로 대응해 보면 2002년 48.7조엔이었던 시장규모는 2010년에는 39.6조엔으로 7.8조엔 축소됐다.

상세한 개별소비 항목 조사가 가능한 2인 이상 세대를 보면, 20·30대가 소비를 크게 줄인 항목은 자동차 구입비였다. 젊은 층이 점차 돈을 쓰지 않게 된 항목의 대표격으로는 '맥주, 해외여행, 자동차' 3개를 들 수 있다.

맥주 소비에서는 20·30대의 소비율이 1990년 22.8%에서 2020년 10.1%로 그 낙차가 크다. 잘 살펴보면 맥주 이외 식재료 중에서는 와인(1990년 26.4%→ 2010년 10.4%), 위스키(같은 시기 19.5%→4.8%)의 변화폭이 컸다. 외식 중에서는 양식, 햄버거, 메밀국수, 우동 소비가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레저와 오락에서도 몇 가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자주 화제에 오른 해외 배낭여행 분야의 변화는 2000년 10.5%→2010년 7.3%였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배낭여행도 2000년 13.4%→2010년 7.4%로 감소폭이 크다. '최근 젊은이들은 해외에 가는 것을 주저해 내향적이 되어 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젊은이들이 전반적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극적인 소비 감소는 자동차 구입에서도 나타난다. 자동차 구입비용은 1990년 30.3%→2010년 17.6%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일본 자동차시장에서는 '시니어층이 새 차를 구입하려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라는 말이 나오지만, 오히려 젊은 층이 새 차 구입에 소극적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

그 외에 젊은 층의 오락, 교양의 변화를 말하자면 어학비, 잡지와 주간지 구입비, 스포츠 클럽 이용료, 영화·연극입장료 등이 크게 줄었다. 전체적으로 젊은이들이 돈을 소비하는 취미를 경원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젊은 층 소비 패턴이 바뀐 배경은 특히 악화된 젊은 층의 고용 상황이다. 20대 고용 환경을 보면 전체 실업률이 다른 세대보다도 눈에 띄게 높고, 게다가 비정규직 고용 비율도 높다. 일본의 고용 시스템은 장년층의 고용 유지를 위해 간접적으로 젊은 세대가 불리함을 짊어지게 되어 있다.

소득 분포를 보면 2인 이상 세대에서 연수입이 200만엔대인 20대 소득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1인가구에서는 34세 이하 연수입 200만엔 미만 세대수가 2002년 12.7%에서 2010년 17.6%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젊은이들의 소득 저하 현상은 이들이 오락과 교양에 돈을 쓸 수 없는 경제 환경을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1990년대 전반까지는 자기의 소득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를 소유하거나, 중장년층의 기호를 흉내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bar), 호텔을 이용하는 젊은이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실력보다 한 등급 위의 향락을 즐기는 '세노비(背伸び·실력 이상의 일을 하려고 함)' 형태의 소비자였다. 그러나 세노비 소비자들은 젊은 층의 고용환경이 열악해진 뒤 그림자를 감추었고, 중장년층의 소비문화가 젊은 세대에 이어지는 유행도 보기 어렵게 됐다.

80년대에 버블경제를 경험한 필자는 최근 소비구조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씁쓸하게 생각한다. 놀라운 사실은 젊은 세대가 이런 정체 현상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아 소비 정체 상황이 한층 길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