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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병' 드러낸 후지쯔 파문

창공의 카프카 2010. 4. 7. 13:15

구조조정이 무리하게 진행되면 미래 성장동력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즉, 문제가 있는 부위나 필요 없는 부위를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부위, 미래를 위한 부위를 도려내거나,  필요이상의 심각한 처치로 남아있는 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생길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말이다...

단지 부작용이 두려워서 혹은 책임을 지기 싫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직무유기이다.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일 것이다.

자조적으로 '생명연장의 꿈'이라고 하기도 한다만.

결국 더 큰 타격을 짊어질 수 밖에 없는데 당장의 무사안일을 위해 미루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해고했다고 시위하는 노조를 보면, 아마도 충분히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데 부당하게 해고 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여, 회사가 내 일자리를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위를 한다면... 그건 너무나 유아기적인 사고일 뿐이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회사도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고용안정이라는 건 정부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용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은 종종 근무태만이나 임시직 증가라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단순히 왜 짤려야 하냐는 하소연 성의 시위는 동료에게 같이 죽자는 물귀신 작전 밖에 안된다.


정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필요시에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라.

        변화를 거부하고 타성에 젖어 사는 직장인은 암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런 나태함이 구조조정 사태를
        부른거다.  (사장이하 모두 마찬가지다.)   장사를 못하면 거리에 나앉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
        이 절박감이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야 하고, 유사시에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Fin.




일본의 대형 전자회사 후지쓰(孵뵨通)의 노조에 구니아키(野副州旦·63·사진) 전 사장의 사임이 일본 재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기업이 떠안고 있는 속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변화의 기로에 선 그들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문은 지난해 9월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사임한 노조에 전 사장이 올 들어 “회사가 부당하게 해임했다”며 복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후지쓰는 지난달 6일 이사회를 열어 그의 요구를 거부하는 동시에 고문 직에서도 해임했다. 그러면서 그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당초 “신병 요양”에서 “부적절한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수정해 발표했다. 부도덕성 때문에 해임한 것이지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자리를 잃은 사장과 신임 경영진 사이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졌다. 일본 언론에서도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6일 이 파문의 내막을 추가로 파헤치면서 일본 기업이 떠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에서 회사 경영진은 물러날 때도 말 없이 사라진다. 거의 평생을 바쳐온 대가로 종신고용의 ‘특혜’를 누린 만큼 떠날 때도 회사에 대한 마지막 충성심의 표현으로 조용히 물러난다는 것이다.

그에 비춰 노조에의 ‘저항’은 보기 드문 행동이었다. 그 속사정은 그동안 침묵하던 노조에가 입을 열면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2008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노조에는 위기에 빠진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기존 경영진과 마찰을 빚는 등 내부 반발을 키우고 말았다. 다른 일본 기업들처럼 후지쓰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내부 저항에 부닥쳤던 것이다.

WSJ는 일본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적자 사업도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파나소닉이 산요를 흡수 합병하고, 소니가 멕시코와 슬로바키아의 TV 공장을 대만 업체에 넘긴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후지쓰는 지난해 1123억 엔의 적자를 냈다. 노조에로선 구조조정이 절박했지만 과도하게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내부와 충돌한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2010.04.07 중앙일보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