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 컨설팅/전략
짝퉁을 보는 너무 다른 시선
창공의 카프카
2011. 4. 12. 18:37
두 의견이 완전히 반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고, 짝퉁을 완전히 배척하느냐와 어느 정도 순기능을 인정하느냐의 차이니까, '너무 다른 시선'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샤넬이라고 짝퉁을 너그럽게 봐주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혹은, 펜디가 어느 시장에서는 짝퉁을 눈감아 주고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배타성의 상호보완성의 모습은 명품과 짝퉁 이 두개가 아닌가 싶다.
이들 조차, 어떤 특별한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심리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하다.
내 관점에서는 샤넬의 의견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은 된다. 그게 소송하고 난리친다고 뿌리 뽑일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용할 지를 고민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너무 이상적인 관점을 실제로 철썩같이 믿으면 사고가 난다.
조선 Biz에서 퍼옴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다는 명품. 어느 날 얄밉고 하찮은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중국의 시장이나 홍콩의 뒷골목, 서울 이태원에서 진품과 똑같은, 심지어 진품보다 더 진짜 같은 가방과 시계, 구두를 팔고 있다.
명품 업계 CEO들을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주제가 바로 이 '짝퉁' 문제다. 명품 업계에선 여러 나라에 자체 수사관을 파견해 감시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짝퉁 업자들의 수법은 나날이 더 교묘해진다. 제품뿐만 아니라 수입증까지 위조하고, 부품만 중국에서 만들고 조립은 이탈리아에서 해 '메이드 인 이태리'를 합법화하는 수법까지 쓴다. 잡으려는 자들과 베끼려는 자들의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 두 명의 명품 CEO가 있다. 한 명은 "진품을 베끼는 것은 혼(魂)을 훔치는 것"이라고 흥분한다. '짝퉁 업계의 저승사자'다. 다른 한 명은 "짝퉁을 구입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마음이 넓은 걸까, 아니면 명품 기업의 자신감일까?
[마이클 버크 펜디 CEO]
"가짜가 사람 죽일 수도… 억만금이 들더라도 짝퉁의 뿌리 뽑겠다"
아무나 소비하는 걸 원하지 않아… 장인정신 알아야 진정한 럭셔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마이클 버크 CEO는 '짝퉁 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서 그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면 3건 중 2건은 짝퉁 업자들과의 소송에 관한 것이다. 그가 최근 한국의 설치 작가인 이광호씨와의 협업 전시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심지어 월마트와도 소송했다.
"가짜 가방 하나 들고 다닌다고 해서 당신에게 해가 되는 것도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짝퉁 가방 만드는 걸 허용하면, 그 사람들은 나중에 가짜 약도, 독이 든 음식도 거리낌 없이 만들 것이다.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짜는 '생사가 걸린(life and death) 문제'다. 워싱턴포스트에선 중국에서 가짜 약으로 매년 약 2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당신도 그런 희생자가 되고 싶은가?"
―짝퉁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아닌가.
"짝퉁 소비자가 느는 만큼 진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우리 매출은 매년 20~30%씩 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짝퉁 색출을 위해 1년에 수천만달러를 쏟아붓는다. 억만금이 들더라도 그들을 뿌리 뽑을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텐데.
"한국 짝퉁 업자의 기술 수준은 단연 세계 최고다. 현장 조사를 통해 발각된 제품을 보면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다행인지 한국은 우리의 집중 감시 대상국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조직적이어서, 수시 감찰만 할 뿐 상주시키진 않았다. LVMH 그룹 차원에서는 브뤼셀(벨기에)·워싱턴·베이징에 감찰반이 있고, 펜디 단독으로는 홍콩·로마·뉴욕·파리와 도쿄에 감찰반을 투입하고 있다."
―명품 업계 종사자 중 일부는 '짝퉁이 인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이야기한다.
"장인들의 노고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 못한다. 우리에겐 3000여명의 장인이 있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들이고 대를 이어 장인의 길로 들어선다. 명품 딱지를 붙인다고 다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명품(luxury)과 장인(craftsmanship)은 가장 많이 남용된 단어 중 하나다."
―수백만원씩 주고 누구나 쉽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나 소비하는 걸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데, 돈 있다고 물건 사들이는 건 럭셔리가 아니다. 단지 소비일 뿐이다."
―한국인의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나오지 않을까.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엔 5000년 장인의 역사가 있지 않은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그 누가 따라 하겠느냐. 내 아내의 눈빛과 똑 닮아 있는 청자를 만났을 때 난 전율을 느꼈다. 경매를 통해 많은 돈을 주고 3점을 구입했다. 그 장인의 피가 당신 민족에게 흐르고 있다. 언젠가는 빛을발하리라고 본다."
[니콜라 보 샤넬 시계부문 총괄이사]
"못 베끼게 만들어봐… 짝퉁이 명품에게 자극을 주는 셈이죠"
그들은 지갑 얇은 미래의 고객… 짝퉁 소비자를 경멸하면 안 돼
이태원 좌판에 깔린 모조품 시계들. 그중에서 단연 인기 있는 제품은 10여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샤넬(Chanel)의 세라믹 시계 J12다. 샤넬 모조품 시계의 가격은 A급 33만원, B급은 25만원 선. 진품 샤넬 시계의 가격은 700만원에서 1억원 선이다. 이태원에서는 5%의 가격으로 샤넬 모조품을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명품 회사의 CEO라고 해서 짝퉁을 경멸해선 안 됩니다." 의외의 발언이었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샤넬 본사에서 만난 샤넬의 시계부문 총괄이사 니콜라 보(Beau)의 태도는 기존 명품 업계 대표가 견지해온 태도와는 달랐다.(인터뷰는 지난 2월 이뤄졌으나, 샤넬 본사 측은 인터뷰 게재 시점을 4월 이후로 요청했다. 이 조건은 인터뷰에 참가한 영국·프랑스·한국 언론에 동일하게 적용됐다. 한국 언론으로는 본지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짝퉁'에 관용을 베푸는 것인가.
"물론 짝퉁에 대해선 유감이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곤혹스럽다. 특히 우리의 주요 타깃인 아시아 시장에서 짝퉁 시장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짝퉁이 우리에게 자극을 준다고 생각한다."
―짝퉁에서 자극 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리가 어떤 제품을 내놓으면 그들은 완벽하게 베끼려고 한다.거꾸로 생각해 보면 짝퉁은 우리 명품회사들에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라. 감히 베끼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하도록 독창적인 시계를 만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시계 하나를 보여줬다. 신제품인 'J12 크로매틱' 시계다. 한국에 오는 6월 선보일 이 시계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을 섞은 듯한 회색빛이다. 간결해진 디자인과 티타늄 세라믹이라는 첨단 소재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니콜라는 "내구성이 강한 시계인 만큼 흠집도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겉모습은 대충 비슷하게 베낄 수 있을지 몰라도 기술까지는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품의 심장인 파리 한복판에서도 샤넬 가짜 시계는 버젓이 돌아다닌다.
"난 그들도 '소중한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잠재 고객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샤넬의 짝퉁을 사는 사람들은 샤넬을 사고 싶어한다. 다만 지갑이 얇을 뿐이다. 그들은 당장 시계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짝퉁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샤넬 매장에 와서 우리 제품을 사게 된다. 미래의 고객이다. 짝퉁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경멸하면 안 된다."
―시계 업계를 위협하는 건 짝퉁 못지않게 휴대폰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시간도 다 알려주는 스마트폰 세상이다.
"휴대폰은 실용적이다. 하지만 꿈을 꾸게 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은 사용하기 편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시계의 초침은 무선 인터넷이 끊겨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샤넬이라고 짝퉁을 너그럽게 봐주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혹은, 펜디가 어느 시장에서는 짝퉁을 눈감아 주고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배타성의 상호보완성의 모습은 명품과 짝퉁 이 두개가 아닌가 싶다.
이들 조차, 어떤 특별한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심리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하다.
내 관점에서는 샤넬의 의견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은 된다. 그게 소송하고 난리친다고 뿌리 뽑일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용할 지를 고민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너무 이상적인 관점을 실제로 철썩같이 믿으면 사고가 난다.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다는 명품. 어느 날 얄밉고 하찮은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중국의 시장이나 홍콩의 뒷골목, 서울 이태원에서 진품과 똑같은, 심지어 진품보다 더 진짜 같은 가방과 시계, 구두를 팔고 있다.
명품 업계 CEO들을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주제가 바로 이 '짝퉁' 문제다. 명품 업계에선 여러 나라에 자체 수사관을 파견해 감시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짝퉁 업자들의 수법은 나날이 더 교묘해진다. 제품뿐만 아니라 수입증까지 위조하고, 부품만 중국에서 만들고 조립은 이탈리아에서 해 '메이드 인 이태리'를 합법화하는 수법까지 쓴다. 잡으려는 자들과 베끼려는 자들의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 ▲ 원색의 로고가 강조된 펜디 2011년 신제품 클러치백(사진 왼쪽), 샤넬의 2011년 신제품 J12 크로매틱.
[마이클 버크 펜디 CEO]
"가짜가 사람 죽일 수도… 억만금이 들더라도 짝퉁의 뿌리 뽑겠다"
아무나 소비하는 걸 원하지 않아… 장인정신 알아야 진정한 럭셔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마이클 버크 CEO는 '짝퉁 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서 그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면 3건 중 2건은 짝퉁 업자들과의 소송에 관한 것이다. 그가 최근 한국의 설치 작가인 이광호씨와의 협업 전시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심지어 월마트와도 소송했다.
"가짜 가방 하나 들고 다닌다고 해서 당신에게 해가 되는 것도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짝퉁 가방 만드는 걸 허용하면, 그 사람들은 나중에 가짜 약도, 독이 든 음식도 거리낌 없이 만들 것이다.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짜는 '생사가 걸린(life and death) 문제'다. 워싱턴포스트에선 중국에서 가짜 약으로 매년 약 2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당신도 그런 희생자가 되고 싶은가?"
- ▲ 마이클 버크 펜디 CEO는“짝퉁 업자들은 가방에서 시작해 가짜 음식, 가짜 약까지 만들어낼 사람들”이라며“짝퉁 색출에 혈안이 된 건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짝퉁 소비자가 느는 만큼 진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우리 매출은 매년 20~30%씩 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짝퉁 색출을 위해 1년에 수천만달러를 쏟아붓는다. 억만금이 들더라도 그들을 뿌리 뽑을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텐데.
"한국 짝퉁 업자의 기술 수준은 단연 세계 최고다. 현장 조사를 통해 발각된 제품을 보면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다행인지 한국은 우리의 집중 감시 대상국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조직적이어서, 수시 감찰만 할 뿐 상주시키진 않았다. LVMH 그룹 차원에서는 브뤼셀(벨기에)·워싱턴·베이징에 감찰반이 있고, 펜디 단독으로는 홍콩·로마·뉴욕·파리와 도쿄에 감찰반을 투입하고 있다."
―명품 업계 종사자 중 일부는 '짝퉁이 인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이야기한다.
"장인들의 노고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 못한다. 우리에겐 3000여명의 장인이 있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들이고 대를 이어 장인의 길로 들어선다. 명품 딱지를 붙인다고 다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명품(luxury)과 장인(craftsmanship)은 가장 많이 남용된 단어 중 하나다."
―수백만원씩 주고 누구나 쉽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나 소비하는 걸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데, 돈 있다고 물건 사들이는 건 럭셔리가 아니다. 단지 소비일 뿐이다."
―한국인의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나오지 않을까.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엔 5000년 장인의 역사가 있지 않은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그 누가 따라 하겠느냐. 내 아내의 눈빛과 똑 닮아 있는 청자를 만났을 때 난 전율을 느꼈다. 경매를 통해 많은 돈을 주고 3점을 구입했다. 그 장인의 피가 당신 민족에게 흐르고 있다. 언젠가는 빛을발하리라고 본다."
[니콜라 보 샤넬 시계부문 총괄이사]
"못 베끼게 만들어봐… 짝퉁이 명품에게 자극을 주는 셈이죠"
그들은 지갑 얇은 미래의 고객… 짝퉁 소비자를 경멸하면 안 돼
이태원 좌판에 깔린 모조품 시계들. 그중에서 단연 인기 있는 제품은 10여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샤넬(Chanel)의 세라믹 시계 J12다. 샤넬 모조품 시계의 가격은 A급 33만원, B급은 25만원 선. 진품 샤넬 시계의 가격은 700만원에서 1억원 선이다. 이태원에서는 5%의 가격으로 샤넬 모조품을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명품 회사의 CEO라고 해서 짝퉁을 경멸해선 안 됩니다." 의외의 발언이었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샤넬 본사에서 만난 샤넬의 시계부문 총괄이사 니콜라 보(Beau)의 태도는 기존 명품 업계 대표가 견지해온 태도와는 달랐다.(인터뷰는 지난 2월 이뤄졌으나, 샤넬 본사 측은 인터뷰 게재 시점을 4월 이후로 요청했다. 이 조건은 인터뷰에 참가한 영국·프랑스·한국 언론에 동일하게 적용됐다. 한국 언론으로는 본지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 ▲ 샤넬 시계 총괄이사 니콜라 보는“짝퉁을 볼 때마다 명품 업체 관계자들은 오히려‘잘 만들어야겠다’고 자극을 느낀다”며“짝퉁 소비자들은 잠재적으로 우리의 미래 고객이다”라고 말했다. /샤넬 제공
"물론 짝퉁에 대해선 유감이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곤혹스럽다. 특히 우리의 주요 타깃인 아시아 시장에서 짝퉁 시장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짝퉁이 우리에게 자극을 준다고 생각한다."
―짝퉁에서 자극 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리가 어떤 제품을 내놓으면 그들은 완벽하게 베끼려고 한다.거꾸로 생각해 보면 짝퉁은 우리 명품회사들에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라. 감히 베끼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하도록 독창적인 시계를 만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시계 하나를 보여줬다. 신제품인 'J12 크로매틱' 시계다. 한국에 오는 6월 선보일 이 시계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을 섞은 듯한 회색빛이다. 간결해진 디자인과 티타늄 세라믹이라는 첨단 소재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니콜라는 "내구성이 강한 시계인 만큼 흠집도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겉모습은 대충 비슷하게 베낄 수 있을지 몰라도 기술까지는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품의 심장인 파리 한복판에서도 샤넬 가짜 시계는 버젓이 돌아다닌다.
"난 그들도 '소중한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잠재 고객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샤넬의 짝퉁을 사는 사람들은 샤넬을 사고 싶어한다. 다만 지갑이 얇을 뿐이다. 그들은 당장 시계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짝퉁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샤넬 매장에 와서 우리 제품을 사게 된다. 미래의 고객이다. 짝퉁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경멸하면 안 된다."
―시계 업계를 위협하는 건 짝퉁 못지않게 휴대폰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시간도 다 알려주는 스마트폰 세상이다.
"휴대폰은 실용적이다. 하지만 꿈을 꾸게 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은 사용하기 편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시계의 초침은 무선 인터넷이 끊겨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